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 대이작도

기호일보 2026. 4. 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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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피고 지는 그 섬마을 열아홉 순정 담아 기다린 마음
대이작도와 풀등. <옹진군청 제공>
인천섬유산연구소는 매월 인천 앞바다의 여러 섬이 지닌 자연사적 그리고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고, 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정화 및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4월 18일 대이작도 탐사에 동행했다. 이른 아침 서둘러 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은 여러 섬을 찾는, 알록달록 옷차림의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붐볐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별 무리 없이 여객선은 제 시각에 출항했으며 약 두 시간가량의 항행 끝에 목적지 대이작도에 도착했다.

최고령 암석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 수심 얕고 고운 모래 넓은 작은풀안 해수욕장

대이작도는 행정구역상 자월면에 속하는 섬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이 분포하고 만조 때 물에 잠겼다가 간조 때는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모래톱(풀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1960년대 상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섬마을 선생' 촬영지로도 알려진 섬이기도 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대이작도와 서쪽의 소이작도를 합해 이즉도(伊則島)라 했고 「남양읍지」에서는 이작(伊作)이라 했다. 이 명칭은 고려 말, 조선 초에 왜구들이 점거하고 세곡선을 약탈하던 근거지라 해 이적(夷賊) 또는 이적(二賊)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그 근거지는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북쪽 해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최고령 암석(토날라이트 질 편마암).
대이작도 선착장에 도착해 제일 먼저 작은풀안해수욕장을 찾았다. 수심이 얕고 고운 모래가 드넓게 펼쳐져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여느 해안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이곳에는 한반도 땅덩어리의 발달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만큼 학술적 가치가 큰 특별한 암석이 발견돼 지질학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 보고된 최고령 암석은 경기 연천군 일대에 산재한 약 20억 년 전의 편마암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약 25억1천만 년 전에 만들어진 토날라이트 질 편마암이 해안에 널리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암석은 지하 약 20㎞의 깊은 곳에서 열과 압력을 받아 암석 일부가 녹으면서 굳어진 변성암으로, 줄무늬가 우리나라 토종 소인 칡소 문양을 띠고 있어 '칡소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아산 정상 부근의 봉화대.
# 자철석 섞인 '풀등' 자석 대면 쇳가루 붙어

이어 찾은 곳은 바로 작은풀안해수욕장 남쪽 바다,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는 뭍으로 변하는 신기루 같은 모래톱이었다. 마침 사리 때여서 풀등은 드넓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 가려면 주민자치회가 운영하는 작은 어선을 타고 5분가량 물길을 건너야 한다. 풀등의 수많은 모래는 한강을 통해 서해로 유입된 육지에서 기원한 것으로, 해류와 간조 지대 물결에 의해 대이작도 앞바다 해저의 모래가 퇴적돼 형성된 사주(沙柱) 지형에 속한다.

모래톱을 가리켜 이곳 주민들은 풀등 혹은 풀치라고 하는데, 많은 방문객이 건강을 위해 맨발로 모래톱 위를 걷고 있었다. 모래톱 위로는 물결들이 모래를 움직여 만들어낸 빨래판 모양의 연흔(漣痕)이 곳곳에 나타났다. 그리고 모래에서는 검은색 띠 모양이 산재해 있는데 이는 소연평도 자철석 광산에서 유입된 자철석 가루로, 자석을 가져다 대면 쇳가루들이 그대로 달라붙는다.

모래톱 일대는 어패류의 산란장이자 갯지렁이, 갑각류, 규조류 등 저서생물의 서식처로서 생태적 가치가 커 2003년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돼 보존·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방문객 모두는 후손을 위해 모래알 하나라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인근 해역에서 바닷모래 채취로 인해 모래톱의 모래가 유실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1967년 개봉한 영화 '섬마을 선생' 촬영지 계남분교.
# 영화 '섬마을 선생'의 그 분교

풀등을 뒤로 하고 찾은 곳은 섬 최서단에 있는 이작초등학교 계남분교였다. 이곳은 이미자의 노래로도 유명한 영화 '섬마을 선생' 촬영지였다. 영화를 촬영할 당시 주연급을 뺀 영화 속 등장인물 거의가 주민들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곳은 섬 주민들의 애환과 추억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촬영 당시 전교생이 70여 명에 달했던 계남분교는 1992년 문을 닫았으며 현재 빈터에 낡은 건물과 기념 표지석이 남아 있다. 옹진군은 폐교 자리를 매입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복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 번째 방문이지만, 올 때마다 애잔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대이작도 답사의 마지막은 섬 최고봉인 부아산이었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 덕적군도의 모든 섬이 눈에 들어와 이곳이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직감할 수 있다. 조선시대 관청의 수탈을 피해 섬에 숨어 살며 노략질 하던 해적과 왜구들이 활동하던 주무대였다.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우평 회원.
그래서 이곳에 과거 봉화를 올렸던 봉수대를 설치해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고자 했다. 봉수는 낮에는 연기를 피우고 밤에는 횃불을 피워 군대의 이동 상황이나 적의 침입에 대한 정보를 한양에 전해주었다. 5개의 화두(불을 피워 바깥으로 비치게 하는 구멍)가 있는데 지금의 모습은 새롭게 복원한 것이다. 정상에 오르는 길에 대이작도의 대표 명물인 구름다리가 있어 꼭 올라 조망할 만하다.

"최근 인천 섬을 찾는 탐방객이 급증하고 있는데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때 가장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 모든 탐방객이 섬에 있는 돌 하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대하며 섬을 찾았으면…" 대이작도를 떠나는 뱃머리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글=인천섬유산연구소 이우평 회원

사진=인천섬유산연구소 김기룡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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