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열광하던 '1위 일본車' 이럴 줄은…23년 만에 '결단'

양길성/김우섭/김일규 2026. 4. 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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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23년 만에 한국 車시장 철수
친환경차 전략 실패
'한때 수입차 1위' 日 혼다의 몰락

일본 3대 자동차 회사인 혼다가 한국 진출 23년 만에 자동차 사업을 접는다. 이 회사는 전동화 전략 실패로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혼다가 글로벌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혼다의 국내 판매 법인인 혼다코리아는 23일 “올해 말 한국에서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대내외 환경 변화와 환율 변동 사정 등을 고려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혼다코리아는 국내 이륜차(모터사이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 뒤에도 차량 유지·관리, 부품 공급, 보증 등과 같은 애프터서비스(AS)는 최소 2034년까지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2001년 모터사이클 판매를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한 혼다코리아는 2003년 3월부터 자동차를 판매했다. 글로벌 인기 모델인 중형 세단 어코드를 앞세워 수입차 시장에서 최초로 2008년 연간 판매 ‘1만 대 클럽’을 달성했다.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총 10만8600대를 팔았다. 하지만 작년에는 195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선 이번 철수를 글로벌 차원의 사업 구조조정으로 보고 있다.

가성비로 중산층 인기 끌었지만 트렌드 못따라가 국내판매 부진
본사는 작년 69년 만에 첫 적자

2004년 한국에 진출한 혼다는 불과 4년 뒤인 2008년 수입차 판매 1위(1만2356대) 자리에 올랐다. 국내 수입차 중 첫 ‘연간 1만대 클럽’의 영광도 혼다의 몫이었다. 혼다 열풍의 주역은 세단인 어코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R-V. 잔고장이 적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독일 프리미엄 3사(BMW·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혼다는 한동안 수입차 1~2위 자리를 지켰지만, 2015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벤츠와 BMW 등 독일 브랜드가 빠르게 판매량을 늘려가면서 시장점유율이 줄기 시작했다. 게다가 수입차 시장의 중심이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카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혼다는 내연기관 차량에 매달렸다. 인기를 끌만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내놓지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혼다는 전통의 완성차 업체가 친환경차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무너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빠르게 변하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23년 만에 한국 철수

일본의 2위 자동차 브랜드인 혼다가 한국 진출 23년 만에 철수한다. 이날 혼다의 철수 발표는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하면서 “전날 본사 경영진 회의에서 철수가 결정됐다”며 “(혼다의 철수는) 본사의 전체 중장기적인 사업 방향성에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문에서 일하는 직원 30여명은 모터사이클 사업부를 비롯한 다른 부서로 옮겨갈 예정이다. 혼다 측은 3년 전 온라인 직판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딜러사가 부담하는 재고 물량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판매된 자동차의 애프터서비스(AS)는 최소 2034년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혼다는 전국에 18개의 AS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 뒤에도 차량 유지관리와 부품 공급, 보증 등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연 3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혼다코리아가 한국 시장 철수를 선택한 이유는 친환경차 전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서다. 한국은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달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4만1918대로 전체 등록 차량의 26.0%를 차지했다. 1위인 휘발유 차량(30.2%)과 4.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카(32.9%)를 합친 친환경차 비율은 58.9%에 달한다. 혼다는 아직도 순수 전기차를 한국에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분야에서도 같은 일본 브랜드인 도요타에 밀렸다. 작년 전체 판매량이 1951대에 그친 이유다.

 ◇본사는 69년 만에 적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본사 상황도 한국 철수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혼다는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에 최대 6900억엔의 적자를 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등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혼다가 연간 적자를 낸 건 69년만에 처음이다. 혼다는 테슬라와 현대차그룹, 중국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늦게 전기차 전환에 나섰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개발에 착수했다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닥치자 다시 내연기관으로 ‘유턴’ 하면서 적자가 커졌다. 소니와 혼다가 함께 추진해 온 전기차 ‘아필라’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된 게 대표적이다. 북미에서 만들기로 한 전기차 3종 개발도 중단한 상태다.

양길성/김우섭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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