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내리고 돈줄 조인다… 미·이란 전쟁 2라운드는 '봉쇄전'

권경성 2026. 4. 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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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휴전 선언에 새 국면
호르무즈 대치 속 협상 교착
이스라엘 국경 주변 또 전운
22일 페르시아어로 "호르무즈해협은 여전히 폐쇄돼 있다"라는 뜻의 문구가 적힌 이란 테헤란 도심 엥겔랍 광장의 대형 광고판 앞 도로를 이란 차량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국면이 바뀌었다. 공세를 취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기한 휴전’을 선언하면서다. 전쟁 2라운드는 적에게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폭격전(戰) 대신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봉쇄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자신의 손해를 감내하며 상대의 양보를 압박하는 소모전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해협 폐쇄 vs 자금 압박

22일(현지시간) 서로 폭격을 주고받는 전면전이 사실상 중단되며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중재국 파키스탄의 휴전 연장 요청을 미국만 받아들인 모양새지만, 이란도 화력전을 먼저 걸 유인은 없다. 그러나 아직 종전이 아닌 만큼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양측이 대치 중인 호르무즈해협의 긴장 수위는 오히려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쟁 전 하루 평균 130척에 달했던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 수가 전날(21일) 1척으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전날 상선 3척에 발포하고 그중 2척을 나포하기까지 하면서, 그나마 통행을 이어 가던 선박들도 시도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미군의 대이란) 해상 봉쇄 탓에 휴전이 무의미해졌다”며 “호르무즈해협 재개방도 불가능해졌다”고 비난했다.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항료 부과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23일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로 받은 수익금이 처음으로 이란 중앙은행 계좌로 송금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대이란 해상 봉쇄를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 박탈 등 미국의 목표를 관철하는 데 봉쇄가 폭격보다 더 효과적인 지렛대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의 봉쇄로 이란이 하루 5억 달러(약 7,400억 원)를 잃고 있다. 이는 그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22일 “대이란 해상 봉쇄가 유지되는 현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봉쇄 범위는 호르무즈해협에 국한되지 않는다. 로이터통신은 22일 미군이 최근 며칠간 아시아 해역에서 이란 국적 유조선 최소 3척의 통항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다음 날인 23일에는 이란 석유 밀수를 이유로 인도양에서 유조선 1척을 더 나포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란 항구 출입 선박 봉쇄를 시작한 뒤 최소 29척의 선박에 회항이나 귀항을 명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불신

22일 이란 테헤란의 엥겔랍 광장에서 한 이란 남성이 자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재개를 위해 양측을 설득하고 있지만, 이른 시간 안에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란 내부 협상파와 강경파 간 이견 탓에 협상이 공전하고 있다는 미국의 책임 전가에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와 위협이 협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반박했다.

근본적인 장애물은 이란의 불신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중동학 교수 발리 나스르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의 모든 언행이 기만이라는 게 이란의 의심”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미국의 대이란 침공은 모두 협상 중에 단행됐다. FT는 “세 번째 미군 항공모함이 다음 주 중동에 추가 배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측이 각각 우위를 자신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이상 상황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FT는 “비용이 막대한 자존심 싸움에 양측이 갇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인 사남 바킬은 FT에 호르무즈해협이 미국과 이란에 의해 이중으로 봉쇄된 지금의 휴전 상황이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 와중에 이스라엘 국경 주변에는 다시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이 휴전 상대인 레바논을 맹폭해 종군 기자를 포함한 5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및 친이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싸우는 틈을 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조직을 재건하고 있다는 이스라엘군의 정보 분석도 나왔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언제 재개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날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휴전이 26일까지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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