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勞에 경영참여 허용 노란봉투법, 기업지배구조 무너뜨려”

강현철 2026. 4. 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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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경영진·주총 권한 형해화… ‘新러다이트 운동’ 초래할 것
사용자범위 확대하면서 실질적 지배력 인정요건 빠진 부실 입법
살라미 조항으로 노조에 무한 면책특권 부여해 불법 파업 조장
쪼개기 교섭허용은 교섭창구 단일화정신 훼손, 산업계 이전투구
국가와 정부, ‘노사 대등성’ 실현 위해 엄정한 중립 의무 지켜야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동욱 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영상의 결정사항을 노사 교섭대상으로 인정한 노란봉투법(노봉법)은 노조가 파업권을 무기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노조의 경영 행위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도 묻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사회, CEO(최고경영자), 주주총회 등 기업의 지배구조를 형해화하는 것이죠.”

23일 서울 서대문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만난 박지순(60)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노봉법’이 부실 입법의 전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노봉법은 원청과 협력업체로 이뤄진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최근 현대차 노조의 로봇 도입 반대에서 보듯 21세기판 신(新) 러다이트‘ 운동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러다이트 운동은 자본주의 초기에 발생한 기계파괴운동이다.

박 교수는 노봉법이 순수 법리적 측면에서도 계약 당사자가 아닌 원청에 하청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강제하는 문제가 있다며 원청을 상대로 직고용을 요구하는 하청 근로자들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사용자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도 사용자 판단의 기준이 되는 ‘실질적 지배력’의 구체적인 요건은 빠져 있다며, 원청이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면 ‘사용자성’ 인정의 근거가 되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모법이 아닌 시행령에 교섭 단위 분리 조항을 넣어 쪼개기 교섭을 허용했다며 대법원 판례의 교섭창구 단일화 정신을 훼손하고 산업계를 진흙탕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봉법이 노조가 불법 파업으로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 무제한 면책 특권을 줬다며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유지돼왔던 노사 간 균형이 노측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바뀌었다며 국가와 정부는 노사 간 대등성 실현 위해 엄정한 중립 의무를 지켜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AI(인공지능)·디지털 시대 노동법은 ‘노동 4.0’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기업들도 노동문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국내 노동법 및 사회보장법 분야의 권위자로, 부산 성도고를 나와 고려대 법대와 동 대학원에서 학석사 학위를 땄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노동법이론실무학회장, 한국사회보장법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옛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의 합리적 중재안을 제시해왔다. ‘노동법강의’, ‘사회보장법’, ‘통상임금의 이해’ 등의 저서가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교수님께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를 개정한 일명 노란봉투법을 “모호한 개념으로 산업 현장의 분쟁을 야기하는 나쁜 입법의 선례”라고 강하게 비판하셨는데, 가장 심각하게 보시는 법적 결함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랑봉투법은 부실 입법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법의 목적은 복잡하고 무질서한 사회의 질서를 세우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정반대로 부실 입법이 되다 보니 오히려 불안정성을 더 초래한 게 됐습니다. 순수 법리적 관점에서의 문제가 하나 있고, 또 노동과 산업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법리적에서 본다면 단체교섭은 원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절차입니다. 근로조건은 계약의 내용이죠. 근로계약의 내용은 개인 대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우리 헌법에서는 (노사 간) 대등성이 없으니 공정한 계약 내용을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근로자들이) 단결해 집단적으로 계약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겁니다. 이게 노동 3권입니다. 노동 3권의 핵심은 근로조건의 향상, 근로계약의 내용을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뭉쳐 사용자와 협상해라는 취지입니다. 그 핵심은 계약 내용, 즉 근로계약이나 도급계약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원청은 제3자이지 계약 당사자가 아닙니다. 계약 당사자가 아닌데 근로계약의 내용을 어떤 권한으로 정하라는 이야기인가요. 하청 근로자가 고용주인 하청업체와 교섭하고 임금을 인상하든지 근로시간을 결정하든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하청업체 뒤에 있는 원청을 끄집어내 원청이 진짜 사용자니까 원청과 결정해라 이렇게 노란봉투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하청 근로자의 고용주인 하청업체는 사라져 버려요. 하청 근로자가 원청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하청 근로자는 한편으로는 고용주인 하청업체를 상대로 권리를 갖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을 상대로 또 권리를 갖게 되는데 이게 법리적으로 설명이 안됩니다. 앞으로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직접 고용 청구소송이 봇물을 이룰 겁니다. 종잡을 수가 없는 불안정한 상황이 돼버리는 거죠. 유럽 등에서 이런 문제가 안 생기는 이유는 사용자 단체와 근로자 단체 간 산별 교섭이기 때문입니다. 근로자 단체는 산별 노조이고, 산별 사용자 단체 안에는 원청도 들어가고 하청업체도 회원으로 들어갑니다. 회원들이 전체 의사를 집약해 같이 교섭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하청업체 없이 원청만 상대로 교섭을 하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하청업체는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된 겁니다. 하청업체는 형해화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게 되는 거죠. 원하청 관계가 원청 하나만 남는 그런 결과가 돼버립니다. 이는 법 논리적으로 상상할 수가 없는 겁니다.”

