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사라진 숲, 갈 곳 잃은 너구리

KBS 지역국 2026. 4. 2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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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앵커]

광주 도심 공원에서 유유히 배회하는 동물.

자세히 보면, 너구립니다.

친숙한 이미지이지만 쉽게 만나기는 어려운 너구리, 최근 광주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특히, 숲이 있던 자리에 조성한 공원 주변에서 너구리가 나타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요.

산책하다 너구리를 보고 깜짝 놀란 시민들도 여럿입니다.

갑자기 많아진 너구리,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열 건에서 스무 건을 오가던 너구리 구조 건수, 재작년부턴 2년 연속 쉰 마리 넘게 발견되며 급증하고 있습니다.

별 이유 없이 너구리가 갑자기 많이 눈에 띄게 된 걸까요?

아니면 정말로, 어떤 이유 때문에 광주에서 너구리 개체 수가 늘어난 걸까요?

찾아가는K, 이번엔 도심에 출몰하는 너구리를 김대영 뉴스캐스터가 추적해 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도심 곳곳에서 너구리 출현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 현수막까지 설치됐습니다.

평소 쉽게 보기 힘든 야생동물인 너구리가 왜 도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걸까요.

그 이유를 직접 현장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시민들의 산책 장소로 인기가 많은 광주 풍암동 도심공원입니다.

해가 지고 서서히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한 늦은 오후, 공원 산책로 아래 풀숲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야생 너구리입니다.

털은 듬성듬성 빠져있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면 상태가 좋지 않은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사이 공원 주변에서 너구리를 자주 목격하는 시민들은 당황스럽습니다.

[김민서/광주시 풍암동 : "2023년 겨울부터 보이기 시작했고, 생긴 건 통통하고, 털도 많고, 사람 보면 잘 도망 다니고, 평소에 너구리 보기 힘들었는데 너무 집 주변에서 잘 보이니까 신기하고..."]

또 너구리를 통해 감염병이 전파되지 않을까 걱정도 많습니다.

[최승애/광주시 풍암동 : "(너구리가) 너무 피부병이 심하니까 맨발 걷기는 안 할 것 같아요."]

2019년 5마리에 그쳤던 너구리 구조 건수는 이후 해마다 20마리 안팎으로 증가했고, 2024년부터는 50마리를 넘어서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3년 동안 너구리 구조 건수를 지역별로 보면 광산구가 절반을 넘었고 그 다음으로 서구가 많았습니다.

취재팀은 전문가와 함께 너구리가 집중적으로 구조된 지역을 직접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 "동물이 있으면 눈이 반짝해요. 순간적으로 찾을 수 있어요."]

자주 다니는 길목과 발자국이 확인된 장소에 관찰용 카메라 5대를 설치하고 닷새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접근 센서가 작동해서 실제 몇 마리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볼 수 있어요. 여기에 설치해서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광주 도심 한복판 상무지구 5.18기념공원에 설치된 카메라, 관찰 이틀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눈빛이 보입니다.

한밤중 자신이 다니던 길목을 거침없이 지나가고, 낮에도 유유히 공원을 누비고 다닙니다.

그런데 다음 날 밤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너구리가 서너 차례에 걸쳐 관찰카메라를 흔드는 겁니다.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 "이런 모습은 익숙하지 않으니까 확인하는 거예요. 기계를 코로 툭툭 쳐봐요. 그럴 때 진동 장면이 발생하는 거죠."]

5.18기념공원과 풍암동 생활체육공원에 설치한 카메라 5대에서 모두 너구리가 포착됐습니다.

3년 동안 백20여 마리가 구조됐지만 여전히 도심 공원에 너구리들이 서식하는 게 확인된 겁니다.

이처럼 광주 도심 곳곳에서 발견되는 건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 때문에 도심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너구리 구조 장소와 민간공원 특례사업지가 겹치고, 너구리 구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와 대규모 공원 개발이 시작된 시점과도 일치합니다.

서식지 단절이 한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 "이 지역의 너구리가 점점 모여든다는 것은 역으로 어딘가에서 녹지축이 점점 이동하거나 녹지공간이 줄어들거나 아니면 녹지축의 분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결국은 녹지가 분해되지 않는 이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 효과를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거예요."]

광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올해에도 넉 달 동안 너구리 11마리를 구조했습니다.

구조된 너구리의 50%가량은 개선충에 걸린 채 구조되는데, 대부분 자연 폐사합니다.

[최종욱/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 : "개선충에 너구리들이 걸리면 워낙 탈모가 심해서 체온 조절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겨울잠도 못 자고, 또 편하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도시로 내려오다 보니까 사람들 눈에 많이 띄고 저희나 소방서에 많이 구조 요청이 와서 구조해 오고 있습니다."]

너구리는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턱 힘, 또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 "(너구리에게는) 광견병이라고 하는 1급 전염병이 있어요. 특히 이게 무서운 게 '인수공통감염' 질환이에요. 사람과 야생동물에게 동시에 걸릴 수 있어요. 자치단체에서 표시해 놓은 곳이나 알림판을 붙여 놓은 곳은 가능하면 휴식이 안됩니다."]

너구리는 도심 개발로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면서 먹이를 찾아 이 인근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손에 구조되고 발견되는 건수 역시 잦아지고 있습니다.

도심 속 너구리 출몰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함께, 시민 안전을 고려한 예방 중심의 야생동물 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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