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부제 자동차보험료 할인, 이달 1일부터 소급 적용 추진
마일리지 특약·추후 정산 가닥…“전례 없는 구조”
보험업법 저촉 가능성 우려…할인율 일괄 적용
손해율은 ‘악화일로’…“부담 가중, 적자 지속 우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김민석(오른쪽 앞에서 두번째) 국무총리, 정청래(왼쪽 앞에서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강훈식(오른쪽 앞에서 세번째)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당정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4/ned/20260424095238164wkbx.jpg)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부담이 커지자 자동차보험료 5부제 할인을 이달 1일 분부터 소급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특약은 내달 출시하지만, 부담이 커지기 시작한 이달부터 반영해 국민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국회와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중동전쟁 경제대응 특별위원회는 오는 27일 5부제 시행에 따른 운행 거리 감소분만큼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특약 상품 출시와 관련해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전날 고위 당정청회의를 통해 “내달 중 특약 상품을 출시해 에너지 절약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국민에게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5월 초께 각 보험사가 특약을 신설·출시하되, 할인 적용 시점은 이달 1일로 소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소급 적용 방식은 마일리지 특약과 유사한 추후 정산 형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내달 특약 출시 이후 가입자에게 4월 한 달 치 보험료 할인분을 환급하거나 차감하는 식이다. 일반 보험이나 기업성 보험에서는 계약 변경에 따른 보험료 정산 사례가 있지만, 정책적 사유로 자동차보험에 소급이 적용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애초 각 보험사의 상황을 고려해 할인 폭을 정하는 안이 거론됐으나, 현재 모든 보험사가 동일한 할인율을 일괄 적용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요율 산출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5부제 시행에 따른 실측 데이터가 아직 없어 2010년대 초반 승용차 요일제 시행 당시 자료를 토대로 가정에 기반한 산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율 수준은 2%대 초반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1% 할인도 약 2000억원의 추가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난제는 운행 검증이다. 당정은 신청자 전원에게 할인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검증 책임을 사실상 각 보험사에 떠넘겼다. 그러나 검증 없는 일괄 할인은 보험업법 제129조(보험요율 산출의 원칙)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 이 조항은 보험요율을 객관적·합리적 통계자료에 기초해 산출하고, 계약자 간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할인 특약을 신설하려면 가입 조건과 미운행 준수 여부에 대한 검증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할인 적용이 가능한데, 그 세부 방안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급 할인까지 시행되는 것에 보험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는 자체 운전 점수 앱이나 T맵·네이버 등 외부 내비게이션, 차량 운행정보기록장치(OBD)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운전자가 앱이나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운행하면 사실상 확인할 길이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킨 사람과 안 지킨 사람을 구분할 수 없으면 계약자 신뢰도 깨지고, 보험사가 그냥 깎아준다는 얘기까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급 적용은 검증 난도를 한층 높인다. 4월 한 달간의 운행 이력을 사후에 확인하려면 가입자의 과거 이동 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활용 동의 범위와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고객 동의를 받아 운행 정보를 수집한다 해도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느냐를 두고 새로운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짚어볼 대목이다. 5부제 자율 시행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 직장인은 셔틀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평소 차량 운행이 적지만, 정작 차량을 생업 수단으로 삼는 자영업자는 5부제 참여 자체가 어렵다. 운행이 적은 사람에게 추가 할인이 가는 구조라면 정책 취지와 실제 효과가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부담은 손해율 악화로 이미 가중된 상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이 큰 대형 4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포인트 올랐다. 회사별로는 삼성화재 86.4%, 현대해상 86.0%, KB손해보험 85.9%, DB손해보험 85.1%로 일제히 손익분기점인 80%를 크게 웃돌았다. 메리츠화재까지 포함한 5개사 누적 기준으로도 85.2%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올 1분기 주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부문 손익이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약 7080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적자 구간 진입이 굳어진 셈이다. 통상 손해율은 연말로 갈수록 더 높아지는데, 여기에 소급 할인 부담까지 더해지면 적자 폭이 한층 커질 수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5년 만에 보험료 인상을 어렵게 단행했는데, 3개월 만에 소급 할인까지 떠안게 되면 인상 효과는 사실상 사라진다”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정책 설계에서 보험업계 현실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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