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올해 말 한국 자동차 시장 철수…국내 車 사업 진출 23년만

조재현 기자 2026. 4. 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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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내 수입차 1위 기록했던 ‘기술의 혼다’
중국차·고환율에 결국 한국 車 철수
日 자동차, 도요타만 남아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혼다코리아 자동차 시장 철수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혼다코리아가 올해 말부터 한국 시장에서 전격 철수한다. 2003년 한국에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지 23년 만이다. 다만 모터사이클 사업은 핵심 사업으로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동차 판매 종료 이후에도 차량 유지·관리, 부품 공급 등 A/S(애프터서비스)는 법적 의무 기간인 8년 이상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환율 급등… 자동차 판매 중단”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말을 기점으로 한국 자동차 판매 사업을 중단하겠다”며 “국내 모터사이클 사업은 향후에도 핵심 사업으로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전날 일본 본사 경영진 회의를 통해 정해졌다. 혼다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자동차를 전량 미국 오하이오에서 생산하는데, 최근 고(高)환율 여파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자동차 사업은 철수하지만, 국내 이륜차 시장 4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모터사이클 부문은 계속 강화한다. 이 대표는 “핵심 사업 부문인 모터사이클에 한층 더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상품력과 고객 서비스는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혼다코리아는 회계연도 기준 지난해(2025년 4월~2026년 3월) 모터사이클을 약 4만3000대 판매했다.

◇‘기술의 혼다’로 불렸지만…“한국, 일본차의 무덤”

혼다는 한때 ‘기술의 혼다’로 불리며 국내 수입차 시장을 호령했던 브랜드다. 일본 2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는 독일차 위주였던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2001년 법인을 설립하고 125cc 이상 대형 오토바이 판매를 시작했다.

2004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혼다코리아가 한국에 '7세대 어코드'를 처음 선보였다. ‘어코드’ 옆에 혼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가 서 있다. /조선일보DB

2003년부터는 ‘혼다코리아’로 사명을 바꾸며 자동차 사업에 본격 진입해 어코드와 CR-V 등 주요 베스트셀러 차종을 판매해왔다. 당시 3000만원대 파격적인 가격으로 중산층으로 수입차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았다. 2008년에는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연간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서며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히 ‘혼다 전성시대’로 불리던 때였다.

물론 회사가 어려움에 부딪힐 때도 많았다. 2019년 일본 화이트리스트 사태 등으로 확산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서 혼다는 자유롭지 못했다. 2019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0% 가까이 폭락했고, 2020년 12월 닛산이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혼다도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움직임이 커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혼다는 온라인 직판제,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 등을 이어가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고 했다. 수입차 업계 최초로 2023년 전 차종을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고, 가격 정찰제를 도입했다. 최근 들어서는 전기차 사업을 줄이는 와중에도 하이브리드 판매 비율을 크게 늘렸다.

2012년 혼다코리아가 8인승 대형 SUV '파일럿'을 국내에 출시하는 모습. /조선일보DB

하지만 결국 중국차 공세와 높은 환율의 여파를 이기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비야디(BYD)와 테슬라 등 중국 자동차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혼다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혼다코리아의 국내 판매량은 1951대로 전년 대비 약 22% 급감했다.

혼다는 글로벌에서도 캐즘 등 여파로 회계연도 기준 지난해(2025년 4월~2026년 3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최대 6900억엔(약 6조5000억원)의 순손실이 날 것으로 봤다. 올 초에는 신형 전기차 3종인 혼다 제로 살룬, 혼다 제로 SUV, 아큐라 RSX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연장선에서 소니와의 합작 사업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일본차의 무덤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0년 진출한 스바루가 단 2년 만에 한국을 떠난 데 이어, 미쓰비시도 2008년 진출 후 지지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2012년 한국에서의 영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그에 이어 닛산까지 2020년 12월 한국 시장에서 공식 철수했고, 이날 혼다까지 자동차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이제 한국에 남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사실상 도요타(렉서스)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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