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분노, “해든이 133일 삶 절반을 학대 살해” 친모 무기징역…친부 형량에 檢 항소

한기호 2026. 4. 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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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살해 ‘해든이 사건’ 1심 선고…친모 무기형
‘학대 방임, 수사참고인 협박’한 친부 4년6월형
재판부 “동기조차 가늠 어려운 학대” 친모 질타
각 적용 혐의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고형량 선고
SBS ‘그것이 알고싶다’ 학대 홈캠 폭로 후 공분
檢 보완수사 거쳐 아동학대 치사→살해로 단죄
친부 10년 구형했던 檢 “상응刑 선고케 항소”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갈무리]


전남 여수에서 생후 4개월 영아 ‘해든이’(가명)를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가 1심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방임한 친부도 해당 혐의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 최상한에 해당하는 중형을 받았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1부(김용규 부장판사)는 23일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해든이 친모 30대 라모씨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고 아동학대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10년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 함께 기소된 남편 정모씨에 대해 징역 4년 6개월형을 선고하고 40시간 아동학대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10년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친부모로서 아이를 안전하게 양육할 무한 책임이 있는데도, 아동은 세상의 전부와 같은 부모의 학대로 생후 133일 만에 사망했다”며 “(아이는) 살아있던 절반 기간인 60일간 학대를 당해 비참하게 사망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피고인들에 대해 “부모들을 비롯한 국민에게 충격과 분노를 줬다.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결과 또한 매우 중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특히 라씨에 대해 “작년 10월부터 19차례에 걸쳐 뒤집기 등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아이의 팔을 잡아 침대에 내던지고, 머리채를 잡아 눕히는 친모의 아동학대 행위는 동기조차 짐작키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처럼 대하면서 분노 표출의 대상으로 삼은 반사회, 반인륜적인 중대범죄”라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살려 달라는 비명으로 들렸다는 어느 시민의 절규가 생생하다”고도 했다. 다만 중형을 선고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논의를 했다”며 “(라씨는) 남편에 대한 불만과 육아 스트레스를 주장했지만 인생의 절반을 학대당하다 사망한 피해아동의 삶을 볼 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친모가 직접) 아기 욕조에 담긴 아이를 구조하려 119에 신고한 점과 참회하는 모습, (여타)범죄 전력이 없는 점, 첫째 아이가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했다.

친부 정씨에 대해선 “아동보호를 위해 조치하지 않았고,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아동학대 상황이 지속되는데도 방임했으며, 성매매하는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동의 사망 원인이 친모의 신체적 학대와 욕조 방치에서 비롯된 만큼 정황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부부 각각의 공소사실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은 라씨의 경우 징역 20년에서 무기징역, 정씨는 징역 1년 2개월에서 4년 6개월까지로 이날 선고된 양형은 최상한에 해당한다.

지난 3월 26일 전남 순천시 왕지동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앞에서 ‘아동학대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모임 해든아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관계자들이 생후 4개월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와 범행을 방임한 친부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라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11시 43분쯤 전남 여수시 자택에서 생후 4개월 아들을 무차별로 때리고, 물을 틀어놓은 아기 욕조에 방치해 다발성 골절과 출혈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8월 24일부터 19차례에 걸쳐 학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피해 아동의 몸에서는 다수의 멍, 장기 출혈, 복강 내 500㏄ 출혈이 확인되기도 했다. 정씨는 아내의 아이 학대를 방치하고, 사건 참고인을 ‘고소하겠다’고 협박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함께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경찰로부터 송치받았지만, 보완수사를 거쳐 라씨를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12일 분량 홈 캠 파일 약 4800개의 영상과 음성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통해 평소 학대 사실, 단순 익수로 보기 어려운 신체 손상 등을 밝혀냈으며 정씨를 직접 구속해 기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순천지원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라씨에게 무기징역, 정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또 부모에게 이수명령 및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라씨는 최후 진술 당시 준비한 쪽지를 읽으며 “아이를 고통스럽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 후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구형대로 선고된 라씨에 대해 항소 시 공소유지에 힘쓰고, 구형에 못 미치는 형이 선고된 정씨에 대해선 항소해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학대 장면 등이 담김 홈캠 영상이 일부 공개돼 ‘해든이 사건’으로 불리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날 순천지원 앞에선 전국에서 아이와 함께 온 수십명의 가정주부 등이 ‘라씨 부부 엄벌’ ‘해든아 사랑해’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해든이 추모 및 아동학대 근절·법 개정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법원 앞 인도에 지난 결심공판에 이어 근조화환 200여개를 설치하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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