- 노동과 산업의 관점에서 문제는 뭡니까?


“노란봉투법이 경영권을 (노사 간) 교섭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사업 경영상의 결정도 교섭 대상으로 인정해버린 겁니다. 앞으로는 경영상의 결정에 해당되는 경영권 사항을 노조와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해라, 만약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파업 대상이 된다고 한 것입니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안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이 어디 있겠습니까? 회사라면 이사회가 있고, 주주총회가 있고, C(Chief) 레벨로 부르는 경영자들이 경영에 책임지는 의사결정 구조가 있습니다. 경영에 실패하면 이사회나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주주들도 재산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법도 이사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시켰고, 주주총회의 권한도 확대시켰습니다. 이는 강행규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노조가 경영 결정에 대해 교섭을 요구한다면 누가 진짜 결정권자인가요? 이사회가 결정권자인가요, 주총이 결정권자인가요? 아니면 노조가 결정권자인가요? 이사회에서 결정한 걸 노조하고 합의해가지고 뒤집을 수 있나요? 아니면 추인을 받아야 되나요? 노조는 무슨 권한으로 그걸 결정할 수 있나요? 그리고 만약 경영에 실패하면 노조는 거기에 대해 무슨 책임을 지나요? 경영에 실패해 주가가 떨어지면 노조는 자기 재산으로 회사 주주들한테 배상을 하나요? 그렇지 않죠. 이런 법은 처음 보는 거죠. 그래서 (전통적인 노동법에서) 순수한 근로조건의 영역과 경영의 영역을 분리시켜 놓는 거거든요. 경영 참여에 대한 근로자들의 욕구가 점점 커지는 건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하지만 이는 교섭의 영역이 아니라 별도의 장치나 제도를 통해 근로자들의 의사가 경영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노사협의회나 유럽에서 운영하는 종업원평의회가 될 수 있습니다.또는 근로자나 종업원들의 추천을 받은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한다든가 이런 방식으로 경영 참여를 실현하는 거지 단체교섭으로, 파업 쟁의권으로 경영권에 참여하는 것은 세상에 유례가 없는 제도인 거죠.”

-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표현으로 사용자 범위를 무한정 넓힌 것은 민법상의 계약 원칙과 충돌하는 것은 아닌가요?


