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마 공백에 원전 꺼냈다···GS건설, 해외 시장 정조준
원자력사업단 신설···원전 인력 100명 재편
베트남 원전 1조원대 수주 기대···첫 해외 실적 시험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GS건설이 해외 원전 시장 재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택 경기 둔화로 기존 주력 사업의 외형이 줄어든 데다 신사업 축이던 GS이니마 매각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에 공백이 발생하면서 원전이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한 모습이다.
아직 단독 수행 경험은 없지만 국내 대형원전 시공 이력을 바탕으로 해외 프로젝트에 비주관사로 참여하는 현실적 전략을 택했다. 시장도 이를 단순 기대감이 아닌 체질 전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주택 부진에 이니마 매각까지···커진 성장 공백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원자력사업단을 신설하고 원전 및 소형모듈원전(SMR) 분야 인력을 100여명 수준으로 재정비했다. 과거 수행 경험을 보유한 인력을 다시 묶고 조직 체계를 정비해 해외 발주 확대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원전 사업을 플랜트의 일부 영역이 아니라 별도 전략 사업으로 격상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작지 않다.

다만 성장 흐름은 둔화되고 있다. 건축·주택 매출은 2021년 6조원대에서 2022년 9조원대로 급증한 뒤 2023년 10조원대까지 확대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4년에는 9조5000억원 수준으로 내려오며 상승세가 꺾였다. 분양시장 위축과 착공 축소 영향으로 신규 공급이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2025년 기준 주택 공급 물량은 8858세대에 그치며 목표치였던 1만4000세대에 크게 못 미쳤다. 주택 중심 구조는 유지되지만 성장 여력은 둔화되면서 비주택 부문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니마 공백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 배경이다. GS건설은 지난해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매각을 결정했다. GS이니마는 2025년 기준 86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의 약 7%를 차지한 사업부다. 연간 수백억원대 순이익을 내던 안정적인 수익원이었다. 중동과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수처리 사업을 확대해 온 핵심 인프라 축이기도 했다.
GS건설은 재무건전성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당 회사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 기업 타카(TAQA)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부채 부담을 낮추고 현금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던 비주택 사업 축 하나를 내려놓은 셈이다. 단기 재무 개선과 맞바꾼 중장기 성장 기반 축소라는 평가다.
◇ 'K-원전' 실적 기반 해외 공략···베트남서 1.2조원 수주 정조준
이 같은 상황에서 원전은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떠올랐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탄소중립 기조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전 발주가 다시 늘어나는 흐름과 맞물린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첫 무대로 거론되는 곳은 베트남 닌투언 2호 원전 사업이다. 일본이 철수한 이후 한국을 포함한 국가와 협력 가능성이 커진 프로젝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중심이 되는 '팀코리아' 구성이 예상된다. GS건설 역시 초기 단계부터 지분 참여를 검토하는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수주 규모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2기 기준 총 시공비를 약 6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통상 해외 원전 프로젝트에서 비주관사 지분은 10~39% 수준이다. GS건설이 약 20% 지분으로 참여할 경우 1조2000억원 내외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아울러 첫 해외 원전 실적 확보 시 글로벌 시장 진입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6년 상반기 내 베트남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해외 원전 수주는 단순 실적을 넘어 기업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정부 간 협력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베트남 국빈 방문에서 레 민 흥 총리 등을 만나 원전·교통 인프라·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를 직접 요청했다. 특히 베트남 닌투언 원전 2호기를 비롯해 북남고속철도(약 96조원), 전력 인프라 확충(2030년까지 약 200조원 투자 계획) 등 대형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 참여를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가 확인된 만큼 GS건설을 포함한 국내 건설사들의 베트남 원전 시장 진입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주택 넘어 '에너지·테크' 기업으로···포트폴리오 다변화 가속

원전이 주택 부진을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느냐도 별개 문제다. GS건설은 2025년 매출 12조4504억원, 영업이익 4378억원을 기록했고 신규수주는 19조2073억원으로 가이던스를 34.3% 초과 달성했다. 올해도 매출 11조5000억원, 신규수주 17조8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하며 주택 공급을 1만4320세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택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비주택 비중을 늘리는 구조 전환에 가깝다.
비주택 확대 흐름은 이미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과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 등 10여건의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확보했고 안양 '에포크 센터'를 통해 투자·개발·운영을 아우르는 디벨로퍼 모델까지 시도했다. 원전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포트폴리오 확장 카드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GS건설의 체질 전환이 닌투언 2호 원전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원전 전략은 선언을 넘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참여가 무산될 경우 추가 사업 확대가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은 한 번 진입하면 후속 수주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첫 프로젝트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GS건설 역시 초기에는 지분 참여 방식으로 경험을 쌓고 이후 역할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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