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 성과급은 얼마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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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이런 날이 오기까지 누구보다 빨리 신기술을 연구해야 하고 결점 없는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압박을 감당해냈을 이들에게 성과급은 당연한 보상이다.
반도체 기업 직원들이 성과급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이공계 학생들이 너도나도 반도체로 진로를 바꾸려는 건, 그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 별로 없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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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기반기술 연구엔 찬바람 불라
첨단산업 적절한 보상 논의 계기로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테크기업의 성과급은 얼마면 적절할까. 회사가 세계적인 호황기를 맞아 전례 없던 기록적인 이익을 거뒀을 때, 성과급이 어느 정도면 구성원도 만족하고 사회적으로도 공감대를 얻을까.
SK하이닉스가 최근 고교 또는 전문대 졸업자를 생산직으로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자 온라인에선 4년제 학위를 숨기고 지원하려 한다는 글들이 봇물 터지듯 올라왔다. 바로 그 생산직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은 이런 ‘역학력’ 추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학원비 안 들이고 공업고교 졸업해서 생산직 들어왔더니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받아 “인생이 달다”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에선 반도체학과 인기가 ‘의치약한수’ 못지 않게 뛰었고, 급기야 SK하이닉스 대비반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붐을 탄 덕에 국내 반도체 대기업 종사자들 성과급이 온 나라의 이목을 끌만큼 높아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열정 페이’ 논란까지 불거졌던 업계의 급속한 변화가 놀랍다. 이런 날이 오기까지 누구보다 빨리 신기술을 연구해야 하고 결점 없는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압박을 감당해냈을 이들에게 성과급은 당연한 보상이다.
성과급 규모를 놓고 회사와 갈등 중인 삼성전자 노조의 보상 심리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업계에 따르면 성과급 상향 요구가 처음엔 젊은 구성원들 중심으로 높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회사에 충성도가 높은 시니어급도 ‘언제 또 이런 대우 받아보겠나’라는 생각에 강경해졌다고 한다. 직장인이라면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한번쯤 들 법하다.
반도체 기업 직원들이 성과급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이공계 학생들이 너도나도 반도체로 진로를 바꾸려는 건, 그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 별로 없다는 방증이다. 반도체 대기업과 다른 과학기술 분야의 대우는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공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어렵게 얻은 인서울 대학의 교수직마저 워낙 박봉인 데다 연구 환경도 안정적이지 않다는 현실 고민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최근 만난 국책연구기관의 책임연구원은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했다.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공시켰어도 생활이 달라진 게 없는데, 한쪽에선 수억 원대 성과급을 얘기하니 비현실적이란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과학·기술 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의 1분기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성과급은 커녕 일할 곳이 없을까 걱정하는 인재들이 적지 않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우주비행사를 싣고 달 궤도를 도는 데 성공한 직후 한국일보 취재에 응한 항공우주 전공생들은 “이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었다.
존재감이 남다른 대기업의 파격적인 성과급은 기술인재들의 사기와 자부심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과 이공계 인력의 가치가 돈의 액수로만 평가되는 풍토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반도체 대기업으로 인재가 쏠리는 탓에 정작 반도체 기술의 기반이 될 기초연구 분야엔 더 찬바람이 불지 않겠냐는 한탄도 일리가 있다.
의대 졸업생들이 수익을 좇아 특정 진료과로 몰려가는 바람에 생긴 폐해를 사회 전체가 감당하고 있다. 반도체를 이을 성장동력 산업을 키우려면 과학기술 인재들이 반도체 아니어도 성과급 받을 곳이 많아야 한다.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의 보상 체계와 테크기업의 성과급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논의할 때도 됐다. 많이 기여한 이에게 많이 돌아가고, 개인별 또는 분야별 격차가 노력과 실력으로 극복 가능한 정도라면, 적어도 '로또 성과급'이란 말은 안 나오지 않겠나.
임소형 산업1부장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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