“근로자들이 일을 하다 보면 원하청 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근로자들이 일하는 작업 공간이 원청이 마련해 놓은 것일 수도 있고요. 원청이 마련한 작업장의 시설 관리 책임에 대해선 원청에 배려 의무라든가 보호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죠. 민법상으로도 그런 정도의 책임을 물릴 수가 있습니다. 시설 장비 기계 도구 원료 등 물권적 책임 소유권이라든가 점유권이라든가 여기에 기초한 관리 책임은 원청이 가지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책임의 범위를 확대시켜 계약 관계가 없는데 계약 조건에까지 책임을 져라는 것은 계약원리에 완전히 상반되는 겁니다. 계약책임을 물으려면 계약관계가 전제돼야 합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근로조건에 대해 책임을 져라, 교섭 의무가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거죠.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표현은 극히 모호하고 불명확한 개념입니다. 원래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표현은 결과적인 평가 개념입니다. 이러이러 해서 둘 사이에는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다라는 평가를 내리는 개념인 겁니다. 평가 개념이지 구체적인 요건 사실이 아닌거죠. 그러니까 이런 게 있으니 너는 사용자야 이게 아니라 a, b, c, d가 있으니 너는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돼 사용자야라는 결과적인 개념인 겁니다. 그렇지만 노란봉투법에는 무엇이 실질적 지배력인지가 빠져 있습니다. 이게 가장 큰 결함입니다. 노란봉투법 제정의 모티브를 제공한 건 2010년 대법원의 현대중공업 사건 판결이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원청이 하청과 서로 다른 주체인데도 불구하고 하청 근로자에 대해 고용주처럼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담했으므로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원청이 하청) 고용주와 동등한 권한과 책임을 행사했느냐 안했느냐가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에는 이게 싹 빠져 있습니다. 고용주 수준의 권한과 책임 그게 뭘까요? 지시 명령이죠. 배치 결정, 임금 결정 등 그게 고용주와 동등한 권한과 책임이잖아요. 사실 현대중공업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은 하청이 아닌 파견처럼 본 거예요. 역사적으로 이 대법원 판결에 벤치마크 모델이 된 판결이 1995년 일본 아사히 방송 사건에서 최고재판소의 판결이었어요. 방송엔 협업하는 각종 하청업체들이 있습니다.PD를 중심으로 방송 작가, 조명 등 여러 하청 그룹들이 셋업돼 있잖아요. 이 그룹들은 방송사 PD의 지휘 감독 체계 안에 있습니다. 파견인 거죠. 이걸 보고 일 최고재판소는 방송사가 사실상 고용주처럼 권한과 책임을 행사했다고 해서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는 표현을 처음 썼어요. 그걸 우리 대법원이 현대중공업 사건 판결에서 같은 맥락에 썼는데, 노란봉투법에선 그런 표현들이 싹 다 빠지고 그냥 실질적 지배력만 쓴 겁니다. 그럼 뭘 가지고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하라는 거죠? 지금 불법 파견은 직접고용 대상입니다. 정상적인 도급 계약이라면 어떻게 원청이 고용주처럼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겠습니까? 말이 안 되는 거죠. 이런 점에서 (노란봉투법은) 견강부회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아니 실질적으로 지배하면 당연히 사용자가 맞습니다. 하지만 어떤 조건 하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는지 그 조건이 있어야 하는 거죠. 법률은 그 조건을 요건이라는 이름으로 규정합니다. 형법에서는 그게 일종의 (범죄의) 구성요건인 겁니다.”

-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노란봉투법을 만든건 대법원 판례에 근거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엉터리임을 이해할 수 있겠군요. 독일의 경우 노사협의회가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노란봉투법이 명시한 ‘사용자성 확대’가 독일식 모델과 유사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독일의 노사협의회는 종업원평의회라고 부릅니다. 평의회는 같은 사업에 소속돼 있는 근로자들이 모두 참여해 직접 선거를 해서 대표자를 뽑는 겁니다. 노조와 상관없는 조직입니다. 노조와 관계가 없으니 당연히 파업권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업에 소속된 모든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그 사업에 관련된 경영 사항에 대해 사용자와 함께 결정하는, ‘코 디터미네이션’(Co-determination)이라 부르는 공동결정을 하도록 한 경영 참여 제도입니다.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산별 교섭 제도가 일반화돼 있습니다. 산별 그러니까 업종에서 근로조건, 예를 들어 임금 인상률, 근로시간, 휴가 기간 등 큰 틀만 결정하는 겁니다. 세세한 복리후생, 보너스 성과급 이런 것들은 각 기업의 지급능력과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종업원평의회를 통해 디테일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노란봉투법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 중대재해처벌법상 원청의 안전관리 의무가 오히려 노란봉투법상 ‘사용자성’ 인정의 근거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불법 파견 소송과 오버랩이 되는데요.원하청 관계가 법정 소송이 된 첫 번째 영역이 불법 파견 소송이었습니다. 이때도 원청이 제일 하소연을 많이 한 부분이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 그러니까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이었습니다. 산안법에선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계속 강화시켰습니다. 안 지키면 처벌이 따르니까 하청 근로자들에 대해 원청이 거의 사용자처럼 안전 책임을 진 겁니다. 그런데 법에서 지키라고 해서 지켰는데 나중에 이것 때문에 또 고용주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때 노동부에선 산안법상 의무를 했다는 이유 때문에 불법 파견으로 가는 것은 막아준다며 파견 도급의 매뉴얼에 산안법의 의무를 다했다는 이유로 불법 파견이 되는 건 아니다라는 조항까지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상황이 비슷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하청 근로자가 원청의 사업장 안에서 일을 하다 발생한 사고는 원청이 책임을 지는 건 맞습니다. 하청 근로자의 생명이나 안전은 원청의 근로자하고 다를 바 없거든요. 그런데 하청 노조가 안전에 대해 사용자성을 확보한 다음 협상 테이블에서 원청에 자기들이 원하는 임금 성과급 이런 걸 꺼냅니다. 원청 입장에서는 이게 황당한 거예요. 안전 문제만 이야기하면 되는데 전혀 다른 걸 꺼내가지고 교섭을 결렬시켜 버립니다. 원청이 그걸 받아줄 수는 없는 거죠. 그러면 하청 노조는 협상을 결렬시키고 파업에 들어갑니다. 또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안전 문제는 원청의 직영 근로자나 하청 근로자 또 A업체 B업체 C업체 등 하청업체별로 교섭 단위를 분리해 다룰 이유가 있을까요?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임금 결정하는 식의 교섭 영역은 아니잖아요. 우리 산안법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라는 게 있습니다.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원청 근로자만 참여하지 말고 하청 대표, 하청 근로자들도 참여해 그 영역에서 문제를 풀도록 하는 게 맞는 거죠. 이와 관련해 노동법 용어는 아니지만 ‘세이프 하버 룰’(Safe Harbor Rule)이라는 게 있습니다. 명시적 제외 규정이죠. 이런 룰을 만들어 안전문제는 교섭 안건에서 분리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산업안전을 경시하라거나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더 큰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는 겁니다.”

