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는 어린이집·유치원 선생님을 지켜보며 [플랫]

플랫팀 기자 2026. 4. 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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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을 엄마·여성에 떠안기고
전문 노동을 평가절하하면서
유치원 교사들 격무에 내몰려
법이 정한 합당한 보상 해줘야

7세인 아이는 집 근처 사립유치원에 다닌다. 지난해 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키면서 드디어 악명 높은 대한민국 공교육 체계에 학부모로서 진입했다고 농반진반으로 말하곤 했는데, 양육 당사자로서 겪는 교육은 기자로서 취재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정책 기사로 쓰기만 했던 모순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

이를테면 매주 두세 번은 오후 7시30분쯤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알람이 울린다. 주간교육계획안이나 부모교육자료 같은 공지일 때도 있고, 그날의 활동 사진일 때도 있다. 오전 8시쯤 출근하는 담임선생님이 그 시간까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늦은 시간 아이를 하원시킨 뒤 다음날 출근길에 다시 등원시키는 길에 유치원 입구 장식이 계절과 행사에 맞게 바뀌어 있는 걸 목격할 때도 부지기수다.

서울시 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김정근 기자

어린이집부터 유치원까지 4년 넘는 시간 동안 선생님이 학기 중에 결근하는 건 거의 본 적이 없다. 아프거나 개인사정이 있는 날이 없었을 리가 없을 텐데도. 최근에는 아이의 종일반 담당 선생님이 병가를 냈다는 공지를 받았다. 그럼 종일반 시간에 다른 선생님이 오시냐고 아이에게 물어보니 “담임선생님이 오후가 되면 종일반 선생님으로 변신한다”고 했다. 담임선생님이 오후에 하던 행정업무들은 고스란히 야근이 되었을 것이다. 마음이 쓰였지만 유치원에 물어봤다가는 자칫 왜 선생님이 병가를 내느냐고 항의하는 것처럼 들릴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끔 건의사항을 알려달라는 가정통신문이 오면 ‘행사 준비 등으로 인한 업무부담을 줄여 선생님들이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만 소심하게 남기곤 한다.

지난 2월 독감으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출근하다가 끝내 사망한 20대 유치원 교사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최근 공개됐다. 고인은 발표회 준비 등으로 2주 동안 하루밖에 쉬지 못한 채 고강도 노동을 했고, 고열을 동반한 독감 증세를 겪다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원장에게 “몸 관리를 더 신경썼어야 하는데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선생님들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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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들의 일상적인 과로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3년 발표한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의 고용 추이 및 처우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유치원 교사의 근무시간은 일평균 9.7시간에 달한다. 특히 사립유치원은 연월차 사용이 어렵고 출산 등을 이유로 그만둬야 하는 사례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영유아를 가르치는 유치원 교사의 처우 문제는 돌봄노동에 대한 편견, 여성 노동자에 대한 평가절하와 맞닿아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돌봄과 재생산노동이 필수적이지만, 이런 종류의 노동은 ‘여성의 헌신’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학술지 ‘페미니즘연구’에 실린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의 논문 ‘유보통합과 영유아 교사 노동의 재정의’는 이런 현상을 “가정 내 무급 돌봄노동의 가치 절하 논리는 유급 교육노동 영역에서도 유사하게 작동해 유아교사의 제도설계와 임금 체계에 반영됐고 영유아 교사의 노동을 전문직이 아닌 봉사적 노동으로 취급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유아 교사의 헌신적 돌봄을 전제로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그 노동을 공적 비용이 아니라 사적 책임, 즉 ‘아이를 사랑한다면 감수해야 할 일’로 돌려버린다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들의 구조적인 저임금과 초과노동, 저연차 교사 선호와 같은 문제들은 여기서 기인한다. 저출생으로 치열해진 원생 모집 경쟁, 원장의 권위가 절대적인 위계적 근무 환경 같은 요인들도 겹친다.

이 와중에 여성 양육자를 콕 집어 이른바 ‘진상 엄마’들이 문제의 주원인이라는 식의 프레임을 짜는 건 지나치게 단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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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엄마’에게만 돌리는 일은 돌봄을 엄마 혹은 여성의 몫으로 떠넘기고 그 노동의 가치를 낮추는 오래된 논리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대신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노동자들이 법이 정한 시간만큼 일하고 합당한 보상을 받는 체계를 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 남지원 젠더데스크 somnia@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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