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칼럼] 부산 앞에 선 두 사람, 한동훈과 이정효

개막 5연승 뒤에 1무 1패 그리고 1승. 주춤하는 흐름이지만 ‘이정효 실패’로 부르기는 아직 이르다. ‘조정 국면’이라는 게 맞다. 올 시즌 최다 실점팀 충북청주와의 0-0 무승부로 연승이 끊겼고, 철벽수비의 김포에 0-1로 패하며 시즌 첫 패배를 안았지만 경남에 1-0 승리로 수원삼성은 현재 리그 2위를 달린다.
문제는 흔들림 자체가 아니다. 조정 국면에서 무엇을 증명하느냐다. 연승의 파도가 잦아든 자리에서 강팀의 민낯과 감독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강팀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드러난 최근 3경기다. 한마디로 공은 돌았지만 칼끝은 무뎠고 전술의 결은 상대에게 읽혔다.
첫째, 점유율은 높은데 득점 찬스가 적다. 김포전에서 슈팅 수 3-6 유효슈팅 2-5로 밀렸고 전반에는 노 슈팅이었다. 공을 오래 소유하는 것과 상대 골문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며 골을 넣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둘째, 상대팀들이 수원 맞춤형 대응을 내놓기 시작했다. 충북청주전을 보면 수원은 공을 계속 소유했으면서도 경기 양상을 바꾸지 못했고 후반 막판에는 오히려 상대의 파상공세에 시달렸다. 셋째,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플레이가 급해진다. 감독은 “60분 이후 급해진다”고 인정한다. 볼은 돌지만 템포는 조급해지고 그럴수록 준비한 패턴보다 단순한 한방의 해결책을 찾게 된다. 연승이 끊길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이 플레이 선택을 경직시킨 셈이다. 경기 조율 능력이 개선되어야 한다. 넷째, 득점력의 절대치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 개막 초반의 연승은 인상적이었지만 8경기 10골에 불과했고 6승 중 4승이 10위권 밖의 팀들이다. 막힌 경기를 억지로라도 열어젖힐 확실한 한 방의 위력은 아직 더 입증되어야 한다. ‘잠긴 경기’를 풀어줄 확실한 원톱 마무리가 필요하다.
이정효 축구의 문제는 전술의 실패라기보다 조정 능력의 시험이라는 점에서 최근 한동훈 정치가 마주한 조건과 닮아 있다. 전술이 읽히는 순간이 감독의 시험대라면 메시지가 읽히는 순간은 정치인의 시험대다. 물론 축구의 전술 수정과 정치의 세력 구축은 같지 않다. 그러나 판이 읽히기 시작한 강자가 조정 능력을 시험받는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그는 여전히 높은 주목도와 강한 개인 브랜드를 가진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높은 ‘볼 점유율’이 곧 득점이 아니듯 뉴스의 중심에 선다고 해서 곧바로 표와 조직 그리고 지역 기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 브랜드는 강한데 아직 그것을 안정적인 조직과 연합, 나아가 생활 정치의 성과로 바꾸는 힘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이름이 바람을 일으킬 수는 있어도 바람만으로 집을 세울 수는 없다.
부산 북구갑 전입신고를 하며 “선거 시작이자 끝은 여기서”라고 선언하고 “동남풍을 일으켜 보수 재건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그가 맞닥뜨린 현실은 만만치 않다. 민주당과의 정면 대결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무공천론과 공천론이 충돌하고 있다. 적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벽까지 동시에 넘어야 하는 셈이다.
압박이 커질수록 그는 더 선명한 메시지와 더 강한 대립 구도에 기대고 싶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동훈 정치의 ‘속도’를 높일 수는 있어도 ‘완성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상대와 자기 진영이 동시에 맞춤형 대응을 할 만큼 그는 부산을 넘어 PK 선거판을 흔드는 변수다. 중요한 것은 개인 브랜드를 넘어 실제로 지역을 배우고 지역의 삶을 바꾸는 의제를 만들며 사람과 조직, 그리고 당 안팎을 잇는 연합의 기반까지 세울 수 있느냐다. 정치적 협상·연합·조정의 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지속 가능한 캠프와 인재 풀을 구축하는 능력이 한동훈 정치의 다음 단계이자 보수 재편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으로 주목된다.
보수 가치와 지향 그리고 플랫폼의 재구성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정치는 바람을 일으키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그 바람을 깃발이 아니라 제도와 사람 그리고 의제로 붙잡아 두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정치는 바람을 일으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제도와 사람으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과 대구에서 무소속 변수의 ‘3자 구도’ 논란은 플랫폼의 재구성을 향한 단초가 될 수 있다. 단기 이슈와 갈등에만 반응하는 정치가 아니라 보수 가치와 지향의 중장기 어젠다와 정책·입법 전략을 제시하면서 보수의 재구성은 완성된다.
이정효와 한동훈은 강팀과 유력 정치인으로 가기 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드러난 ‘조정 국면’에 들어선다. ‘이정효와 한동훈의 리얼 테스트’다. 둘 모두 ‘볼 점유율-화제성’과 ‘득점-정치력’의 간극을 극복해야 한다.
전력도 좋고 감독의 전술 유연성도 높다는 리그 2위 수원삼성은 K리그1 승격 경쟁의 유력 후보다. 단기적으로 공격 패턴 조정과 멘탈 관리에 성공하느냐가 향후 3~4경기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알려져 있다.
수원삼성은 당장 이번 주 토요일 리그 선두와의 맞대결에서 점유율이 아니라 득점 구조와 운영의 안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한동훈 정치도 부산 북갑 선거에서 화제성이 아니라 실제 결과로 이어지는 정치력을 보여야 한다. 이정효의 다음 상대가 부산이듯 한동훈 정치의 첫 시험대 역시 부산이다. 그들에게 부산은 승격의 고비이자 보수 재편의 문턱이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前 삼성가 맏사위’ 임우재, 무속인 여친과 ‘감금·폭행 사건’ 연루 복역 중
- [속보] 버스 추월하려 76km로 시장 돌진 ‘12명 사상’ 70대, 집유…치매 진단
- ‘침대 눕방’ 前충주맨, ‘세금 감면’ 논란에 “공무원 때 못만진 돈 안달나”
- 일본서도 ‘늑구’ 소동…산책 중 탈출한 늑대개, 18시간만에 포획
- “슬쩍 부딪히고 1000만원”…술 취한 척 팔 내민 ‘손목치기’ 50대
- 아버지 살해미수 뒤 3세 아들 살해한 30대…항소 기각, 징역 10년
- “프로축구 선수들 집단 성매매 파티 참석”…임신 사례도, 이탈리아 ‘발칵’
- 원안위, 국내 최초 원전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원전 해체 시장 열렸다
- "선생님, 보험 안 돼도 로봇수술로 해주세요"…수술 로봇 수입 1년 새 57% 증가
- 트럼프, 이란과 핵협상 한다면서 무력충돌 가능성도 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