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권’을 넘어 ‘기술애국주의’ 부상 [채재우의 과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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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은 과거 '영토 전쟁'과 달리, 핵심 무기체계 기술을 두고 벌인 '기술 차단 전쟁'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는 "우리의 기술이 적의 손에 들어가 우리를 겨냥하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포와, "독자적 기술 없이는 주권을 절대로 지킬 수 없다"는 생존의 신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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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안보 핵심 ‘개방형 혁신·사람’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은 과거 '영토 전쟁'과 달리, 핵심 무기체계 기술을 두고 벌인 '기술 차단 전쟁'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는 "우리의 기술이 적의 손에 들어가 우리를 겨냥하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포와, "독자적 기술 없이는 주권을 절대로 지킬 수 없다"는 생존의 신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현장이었다. 이제 기술은 국가의 생존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국가안보 자산 그 자체임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전쟁을 통해 단순한 자립을 뜻하는 '기술주권'의 시대를 넘어, 기술을 국가의 명운이 걸린 성역으로 여기는 '기술애국주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기술주권이 "우리 물건은 우리 기술로 만들자"는 식의 '방어적 자립'이었다면, 기술애국주의는 "우리 기술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공세적 신념'이다. 기술주권이 타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경제적 자립의 의지였다면, 기술애국주의는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같은 첨단 기술을 지키는 것이 곧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과거 애국주의가 영토나 상징물에 집중했다면, 현대의 애국주의는 기술을 국가의 안보, 주권, 경제적 번영과 직결된 요소로 보고, 이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을 최우선 국익으로 간주하는 태도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중국의 틱톡(TikTok) 앱 매각을 압박하거나, 일본 정부가 한국의 라인(LINE) 지분 재검토를 요구하거나, 중국 정부가 자국 제품의 애국 소비를 홍보하는 사례처럼, 자국민의 데이터·여론·소비를 움직이는 기술을 '침범받아서는 안 될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심지어 시장에서 자유롭게 유통되는 일반 공산품마저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이다. 미국은 동맹국 중심의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통제해 컴퓨터 연산 능력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무역 전쟁이 아니라, 상대국의 군사적·경제적 부상을 막기 위한 기술적 고사 작전에 가깝다. 상호 호혜적인 글로벌 협력이 가능했던 기술주권 시대는 가고, '우리 편'끼리만 기술을 공유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 블록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애국주의 시대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대체 불가능한 연대'를 구축하는 개방형 혁신이다. 기술애국주의가 자칫 폐쇄적인 '기술 쇄국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진정한 기술 안보는 고립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한국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보적 핵심 기술'을 보유할 때 완성된다. 우리가 없으면 상대의 생태계도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상호 의존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방어다. 둘째, '인적 자본'에 대한 파격적 투자와 예우다. 기술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람이다. 인재 유출을 단순히 애국심에 호소해 막으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 연구 생태계에 자발적으로 머물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보상 체계를 혁신하는 것이 실질적인 기술 안보 정책의 출발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타적이고 맹목적인 충성심을 강요하는 애국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개방·협력·자율·보상에 기반한 탈애국주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기술애국주의가 난무하는 시대에 대한민국의 기술 영토를 확장하고 경제적 번영을 지속하는 길이다.
/채재우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