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값 올 60% 상승 … 중동發 쇼크에 철강사 감축부담 커져
올해 '4차배출권제' 본격 시행
EU 탄소관세 시행까지 겹쳐
제조업, 구매비용 27조로 늘듯
친환경 기업엔 신사업 기회도
배출권 외부사업·PF는 호재

올 들어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60% 가까이 급등했다. 정부의 유상할당 비중 확대와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배출권 가격 상승은 탄소 다소비 기업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감축 기술 및 거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는 새로운 시장 기회가 될 전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할당 배출권'을 뜻하는 KAU25의 가격은 t당 1만6600원으로 지난해 12월 30일 1만400원 대비 59% 상승했다. 지난 2월 말~3월 초까지만 해도 1만3000원대를 기록하던 KAU25는 중동 전쟁 여파가 본격화한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탄소배출권이란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정부가 설정한 배출 허용량 내에서 배출권을 할당받거나, 남거나 부족한 양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올해부터 시행된 '제4차 국가배출권 할당계획'이다. 해당 계획은 기존에 10% 수준이던 발전 배출권거래 유상할당 비중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50%까지 상향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배출되는 탄소량은 그대로인데,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던 배출권이 줄어들면 부족분만큼을 반드시 시장에서 유상으로 사와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배출권은 지난해 배출된 탄소를 기반으로 한 배출권이지만, 올해 가을부터 거래될 2026년치 배출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 반영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는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로 화석연료 수급이 불안해지자 석탄 발전 가동률이 높아졌고, 이는 탄소 배출량 증가와 배출권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여기에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됐다. CBAM 시행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산업계 인식 또한 실제 가격 상승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탄소 효율이 좋아서 배출권을 많이 남기는 기업이나, 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에는 배출권 가격 상승이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배출권을 사야 하는 기업들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탄소배출권과 배출권 기반 금융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 전략 등을 수립하는 기업인 후시파트너스의 박종한 상무는 "배출권 가격이 오르기 전에는 탄소를 배출한 만큼 배출권을 채우거나 남는 걸 파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가격이 오를 거라고 보는 기대심리 때문에 배출권을 묶어두고 좋은 가격에 팔려는 수요나 미리 배출권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출권 외부사업'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가 직접 공정 등에서 배출권을 줄이지 않고, 외부에서 생산한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서 배출을 상쇄하는 사업이다. 조기성 현대차증권 인프라투자팀 책임매니저는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보다 원활해지고, 외부사업 인증실적(KOC)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탄소 다소비 산업인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4차 계획기간 배출허용총량이 약 17% 축소됨에 따라 배출권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발전 부문 유상할당 확대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이중 부담이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인협회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계획에 따른 기업들의 배출권 구매 총부담이 약 27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상무는 "배출권 가격은 1만6000원 정도를 저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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