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문어, 도로에 말”…도심은 ‘동물 출몰 주의보’

조영달 기자 2026. 4. 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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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2일 오후 4시 52분, 119 상황실에 다급한 목소리로 "고속도로에 타조가 뛰어다닌다"라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구조대가 타조가 발견됐다는 경기 시흥시 과림동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안현분기점 인근에 도착한 시간은 5시 14분경.

하지만 이미 타조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인근 산으로 이동한 뒤였다.

같은 해 12월, 평택의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 사이를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달리던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말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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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소방, 30분마다 동물 구조 요청
날 풀리는 5·6월 오후 시간 신고 집중
지난해 3월, 경기 시흥시 서울외곽순환도로 인근에서 발견된 타조는 1시간여 만에 주변 하천에서 포획됐다. 경기소방 제공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지난해 3월 22일 오후 4시 52분, 119 상황실에 다급한 목소리로 “고속도로에 타조가 뛰어다닌다”라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소방 당국은 곧바로 현장에 구조대를 출동시키고 도로공사 등에 통보했다. 이후에도 8건의 신고가 더 접수됐다.

구조대가 타조가 발견됐다는 경기 시흥시 과림동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안현분기점 인근에 도착한 시간은 5시 14분경. 하지만 이미 타조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인근 산으로 이동한 뒤였다. 타조는 30분 뒤 고속도로 주변 하천에서 발견됐고, 오후 7시 10분 구조대는 마취총을 쏴 타조를 포획했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여 만이었다.

2024년 11월 9일 밤 11시 35분경 경기 의왕시 청계동 지방 57호선 도로에서 발견된 사슴. 경기소방 대원 8명이 출동해 2시간여 만에 마취총으로 포획했다. 경기소방 제공
2024년 11월 9일 밤 11시35분경 경기 의왕시 청계동 지방 57호선 도로에서 사슴이 출몰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곧바로 구조 대원 8명이 출동해 2시간 여만인 새벽 1시 32분경 마취총으로 포획했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 용인의 한 음식점. 손님 맞을 준비로 한창 바쁜 시간에 주방 한구석에서 강한 독성을 지닌 ‘푸른고리문어’가 발견됐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은 소방대원의 긴급 출동으로 마무리됐다.

같은 해 12월, 평택의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 사이를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달리던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말 두 마리.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가까스로 포획하면서 아찔한 상황은 일단락됐다.

경기소방 제공

이처럼 주방, 도로, 골목 등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야생동물과의 만남’, 이제 도심 속 동물 출몰은 ‘놀랄 일’이 아니라 ‘대비할 일’이 되고 있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 구조 출동은 2만 678건. 하루 평균 56건, 30분마다 한 번꼴로 구조 요청이 들어온 셈이다. 2023년(2만2415건), 2024년(2만2499건)에 이어 여전히 연간 2만 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날이 따뜻해지는 5월(2181건)과 6월(2687건)에 구조가 집중됐다. 활동량이 늘어난 동물들이 도심으로 이동하면서 ‘예상 밖 조우’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출동(1만 3213건)이 오전(7465건)을 크게 웃돌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사이 신고가 몰리는 것도 특징이다. 사람이 많이 움직이는 시간대일수록 ‘발견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전경
구조 대상도 다양하다. 개(8403건)가 가장 많지만, 파충류(4791건), 야생동물(2695건)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늑대 탈출 사례처럼, 동물 출몰은 언제든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맹독성 생물이나 대형 동물은 대응이 늦어질 경우 교통사고 등 2차 피해로 확산될 위험도 크다.

최용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직무대리는 “동물 구조는 도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소방 활동”이라며 “위험은 이미 우리 주변에 나타나고 있다. 그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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