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왜 저래?" 논란 일더니…'시청률 대박' 반전의 비밀 [덕질경제학]
논란마저 흥행요인된 K콘텐츠
완성도 논란 비웃는 'K-콘텐츠'의 파괴력
'21세기 대군부인'이 남긴 경제 효과
세계관 오류와 연기력 논란에도 시청률 1위
안티와 팬덤이 만든 거대한 '트래픽 신드롬'

역시나였다. 아이유와 변우석의 조합을 이겨낼 드라마는 없었다. 방영 전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더니 공개하자마자 시청률 1위 자리를 꿰찼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얘기다.
배경부터 발칙하다. 2026년의 대한민국을 입헌군주제 체제로 가정하고, 재벌가 평민 성희주(아이유 분)와 고귀한 신분이지만 자유가 없는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로맨스를 그렸다. 대중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과도한 설정'이란 비판과 '참신한 아이디어'란 응원이 맞선다.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은 시청률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폭발적인 상승 곡선을 탄 것. 시장에선 '21세기 대군부인'이 이른바 '까(안티)'와 '빠(팬덤)'를 동시에 후벼파면서 이를 흥행의 땔감으로 태운 흔치 않은 콘텐츠로 평가한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유지원 작가가 2022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서 장편 시리즈 부문 우수상을 받은 대본을 바탕으로 기획했다. 메가폰은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환혼' 시리즈 등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이 잡았다. 아이유, 변우석이라는 특급 캐스팅에 거물급 제작진이 함께하면서 방영 전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지난 10일 첫 방송 시청률은 전국 7.9%(닐슨코리아 기준), 광고 판매 기준인 수도권은 8.2%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이는 MBC 금토드라마 역대 첫 방송 시청률 3위에 해당하는 성적표다. 4회 시청률은 13.8%까지 치솟으며, 회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TV 앞에 불러모으고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의 매력에 빠진 건 한국인만이 아니다. MBC와 함께 공개한 글로벌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선 공개 5일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한국 시리즈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기준 디즈니+ 톱 10 TV 쇼 부문 글로벌 4위, 비영어권 1위 자리도 꿰찼다. 한국은 물론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브라질에서도 첫 공개 이후 줄곧 1위를 지키고 있고, 멕시코(2위) 캐나다(4위) 호주(4위) 이탈리아(4위) 미국(5위) 독일(8위) 영국(9위) 등 지역을 막론하고 전 세계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까'들의 날 선 비판…세계관의 구멍과 연기력 논란
'21세기 대군부인'에 역대급 시청률을 안겨준 일등공신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거센 비판이다. '까'들은 극의 뼈대가 되는 세계관부터 도마 위에 올렸다. 이들은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의 권위주의적 정치 시스템과 신분제가 현대 사회와 맞지 않는 탓에 수많은 모순과 괴리감을 낳는다고 날을 세운다.
이안대군을 '21세기 수양대군'이란 '멸칭'(蔑稱·사람이나 사물을 경멸적으로 일컫는 표현)으로 부른 게 대표적이다. 극 중 왕실이 일제강점기를 거치지 않았다는 건 그렇다 쳐도, 세조의 직계 혈통인 현 왕실이 조상을 깎아내리는 멸칭을 공공연하게 쓴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권위적인 신분제 사회로 설정해 놓고선 정작 일반 서민을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네티즌처럼 묘사한 것도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맞딱드렸다. 총리직을 3대째 세습하고, 여성이란 이유로 대비가 섭정을 못 하는 설정 역시 시대에 역행한다고 지적받은 포인트다. 20년 전 방영돼 최고 시청률 27.1%를 기록한 또 다른 입헌군주제 드라마 MBC '궁'에는 없었던 비판이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에도 말이 나온다. tvN '선재 업고 튀어'로 신드롬을 일으킨 뒤 2년 만에 지상파 메인 주연으로 복귀한 변우석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소화하기엔 발음과 대사 톤이 어색하다"는 평가가 여럿 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 등에서 호평받은 아이유에 대해서도 "이번 연기는 작위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빠'들을 열광케 한 10년 만의 재회와 압도적 미장센'21세기 대군부인'에 '까'만 있다면 이런 특급 시청률이 나올 리 없다. '빠'들은 2016년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아이유, 변우석의 로맨스와 화려한 미장센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시리즈라고 평가한다.