- 교섭단위 분리 결정으로 원청이 여러 하청 노조와 개별 교섭해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쪼개기 교섭’이 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우리의 전통적인 기간산업들은 오래전부터 원하청 협력 관계가 발달해 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중후장대형 기간산업들은 원청 혼자 감당할 수가 없어요. 원가가 엄청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애플 같은 경우는 아예 생산 자체를 전부 폭스콘으로 넘겨버린 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세계적인 경쟁 체제에서 원가 절감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켜 온 겁니다. 그리고 또 역설적이지만 이를 통해 고용을 확대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원하청 구조가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이뤄왔던 것이죠. 이런 산업 생태계를 포기할 시점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지금은 원하청 구조를 질적으로 개선하고 더 발전시켜 나가야 될 때입니다.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통해 하청업체에서도 청년들이 흔쾌히 선뜻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 것이죠.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원청의 단일 선단체제로 가라는 식입니다. 노란봉투법이 하청들의 쪼개기 교섭구조를 난립시키는 쪽으로 하게 되면 원하청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켜 왔던 장점들이 다 죽어버립니다. 교섭 비용이 늘 수밖에 없고, 어느 한 군데에서 고장이 나면 전체가 고장 나버리는데 이 생산 중단의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원청으로서는 아예 하청 구조를 없애거나, 외부화시키거나, 해외로 이전시켜 버리든가, 인공지능(AI)으로 전환시켜 버리든가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노동과 산업을 어떻게 연계시킬지 고민하지 않고 따로 국밥처럼 별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경제 정책과 노동 정책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민주노총 출신의 노동운동가가 노동부를 이끌게 되면 노동 문제를 경제와 분리시켜 경제를 도외시하고 갈라파고스로 가는 거 아니냐 우려가 많았는데, 본인이 실용주의로 가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작 나타나는 결과는 산업과 노동을 분리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노랑봉투법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쪼개기 교섭이 가장 우려스런 부분이었어요. 교섭 단위 분리, 쪼개기 교섭은 노란봉투법 제정 뒤에 나타난 시행령 개정에 담겨 있습니다. 당초 시행령에 교섭 단위의 분리를 최대한 억제하고 통합시킴으로써 노란봉투법의 문제점을 보완해주지 않을까 기대가 있었는데 오히려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서 더 쪼개는 쪽으로 가버린 겁니다. 이건 말이 안됩니다.노조법이 복수 노조를 허용했지만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은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의 합헌성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교섭 창구 단일화를 통해 노사관계의 안정 그리고 근로 조건의 통일적인 개선이 중요하다라고 인정한 겁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대에는 다시 이걸 다 쪼개서 모두가 진흙탕 속에서 이전투구하라는 겁니다. 교섭 창구 단일화 정신을 아무런 공감대나 사회적 합의 없이 시행령을 살짝 바꿔 훼손하는 건 월권이죠.그렇게 할 거면 법을 바꿔야죠. 이건 대단히 큰 입법적 실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섭 단위 분리로 수많은 하청 노조와 동시다발적 교섭이 가능하게 되면 교섭 비용 증가는 명백한 현실이 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전체 생산 공정이 마비될 가능성이 훨씬 커질 것입니다.”

