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창동, 요즘 왜 다시 가는 걸까

전감비 기자 2026. 4. 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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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역 핵심 상권 위상
도시 쇠퇴하며 활기 잃어
“추억의 거리” 재조명 바람
지속 상권 될지는 아직 미지수
쪽샘길 골목페스타가 열리는 창동의 길목이다. /최은주 기자

약간 땀이 날 것 같은 날씨, 마산 창동 상상길 앞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창원시티투어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었다. 아이의 모자를 고쳐주는 부모,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관광객들 사이로 주말 오후의 풍경이 펼쳐졌다. 길거리를 채운 플리마켓에서는 수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엄마 손을 잡고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은 재잘대고, 옷가게 앞 발걸음을 멈춘 50대 여성은 안으로 들어갔다. 청년들은 휴대폰을 보며 어딘가를 찾았다. 어림잡아 30명이 넘는 사람들은 각자만의 이유로 창동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한 때는 서울 명동만큼이나 사람들이 붐볐던 마산 창동은 지역 핵심 상권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도시가 쇠퇴하면서 서서히 활기를 잃었다. 그런데 요즘 이곳이 다시 사람들이 많는 곳이 됐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2000년대에 태어난 수습기자 2명이 의구심과 호기심을 품고 창동을 찾았다.
창동 상상길 입구 창원시티투어 정류장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최은주 기자

"요즘 장사는 좀 어떻습니꺼?" 엇갈린 상인 반응

창동 상인 대부분은 요즘 유동 인구가 많아졌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먹자골목에서 35년간 분식 포장마차를 운영한 조용자(68) 씨는 "요즘 가족 단위로 사람들이 많이 온다"며 "한 1년 전부터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심 사거리에 위치한 편의점 직원 ㄱ 씨, 문구점 상인 ㄴ 씨 역시 전보다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호떡·음료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상인 ㄷ 씨는 "25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했지만 요즘이 제일 힘들다"며 코로나 시기보다 더 사람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옷 가게 상인 ㄹ 씨 역시 "요즘 사람이 많이 오는지는 모르겠다"며 평소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승제(64) 비자비커피숍 사장은 "예전에는 한 가게가 잘되면 옆 가게도 다 같이 잘됐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창동이 최대 번화가였던 시기에 '상권' 중심으로 사람이 붐볐다면 요즘에는 각각 '가게' 기준으로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부림시장 입구 부근에서 걸어가고 있다. /전감비 기자

'추억의 그곳' SNS 인기

거리에서 시민을 만나보니 특정 가게에 가려고 창동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황영호(32) 씨는 "석쇠불고기 집을 가려고 왔는데 문을 닫았다"며 "창동에 한 번씩 오는 이유는 6.25 떡볶이 때문에, 또 어머님이 고려당 빵을 좋아해서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배민영(42) 씨는 "사그세에 가려고 왔다"며 원래 이곳이 고향이라 자주 온다고 덧붙였다.

카페 '사랑이 그린 세상', 일명 '사그세'는 무한 리필해 주는 식빵과 파르페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요즘 인스타그램, 유튜브 숏폼 등 SNS에서 '추억의 카페'로 재조명되며 인기가 더욱 많아졌다. 전봉선(68) 사그세 사장은 최근 손님이 많아진 걸 느낀다며 "사그세를 오기 위해 창동을 오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비자비커피숍' 역시 누리소통망(SNS)에서 "찐 레트로 감성 카페"로 내부를 촬영한 영상들이 유명해진 가게다. '창동 콩국'도 "숏츠보고 타지에서 왔어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온라인상에서 유명해졌다. 재밌는 점은 SNS를 통해 창동 상가를 찾는 방문자들은 주로 젊은이들이지만 SNS에서 다뤄지는 주 내용은 '추억', '복고', '레트로' 등이라는 점이다. 중장년층은 경험한 추억을 찾아서, 젊은 세대는 경험하지 않은 시절에 동경하며 창동을 찾는 것이다.
비자비커피숍에서 음료를 시키면 종이 계산서를 함께 준다. /전감비 기자

문화예술인들의 작은 꿈틀거림

창동 골목길도 생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부터 창동에 있는 일부 예술인들은 상인과 주민 도움을 받아 쪽샘길 골목을 문화축제 공간으로 만들었다. 예술촌 골목에서 키링 만들기, 그림 그리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운영한다.

쪽샘길 골목페스타를 운영하는 류정림 경남문화예술촌 골목길 대표는 "플리마켓을 하는 날과 안 하는 날은 차이가 난다"며 "보라색 파라솔과 풍선을 보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며 골목길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창동에 사람이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년부터 골목길 문화 축제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주정민(46) 씨는 가족들과 점심 먹으러 왔다가 뒷골목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보여 방문했다. "무료인 데다가 팝콘도 주고 근처에 있는 갤러리도 볼 수 있어 좋다"며 아이들도 행복해하니 좋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이곳을 찾은 김송이(37) 씨도 "창동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식점이 많아서 자주 온다"며 "지나가는 길에 보여서 왔는데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으니 좋다"라고 말했다.
골목 페스타에 참여한 한 아이가 풍선을 기다리고 있다. /최은주 기자

공방을 연지 2년이 막 넘은 한미정 한스베베 가죽공방 작가는 "플리마켓에 볼 게 많지는 않지만, 여러 곳에서 요일별로 열리다 보니 시간 맞는 사람들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작업하던 ㅁ(45) 씨도 "요즘 창동에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느껴진다"며 "5년 전만 해도 사람이 없었는데, 플리마켓이 수시로 열려 구경거리가 조금 생기니까 이것 때문이라도 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창동예술촌 예술학교가 생기면서 수강생들이 많이 온다. 내년이면 창동에 출근한 지 20년이 되는 김경년(63) 창동 아지매는 "수강생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밥도 먹고, 카페도 간다"며 "문화가 사람을 끌어들이며 순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동이 더 나아가려면

정순옥 창동예술촌 대표는 라면 축제와 인공 눈꽃 축제가 사람을 많이 끌어모았던 행사라며 "사람들이 다 어디서 오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왔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창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시나 체험을 기획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원이 많이 끊겨 행사 지속성이 부족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축제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상인들도 활성화되는 것을 느꼈다. 심수현(36) 미즈카모 사장은 "눈꽃 축제하는 주말에 사람들 북적이는 거 보면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지속되지 않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모아이커피로스터스 사장 역시 행사 때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때로 기억했다.

창동 거리는 다시 조금씩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 활기는 아직 거리 전체로 번지지 못한 채, 몇몇 가게와 골목에 머물러 있다. 해가 기울 무렵에도 창동을 오가는 몇몇 발걸음은 이어졌지만, 그 속에서 상권의 완전한 회복을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다시 살아나는 듯 보이는 창동이 '추억의 거리'를 넘어 '지속되는 상권'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 답은 아직 진행 중이다.
시민들이 창동 중심 거리를 거닐고 있다. /최은주 기자

/전감비·최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