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인천의 미래를 위한 리더의 요건

한 도시의 시장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가 아니라 도시의 방향을 설정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며 미래 세대가 살아갈 기반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인천과 같은 300만 도시를 이끌 시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시장은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기보다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조율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즉, 교향곡의 작곡자보다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여야 한다는 말이다. 시정은 개인의 의지나 감각이 아니라 체계와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인 도시 경쟁력과 정책의 연속성·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시정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경쟁력 축적의 과정이어야 한다.
이러한 시정을 이끄는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시장이 모든 분야에 능통할 수는 없기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각 분야에서 검증된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특정 캠프나 측근 중심의 인사가 아니라 실력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인재를 기용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런 인재들이 모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조직의 수준은 구성원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며, 행정 역시 최고의 인재를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인천시정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보는 안목과 이를 활용하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또한 시장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며 시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적 능력과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능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이다. 개인의 정치적 이익이나 재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쓰일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오늘날 시민들은 화려한 공약이나 보여주기식 사업이 실제 삶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점점 더 잘 알고 있으며, '보여주는 정치'가 아닌 '실제로 작동하는 행정'을 요구하고 있다.
좋은 시장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시민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다. 투표는 단순한 권리 행사가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의무이며, 이를 포기하는 것은 그 책임을 내려놓는 것과 같다.
시민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도시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역이다. 삶의 터전은 쉽게 바꿀 수 없는 만큼, 더 나은 도시를 원한다면 그 도시를 맡길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능력과 철학, 그리고 사람을 보는 안목을 갖춘 리더를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 그것이 바로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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