-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개별 손해배상 책임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셨는데, 이는 우리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 아닙니까?


“손해가 발생한 곳에 책임이 있는 거고, 원인을 제공한 자가 부담을 하도록 만드는 것, 이게 사회가 굴러가는 기본적인 질서입니다. 이 질서가 깨어지는 순간 난장판, 아노미가 되는 겁니다. 손해를 발생시키고 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18세기에 미국 서부 황야의 무법천지도 아니고 이렇게 되면 법 질서가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는 거죠. 이를 우리 노사 관계로 국한해 본다면, 불법 파업을 통해 사용자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더 클 텐데 누가 조심스럽게 절차를 밟아가면서 합법적인 파업을 지키려고 노력을 할까요? 면책이 되는데. 결국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 조장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가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서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고, 누구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치외법권 지역이 돼버리는 이 권한은 누가 준 것이죠? 헌법에도 그런 건 없습니다. 헌법도 법질서가 부여한 범위 안에서 노동 3권을 행사하라는 것이지 위법하게 노동 3권을 행사해도 좋다는 그 어떠한 면책 특권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이건 나가도 너무 나간 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그 대가가 너무 커 손해배상 책임을 다 하다 보면 근로자 가정의 생계가 파탄날 수가 있죠. 그런 부분에 대해선 사회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느냐는 고민을 할 수는 있습니다. 민법에도 불법 행위 책임이 있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이 너무나 심대하다면 법원의 판결을 받아 손해배상 책임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란봉투법에서 만들어 놓은 면책이라는 것은 사실상의 무책임입니다. 전면 책임 감면 이건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법제가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우려가 큰 거죠. 흥미로운 점은 이겁니다.노조법 2조가 사용자 개념, 노동쟁의 개념 영역입니다. 손해배상에 관한 것은 노조법 3조죠. 그런데 2조의 사용자 개념, 사용자성 판단 기준인 실질적 지배력이 너무나 모호하다고 비판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3조 손해배상 감면 규정은 이와 정반대로 너무나 정교하게 규정돼 있습니다. 노조에게 필요한 것은 너무나 정교하게 규정돼 있고, 노조한테 불리한 건 너무나 모호하게 만들어놓은 것이죠. 3조의 구조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우선 정당한 쟁의 행위 노조 활동은 면책이 대원칙입니다. 다음 제2원칙으로 사용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보복적 불법 행위는 면책입니다. 세 번째 만약 불법 행위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경우에는 책임 비율에 따라 인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수용할 수가 있습니다. 네 번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법원에 배상액 감면 청구가 가능합니다. 이제 여기서부터 잘려져 나갑니다. 법원은 배상액 감면 청구가 들어오면 근로자나 노조의 재산 상태를 감안해 감면하도록 판결을 내려야 됩니다. 그 다음 다섯 번째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존립이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또는 조합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안 된다고 돼 있습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다 조합 활동 방해하는 것이 되겠죠. 아예 청구를 못하게 돼 있습니다. 여섯 번째 가 압권입니다. 뭐라고 돼 있냐면 사용자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할 수 있으면 면제해라.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배임죄가 될 수 있는데 배임죄가 인정되지 않도록 해줄게라는 겁니다. 이렇게 살라미처럼 (노조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있게 정교하게 규정돼 있습니다.사용자성 인정 기준도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면 아마도 비판이 좀 줄지 않았을까요.”

- 선진국에서도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사례가 있나요? 노란봉투법의 손배 제한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지 궁금합니다.


“파업이 발생할 경우에는 근로자는 조업만 중단할 뿐이지만 기업이 입게 되는 손해는 대부분 막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반도체 기업이 파업한다면 그 손해액이 막대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자동차, 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 조나 되는 손해를 종업원들이 다 배상할 수 있을까요? 못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재산적 파탄 상태가 날 수밖에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나라든 간에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범위에 대해 일정한 상한을 두거나, 노조와 사용자가 단체교섭에서 손해배상 범위를 자율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한액을 법으로 정하거나, 단체협약으로 정해두는 겁니다. 그렇지만 완전 면책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면책을 하면 불법 파업이 조장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용자 측은 단체협상에서 반대 급부 그러니까 향후 불법 파업이나 불법 쟁위 행위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합니다. 이런 것들이 협상인 거죠.”

