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의 별잇기 예술여행]데이미언 허스트 전시에 왜 뒤샹이지?

잘 그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환영 만들기다. 예술에서 환영 만들기는, 화가가 던진 미끼를 관객이 덥석 물어서 자기 마음속에서 형상을 완성하게 만드는 ‘심리 게임’에 가깝다고 곰브리치는 말했다. 장담하건대, 데이미언 허스트 역시 곰브리치의 <예술과 환영>을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족관 속 박제 상어나 ‘다이아몬드 해골’ 작품 앞에서 결국 셀카를 찍는 사람들을 보며, 승리감에 웃었을 것 같다. “보라, ‘욕하면서도 보게 만드는 것, 그것이 허스트의 진짜 마법’이라고 했지?”라면서.
먼저 선언한다. 나는 그 ‘마법의 환영 만들기’에 동원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나는 이번 전시를 직접 보지 않고 비평하기로 한다. 누군가는 주제넘게 오만하다고 할지 모르나, 허스트의 예술이 ‘삶과 죽음의 문제를 화려한 전리품’으로 만드는 이미지의 범람이자 지각의 기만이라면, 그 현장 점유조차 그가 설계한 ‘구경꾼의 몫’에 포섭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내 마음속에, 내가 설계한 방식대로 전시장을 꾸미고 그 안에 되레 허스트를 끌어들이는 자유가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마음먹는 순간 섬광처럼 한 장면이 떠오른다. 마르셀 뒤샹과 그의 소변기 ‘샘’이 있던 1917년의 독립미술가협회, 앵데팡당전을 찍은 기념비적 현장 사진. 예술이 무엇인지 새롭게 정의하게 하고, 예술가의 선택과 질문이 담긴 ‘생각’ 자체가 곧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세상에 알렸던 세기의 현장을 허스트의 전시장 풍경과 오버랩시켜본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 앞에서 셀카를 찍는 사람들. 그 뒤편에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남성용 소변기가 있고, 그 앞에서 마르셀 뒤샹이 특유의 무관심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 아 좋다. 이것이 바로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전시다. 그러면 누구나 질문할 거다. 허스트 전시에 왜 뒤샹이지? 뒤샹은 좋아하면서 그의 후예 허스트는 대놓고 싫어하는 이유가 있나?
이것은 현대미술의 정곡을 찌르는, 어쩌면 아주 우아한 저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뒤샹과 허스트, 두 사람 모두 “이것이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그 질문이 향하는 방향은 정반대였다. 뒤샹은 ‘생각’을 열었고, 허스트는 ‘망막’을 닫았다. 뒤샹의 변기는 예술을 눈으로 즐기는 ‘망막적 즐거움’에서 해방시키려 했다. 변기를 가져다 놓은 행위는 “작가의 도식적 손기술을 보지 말고 내 아이디어를 보라”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그는 그렇게 관객의 머릿속에 거대한 질문의 환영을 심어 넣었다. 반면 허스트는 해골과 함께 다시 ‘망막’으로 회귀했다. 그것도 자극적이고 값비싼 방식으로. 다이아몬드의 광채는 사유를 끌어내기보다 관객이 무심코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뒤샹이 열어젖힌 ‘개념’의 공간을 허스트는 ‘자본의 스펙터클’로 꽉 채워버린 셈이다.
게다가 뒤샹이 ‘해골 셀카’ 현장을 본다면 우아하게 냉소적인 분이 뭐라고 했을지도 상상해볼 수 있다. “나는 변기를 통해 ‘예술의 성역’을 파괴하려 했는데, 당신은 파괴된 잔해 위에 ‘예술가의 방부제급 신전’을 세우고 있군요. 비싸게 팔고 싶어서 비싼 재료를 썼지요. 내 눈에 이건 예술일 수는 있지만 예술의 진보는 아니야. 그럼 뭐라고 정의하고 싶은 건지는 자네들이 생각해보게.”
김경 오별아트 디렉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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