중독을 설계하는 자본주의…헤어나올 방법은?[책과 삶]

서현희 기자 2026. 4. 2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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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 김성훈 옮김
위즈덤하우스 | 364쪽 | 2만1000원


인류 역사상 가장 쾌락을 얻기 쉬운 시대다. 터치 몇번이면 원하는 음식이 도착하고, SNS 속 쇼트폼 영상은 아무리 넘겨도 끝나지 않는다. 그만큼 쾌락을 끊어내는 일도 어려워졌다. 배가 불러도 ‘디저트 배’는 남아 있고, 피곤함에 젖어 침대에 누워서도 스크롤을 멈추지 못한다.

책은 현대인들이 쉽게 중독에 빠지고, 빠져나가기도 어려워진 원인을 ‘초자극’에서 찾는다. 초자극이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보다 더 강력한 인위적인 자극을 뜻한다. 예컨대 인간이 단맛과 지방에 끌리는 건 수렵 채집을 하던 시절부터 쌓인 본능이다. 단맛은 과일이 충분히 익었다는 증표이자, 섭취 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을 뜻했다. 지방은 섭취량 대비 가장 큰 열량을 가진 성분으로 기아에 자주 시달리던 인간에게는 소중한 에너지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식품 회사들은 더 큰 수익 창출을 위해 이 본능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실험을 통해 인간에게 최대한의 쾌감을 줄 수 있는 조합을 연구한다. 그 결과 ‘초자극’을 선사하는 ‘초가공식품’이 탄생했다.

문제는 인간의 뇌가 초자극에 둔감해지며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고, 더 깊은 중독으로 빠지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저자는 “결핍의 시대에 맞춰 진화한 뇌의 보상체계가 자본주의에 해킹당했다”고 말한다. 중독 문제는 단순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 ‘인간의 욕구를 자극해 이득을 취하려는 기업들과의 싸움’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뇌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중독’을 ‘몰입’으로 바꿔 건강한 삶을 영위하자고 제안한다.

책은 동물행동학, 진화생물학, 뇌과학을 오가며 인간이 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풀어낸다. 현실의 친밀함을 과장해서 보여주는 포르노, 예측 불가능한 정보로 사람들을 잡아두는 SNS 콘텐츠, 더욱 강해지는 마약 등 중독 사례도 다양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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