- AI와 자동화의 도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기술 혁신이나 디지털 전환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요?


“경영상의 결정 사항이 쟁의의 대상이 되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역이 AI와 자동화입니다. 최근 현대차의 아틀라스 로봇이 논란이 됐었죠. 이 로봇이 생산 현장에 투입되는 건 노조에서는 막아야 될 상황이 되는 거죠. 로봇을 투입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받아라는 게 이슈가 됐고, 대통령까지 나서 거대한 수레 바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까지 했습니다. 이게 노란봉투법의 또다른 딜레마입니다. 노란봉투법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도 노동쟁의에 들어왔습니다. 만약 로봇이 도입되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노조에선 아예 예방적으로 도입 여부 자체를 우리 동의를 받고 해라 이렇게 나온단 말이죠. 노동부의 해석 지침에 따르면 이는 교섭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2030년 이후에는 로봇에 의한 ‘다크 팩토리’가 전면화될 텐데 우리나라만 ‘러다이트 운동’, 그러니까 기계파괴 운동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이러면 경쟁이 되겠습니까? 외국 경쟁사 한 공장에선 100만 대씩 생산할 텐데 우리는 20만~30만 대씩 생산해가지고 경쟁이 안 되겠죠. 이건 공멸입니다. 딜레마가 여기서 발생하는 거죠. 바로 이 지점 때문에 노란봉투법은 사실상의 ‘신(新) 러다이트 운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는 로봇 도입을 끝까지 반대할 거고 회사 입장에서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니까 로봇 도입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러면 노사 협상이 결렬되고 파업이 일어날 겁니다. 옛날처럼 (기계를) 때려 부순 러다이트가 아니라 생산 시설을 점거하는 것 자체가 러다이트가 되는 거죠. 이런 맥락에서 보면 노란봉투법이 우리 산업의 미래를 담보하는 장치가 될른지 아니면 우리 산업을 다시 100년 전, 50년 전으로 퇴보시키는 법이 될른지 답은 뻔하지 않습니까? 세계 어느 나라도 경영권에 직접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노동권이 작동되게 하진 않습니다. 노사가 대화를 통해 로봇이 되입되더라도 어떤 조치를 통해 계속 고용이 가능하게 만들지, 그러려면 어떤 새로운 직업훈련과 전환 배치가 필요한지, 그리고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강화시킬지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데 경영상 결정에 파업이라는 무기를 줘버리니까 노조가 무기를 안쓰면 조합원들이 그 노조를 가만히 두겠습니까? 현재와 미래의 노사관계에서 노란봉투법이라는 수단은 맞지 않습니다. 대화와 타협, 상생을 위한 수단들은 많습니다. 예를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 탄소 중립 등 환경(E)을 많이 얘기하는데 S, 사회적 지표는 노동 인권의 영역이잖아요. 이는 자사 근로자뿐 아니라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포괄합니다. EU(유럽연합)에서도 공급망 실사법을 만들어 2028년부터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동, 인권, 최저임금, 근로시간, 자유 교섭권 등 소위 ILO(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관련된 것들을 실사해 위반하는 게 있는지 없는지를 공시하도록 하는 등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감시가 훨씬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으로도 앞으로 원청의 책임이 커지고 있는 거예요.이를 우리가 쫓아가는 것도 버거운 일인데 여기에 한 술 더 떠 파업권까지 줬단 말이에요. 제가 볼 때는 너무나 아마추어 같은 짓입니다.”

- 공기업과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김민석 총리는 정부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에 대해 법적 보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민의힘도 노란봉투법의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지금이라도 보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지금이라도 정교하게 보완 입법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총리는 정부만 이야기했어요. 그 말씀은 법을 개정해 정부만 빠져나가고, 민간은 계속 진흙탕 속에 남겨두겠다는 이야기 아니에요. 실수나 문제의 시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길이기 때문에 그런 시행착오를 빨리 인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면 약이 될 수가 있죠. 그런데 쉽지는 않습니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한 번 가지게 된 권리에 대해서는 강고한 보호 심리가 있습니다. 노동법은 한 번 만들어지면 다시 돌리기 어렵다라는 비가역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만들 때 잘 만들어야 되는 겁니다. 심사 숙고하고 여러 번 시뮬레이션 돌리고 그래야 되는데 노란봉투법은 그런 과정 없이 졸속으로 만들었습니다. 법 자체를 돌리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사용자성 판단 기준, 그러니까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할 수 있는 요건을 시행령에라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노동부의 행정 지침이나 해석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행정부의 해석 말고 시행령에 담아야 합니다. 통상임금도 모법에 정의 규정이 없습니다. 시행령이 사후적으로 정의 규정을 둬서 법원이 어느 정도 그걸 적용하고 있듯 시행령을 통해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원청이 어디까지 교섭을 해야 하는지 , 고용주인 하청업체하고 선을 명확히 그어줘야 합니다. 원청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 법적 분쟁이 얼마나 크게 발생하겠어요. 그리고 안전은 교섭이 아니라 원하청이 함께 ‘세이프 하버 룰’ 같은 걸 만들어가지고 명시적 제외 기준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밖에 노동 쟁의 범위로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너무 넓게 해석하지 않도록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한 교섭 단위 분리는 반드시 재개정해야 합니다.”

