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꺼낸 카드…프랑스 대학생들, ‘1유로 학식’ 먹는다

박선민 기자 2026. 4. 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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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스 홈페이지

내달 4일부터 프랑스의 모든 대학생이 대학 구내식당에서 1유로(약 1700원)짜리 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장학금 수혜자와 빈곤층에만 적용해 온 복지였는데, 앞으로는 조건과 관계없이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일 공지를 통해 내달 4일부터 소득 조건 없이 모든 대학생에게 1유로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대학 학생증 소지자나 직업교육생, 박사과정생, 시민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등은 프랑스 대학생 복지기관인 ‘크루스(Crous)’가 운영하는 구내식당에서 신분을 증명한 뒤 1유로짜리 식사를 할 수 있다. 본식 메뉴와 전채, 과일, 치즈, 디저트 중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학생 1명당 점심과 저녁 각 끼니당 한 번씩 이용할 수 있다. 기존 1유로 학식 복지는 장학금 수혜 학생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 등 취약계층에만 적용됐지만, 이제는 모든 학생이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고물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식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 같은 보편적 복지 정책을 펴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4∼2025학년도에 총 66만2000명의 학생이 장학금 혜택을 받아 1유로 식사를 이용했다. 내달부터는 이 규모가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 조치가 결국 공공 재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많은 청년을 기쁘게 할 제도이지만, 동시에 우려를 낳을 수도 있는 조치”라고 짚었다.

보수 성향의 학생 조합 UNI(Union nationale inter-universitaire)는 이 조치가 재정 부담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UNI는 논평을 통해 “이는 정부가 또 한 번 사회당에 굴복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미 수백만 유로 규모의 연간 적자(300만~400만유로)를 안고 큰 압박을 받고 있는 크루스 네트워크를 더 취약하게 만들 ‘그럴듯하지만 잘못된 조치’”라고 했다.

이어 “취약 계층 장학생들은 이미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이를 전체 학생으로 확대할 경우 크루스의 수입은 연간 최소 5000만유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가 이를 온전히 보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UNI는 결과적으로 학식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UNI는 “크루스가 이런 재정 손실을 떠안게 되면 운영비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며 “따라서 1유로 식사를 모든 학생에게 적용하면, 장학생을 포함해 전체 학생에게 제공되는 식사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미 식사 한 끼를 팔 때마다 적자가 나는 구조인데, 1유로 식사는 크루스의 다른 수입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적자를 만들게 된다”고 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프랑스학생협회연합(FAGE)은 이번 정책을 환영했다. FAGE 회장 쉬잔 느지담은 “우리는 이 제도를 오래전부터 요구해 왔기 때문에 반갑다”면서도 “이 제도에 배정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대학 식당에서는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학생들이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전면 확대 이후 추가 인력을 채용하고 대학 식당 운영 시간을 늘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예산이 없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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