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위고비 후계자’ 만든다…빅테크, 빅파마와 AI 신약 동맹

이정민 기자 2026. 4. 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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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노보 등 파트너십 잇따라
타깃 발굴 등 초기단계 활용 넘어
설계~상업화 전과정 자동화 추진
개발속도·비용 절감 성과 가시화
해외선 ‘AI가 만든 신약’ 3상 눈앞
韓은 1상 겨우 완료…속도 벌어져

엔비디아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제약·바이오 업계와의 협업을 위한 탐색전을 마치고 빅파마와 신약 개발을 위한 AI팩토리 구축에 돌입했다. 오픈 AI와 구글, 엔비디아 등이 빅파마와 손잡고 신약 설계부터 임상까지의 신약 개발 전 과정에 대한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비만약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신약 개발부터 제조, 상업화까지 전 과정에 AI를 도입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최근 체결했다. 오픈AI 기술을 활용해 노보노디스크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다.

AI를 신약 개발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클로드’ 개발사인 앤트로픽이 바스 나라시만 노바티스 대표이사를 이사로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생명과학을 위한 클로드’를 출시해 임상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달 3일에 AI 신약개발 기업 코이피션트바이오를 4억 달러(약 6000억 원)에 인수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지난해 말 미국 정부와 의료 및 에너지 등의 핵심 분야에서 차세대 컴퓨팅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500억 달러(67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시뮬레이션과 AI 모델링을 결합해 신약 후보 물질 분석을 단 몇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 미 정부 연구소와 제약사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생물학의 기초 문제를 AI로 해결을 시도하면서 신약 개발의 탐색전을 벌여왔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능력을 앞세워 빅파마와 백신 설계와 암 치료제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등 빅뱅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테크가 빅파마와 손잡고 신약 개발에 뛰어들면서 AI 적용 범위도 신약개발 전 주기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타깃 발굴과 후보물질 탐색 등 초기 단계에 제한적으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임상 설계와 환자군 정의, 실패 확률 관리, 후보물질 우선순위 설정 등 후기 의사결정 영역까지 확대되는 흐름이다. 실제로 로슈는 지난달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슈퍼컴퓨팅 플랫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AI 공장’을 구축했다. 3500개 이상의 GPU를 활용하는 대규모 인프라로, 세포 분석과 분자 설계 등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데 활용된다. 이 플랫폼은 연구개발(R&D)을 넘어 제조와 상업화까지 아우르는 AI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현재까지 공개된 제약업계 AI 인프라 중 최대 규모다.

임상시험의 대표적 병목으로 꼽히는 환자 모집 단계에서도 AI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정밀의료 기업 템퍼스는 AI 플랫폼을 통해 암 임상시험 적격 환자를 기존 대비 약 50% 빠르게 선별하는 데 성공했다.

제조 영역에서도 AI 기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실제 생산 공정을 가상 환경에 구현하고 최적의 공정 조건을 사전에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공정 변동성을 줄이고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생산 계획 수립 시간을 90% 단축했으며, 로슈와 화이자 등도 수율 개선과 리스크 대응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시화되는 AI 신약개발 성과는 빅파마와 빅테크의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AI로 설계한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 후보물질 ‘렌토서티브’를 임상 단계에 진입시키며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자체 AI 플랫폼을 활용해 단 46일 만에 후보물질을 도출했고, 타깃 발굴부터 임상 초기 단계까지 약 30개월 만에 진행하는 등 기존 대비 개발 속도를 크게 단축했다. 이 물질은 임상 2a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했으며, 현재 임상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AI가 전 과정을 주도한 첫 신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빅파마의 협력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단일 파트너 중심에서 벗어나 기능별 최적 파트너와 손을 잡는 멀티 파트너 전략이 확산되는 흐름이다. 사노피는 데이터·클라우드 분야에서는 구글,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오픈AI와 포메이션 바이오와 협력해 신약개발 전 주기에 적용 가능한 맞춤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신약 설계 단계에서는 엑스사이언티아, 바이오맵 등 AI 스타트업과 협력하며 파트너십을 세분화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로스아이바이오가 AI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발굴한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PHI-101’의 임상 1상을 완료했을 정도로 개발 상황이 더디다”면서 “국내 대형 제약사 역시 AI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미미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민 기자 mindmin@sedaily.com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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