-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추정제’ 도입과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이런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파급 효과가 굉장히 큰 정책들인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책들을 추진해 걱정이 많습니다. 근로자 추정제는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때문입니다. 21세기 노동시장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블루 칼라와 다른 자유로운 직종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게 특징입니다. 유럽에서는 이를 ‘유사 근로자’, ‘준 근로자’로 부릅니다. 이는 전통적인 노동법 영역이 아닙니다. 전통적인 노동법은 블루 칼라법인 것이죠. 전통적인 노동법하고는 결이 다른 그런 제 3지대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디지털 기술까지 급속하게 발전하니 플랫폼 종사자들이 더 확대돼가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 그룹들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유일하게 산재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사회안전망만 일부 작동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에 어떤 내용까지 들어가야 되는지, 당사자 사이에 만약 계약 해석을 둘러싸고 분쟁이 생기면 이걸 어떻게 풀어야 되는지 규정이 일체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제안된건데, 이걸 근로자 추정제하고 같이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서로 충돌이 되는 거죠. 기본법은 디폴트 값으로 적용되게 만들어준 겁니다. 여기서 만약 근로자성을 주장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고 싶으면 근로자라는 걸 입증해 가지고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 되는데 법이 없으니 추정제니 뭐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그러나 이 두 개를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또한 어떻게 두 개가 양립할 수 있을지가 상상이 안됩니다. 근로자 추정제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법을 벤치마크한 건데 미국은 아시다시피 노동법이 유연해 고용도 자유롭고, 해고도 자유롭고, 근로시간 적용 예외도 많기 때문에 근로자로 추정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우리나 유럽은 보호 규정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래서 특고라는 영역이 나오게 된 겁니다.이 특고들을 보호하는 법을 유럽은 많이 만들었어요. 우리는 지금 그 모델을 따라가자는 거고. 그러니까 여기에는 추정이라는 제도가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근로자 추정제를 만들면 특고법이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근로자로 다 추정해 버리는데 뭐 하러 특고법이 필요해요. 두 번째 문제는 추정이라는 게 일단 근로자로 인정하고 사용자 측에서 반증을 하면 인정해 준다는 거거든요. 하지만 반증이 어려워요. 회사의 인사팀이나 법무팀이 데이터들을 꼼꼼하게 관리해야 되거든요. 이를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할 수 있겠습니까? 추정제를 하면 그 피해는 결국 중소기업에 미칠 겁니다.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대폭 인상한 피해는 소상공인들이 가장 많이 입었죠. 비정규직을 2년으로 제한하니 청년 등 취업 약자들만 피해를 입었습니다. 추정제를 만들어 놓으면 자영업이나 프리랜서라도 취업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려 하면서 고용영향평가 한 번 받아본 적 있나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사업주들이 어떤 부담을 입는지 한번 평가해 본 적 있냐 이거예요.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이 제도에 부담을 느끼는 고용주들이 사람을 안 뽑게 돼요. 그러면 노동시장이 또 경직화되겠죠. 그러면 일이 필요한 사람들한테는 일자리가 더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겠죠. 저는 이게 이해가 안 돼요.”