이들이 가장 환호하는 지점은 기존 사극의 수동적인 여주인공 이미지를 벗어던진 성희주의 능동적인 여성상이다. 4회에서 재벌그룹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야구장 키스타임 이벤트를 직접 기획해 여론을 내 편으로 만든 장면은 요즘 사회 트렌드를 잘 짚어내 카타르시스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압도적인 미술도 호평에 한몫했다. 궁궐에 배치된 현대식 가구, 최고급 대리석과 세련된 통유리가 접목된 집무실 등 전통과 현대가 이질감 없이 뒤섞인 미장센이 시각적 쾌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시청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1회의 '낙화(落火)' 연출은 한국 드라마 미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극찬을 받으며 '빠'들을 결집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논쟁 자체가 마케팅, 상업적 대성공
'21세기 대군부인'의 특급 시청률은 이 모든 논란을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연료로 쓴 결과다. 열성 팬은 온갖 비판을 잠재울 논리를 담아 숏폼 콘텐츠를 쏟아내고, 안티 진영은 날 선 분석과 반박 근거로 맞선다. 양측의 충돌은 SNS 등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며 또 다른 관심을 불러으켰다. 안티가 드라마를 봐야 할 이유가 되는 기이한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상업적 측면에선 이미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MBC 드라마 본부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해 2025년 5월부터 2026년 1월까지 9개월간 100% 사전 제작한 이 12부작 드라마는 방영 전에 광고 판매를 완료하면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배우 역시 논란에 끄떡없는 모습이다. 변우석은 방영 직후 신규 정수기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결론적으로 상업적인 성공이 콘텐츠 완성도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연기나 스토리 측면에서 어설픈 대목이 있는 만큼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은 건 아니지만 대중이 순간순간 좋아할 요소를 많이 갖춘 시리즈"라고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도 "작품 시작 이후는 물론 직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불러온 게 이 작품의 승부 포인트"라며 "대중의 관심을 끈다는 게 상업 콘텐츠에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 부족한 게 보일 수 있지만 영상 완성도 등을 감안할 때 성공적인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21세기 대군부인'이 불러올 경제적 파급효과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2022년 5월 발표한 'K-콘텐츠 수출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이 1억달러 증가할 때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 수출은 1억8000만달러(약 2663억원) 동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 수출액이 1억달러 늘어날 때마다 생산유발효과는 약 5억1000만달러(약 7545억원), 취업유발인원은 약 2982명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첫 방송부터 고궁과 낙화, 국궁 등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전하면서 주목받았다. 실제로 '21세기 대군부인' 방영 직후 SNS를 중심으로 경복궁 등 드라마 주요 배경지에 대한 언급량이 늘어났고, 구글 트렌드 검색에서도 '서울 여행'(Seoul Travel)은 15%, 한복(Korean Royal Costume)은 30% 등 관련 키워드 검색률이 전달보다 증가했다.
이성민 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K-콘텐츠와 소프트파워'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2500명 중 K-콘텐츠 시청자의 72%가 한국 방문 의향을 밝혔다. 비시청자 37%의 2배 수준이다. 이 교수는 "콘텐츠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한 국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팬덤의 '설렘'은 단순 '덕질' 소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움직이는 '덕질 경제'로 자리잡았습니다. K-컬처를 매개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총망라해 대중의 열광이 어떻게 '설레는 소비'로 치환되는지 그 이면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날카롭게 포착하고자 합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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