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노봉법’ 손 봐야 한다

경북도민일보 2026. 4. 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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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 40여 일 만에 산업 현장에서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드러났다. 편의점 CU의 경남 진주 물류센터 앞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출입 차량을 저지하던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조합원이 목숨을 잃은 이번 사고는 노봉법을 둘러싼 구조적 허점과 노동계의 집단행동 방식이 맞물려 빚어졌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봉법의 제도적 결함이 낳은 안타까운 참사다. 화물연대가 노봉법상 원청과의 교섭 절차조차 밟지 않고 강행했던 점도 이번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노봉법 도입 전부터 제기된 사용자성 기준의 모호함이 현장을 얼마나 교란시키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점에서 하루라도 빨리 노봉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조합원들은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에 납품되는 물품을 운반하는 배송 기사들이다. 개별 물류센터와 계약한 협력 운송사 소속의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화물연대는 법외 노조다. 그럼에도 BGF리테일이 실질적 관리권을 갖고 있다며 파업에 나섰다. 화물 업계가 최근 고유가로 힘들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노조 설립 신고나 사용자성 인정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채 실력 행사부터 선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노봉법이 하청과 특수고용직 등까지 교섭 범위를 넓혀 주는 바람에 노동계가 일단 집단행동으로 사측을 압박한 뒤 사용자성을 기정사실화 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이번 사태는 원청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 지배력'의 개념이 불분명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다. 화물연대는 BGF리테일이 '진짜 사장'이라며 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다단계 계약 구조상 교섭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김민석 총리는 앞서 공공기관의 사용자성 논란과 관련해 법적 보완 필요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조차 갈피를 못 잡는 마당에 민간이 어떻게 혼란을 잠재울 수 있나.

이번 피해는 애먼 편의점주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물류 차질로 일부 점포의 판매대가 비면서 점주들은 생계 위협까지 호소하고 있다. 노동권 투쟁의 여파가 소상공인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데도 집권 여당과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이 참에 노봉법을 손봐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을 넘어선 상황"이라며 선을 긋고 있으나 무책임한 태도다. 예견된 부작용을 외면한 채 법안을 밀어붙인 정부·여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조합원을 개인 사업자나 자영업자로 분류하며 발 빼는 태도는 실질적 지배력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던 법 취지와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더 이상 모호한 법 조항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국회도 사용자성 인정 기준, 원청의 실질 지배력 범위, 교섭 절차와 쟁의 개시 요건 등을 보다 명확히 정비해주길 바란다. 결국 법의 허점이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명확한 사용자성 기준과 실효성 있는 중재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를 미리 막고 산업 현장의 혼란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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