- 미국은 파업 시 대체근로를 폭넓게 허용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춥니다. 우리나라는 대체근로가 엄격히 금지된 상태에서 노란봉투법까지 도입돼 노사 균형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건 아닌지요?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 40시간, 휴가 며칠 같은 최저 기준을 제시하고, 노조법은 수단을 주는 겁니다. 최종 합의 사항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거고, 최저 기준 이상만 되면 국가가 개입 안 하는 겁니다. 노조법은 노사 간 대등 교섭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을 주는 겁니다. 대등 교섭이 핵심입니다. 교섭의 규칙을 정해주는 거예요. 만약 게임의 룰이 기울어지면 게임의 결과가 공정해질까요? 누구도 동의할 수 없겠죠. 그러면 시장에서 반응이 일어납니다. 대한민국에서 기업하는 거는 굉장히 불리하다, 해외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그래서 노란봉투법이 위험하다는 겁니다. 국가와 정부는 노사 간 대등성 실현을 위해 노조법과 관련해 엄정한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국가의 중립 의무는 우리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대원칙입니다. 한쪽으로 기울면 국민 경제 전체가 불균형이 생겨버리는 거죠. 노란봉투법이 만들어지기 전 우리에게도 하나의 원칙이 있었습니다. 사용자한테는 부당 노동행위 처벌, 대체근로 금지 그리고 노조에겐 기업별 교섭 하에서 교섭 창구 단일화, 폭력 금지, 민사상 손해배상 형사처벌 등이 그것입니다. 또한 순수한 근로 조건에 대해서만 교섭해 경영권이 침해 안되게 밸런스를 어느 정도 맞춰놨어요. 그런데 갑자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쟁의권 영역이 경영권으로 확대돼 버렸습니다. 단체교섭 위반했다고 보복 쟁의 행위도 가능해지고 손해배상 면책 조항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노사 균형이 기울어져 버린겁니다. 거기다 원하청 쪼개기 교섭까지 늘어나 원청 입장에서 내가 사용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법적으로 명확한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는 대체 근로를 인정해 주도록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 진정한 의미의 ‘노사 대등성’은 어떻게 확보될 수 있습니까? 그리고 교수님께선 ‘노동 4.0’을 주창하셨는데 어떤 내용인지요.


“노동법의 역사는 산업혁명 즉 과학기술의 발전, 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합니다. 19세기 1차 산업혁명 증기기관이 발명이 됐을 때 노동법이 탄생됐어요. 그때 노동법은 장시간 노동을 막아주고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만들어주며, 사회안전망을 갖춰주는 내용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근로기준법이에요. 이게 ‘노동 1.0’입니다. 그다음에 2차 산업혁명, 전기혁명으로 컨베이어 벨트의 대량 생산 체제가 만들어졌어요. 대량 생산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노조 활동도 쉽게 됐습니다. 기업 단위에서 단체협약을 통한 근로조건 개선이 제도화되기 시작했는데 노동 3권, 단체협약 등 노조법이 탄생됐습니다. 이게 ‘노동 2.0’입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 70년대를 지나면서 컴퓨터에 의한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근로자의 기업 경영에 대한 참여 욕구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종업원평의회, 노사협의회 등을 통한 경영 참여가 ‘노동 3.0’의 핵심 키워드가 되는 겁니다. 노동법의 발전 단계라고 할 수 있겠는데 21세기 디지털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AI가 노동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노동법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해야 될 지점인데 노란봉투법은 노동 2.0을 가지고 지금 싸우고 있는 겁니다. AI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AI와 공존하는 법도 만들어야 되고 AI와 협업하기 위해 필요한 일자리도 만들어내야 하고, 직업 훈련도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노동시장 문제 즉 플랫폼 노동법도 만들어야 되는데 이게 ‘노동 4.0’이 지향해야 되는 겁니다. 그런데 노동 4.0의 문제를 2.0으로 풀려고 하니 갈등이 격화되는 겁니다.”

-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노무관리 원칙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우리는 수많은 변화와 위기를 겪어 왔습니다. 노동시장으로 좁혀본다면 기업이나 경영자도 반성할 점이 있습니다. 노동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거나 대안을 내려하기 보다는 대체로 회피하거나 면책하려고 단기적인 해법에 급급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이나 노동계가 노동의 시각에서 정책 등에서 논리적이면서 조직적으로 접근해온 것과 달리 기업들은 늘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노동시장의 미래는 청년들을 위해 정말 중요합니다. 노동과 경제는 한몸이죠. 경영은 고도의 것이고 노동은 굉장히 낮은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안전 문제에 기업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괴물 같은 법을 만들어냈고, 하청 근로자 문제를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해 결국 노란봉투법이라고 하는 또다른 괴물을 만들어내는 거 아니겠어요? 이런 점을 반성의 기회로 삼아 노동에 대해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이면서 전문성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이 상황을 회피하려고 하거나 그냥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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