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갈린 성적표…5대은행, 현지화에 울고 웃었다
하나는 지분, KB·농협은 확장…은행별 전략 ‘제각각’
같은 시장, 다른 결과…"현지화 수준이 성패 갈랐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포스트 중국' 대안으로 꼽히는 베트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에서 이미 수익을 내는 은행과 이제 막 확장 단계에 들어선 은행 간 격차가 뚜렷해지면서 베트남 사업이 향후 글로벌 성과를 가를 핵심 분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모두 베트남에 법인이나 지점을 두고 영업 중이다. 최근에는 대통령 경제사절단 일정에 맞춰 현지 사업 확대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신한·우리는 이미 돈 번다= 현재까지 베트남 사업에서 가장 앞선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지난해 순익은 2590억9200억원으로 글로벌 실적의 약 30%를 차지했다. 1년 전보다 순익이 1.8% 줄었지만 2000억원대의 견조한 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17년 호주 ANZ은행 리테일 부문 인수 이후 현지 소매금융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며 외국계 은행 1위 지위를 굳혔다.
하노이·호치민·다낭을 중심으로 56개까지 영업점을 확보한 점도 강점이다. 현재 고객 자산의 80%, 인력의 98%를 현지화하는 데 성공하며 단순 외형 확장을 넘어 리테일과 기업금융이 균형을 이루는 '질적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현지화 전략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7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28개 영업망과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외법인 중 가장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기존 28개였던 영업망에서 멈추지 않고 최근 하노이 미딩, 롯데센터, 서사이공, 남빈즈엉 등 현지 핵심 상권과 신도시에 잇달아 출장소 및 지점을 신설하며 고객 접점을 다지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 확장과 함께 현지 특화 디지털 뱅킹인 '우리WON베트남'을 전면에 내세워 비대면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빠르고 편리한 모바일 플랫폼을 바탕으로 젊은 현지 고객층을 흡수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KB·하나·NH, 지분투자·기업금융으로 차별화= 국민은행은 수익성이 검증된 거점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확장 전략을 택하고 있다. 현재 하노이·호치민에 각각 지점을 두고 기업금융(CB) 중심 영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단순 영업점 확대를 넘어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현지 디지털 플랫폼인 'KB Fina'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 고객 접점을 비대면으로 확장하며 리테일 시장의 잠재력을 타진 중이다. 안정적이지만 성장 속도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직접 영업보다 '지분투자' 전략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베트남 4대 국영 상업은행 중 하나인 BIDV의 지분 15%를 보유한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지난해에만 약 1500억원의 지분법 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28%나 급증한 수치다.
배당 수익 외에도 경영 참여를 통한 유무형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BIDV와의 디지털 뱅킹 협력을 강화하며 현지 금융 인프라 고도화에 관여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는 궤를 달리하는 '농업 특화 금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노이 지점을 필두로 현재 호치민 지점 신설을 추진하며 남부 권역으로의 영업망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베트남 최대 국영 은행인 아그리뱅크와 협력해 농업 자금 지원, 농기계 할부 금융 등 농협만의 전문성을 살린 특화 모델을 구축 중이다.
후발주자인 만큼 초기 세팅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나, 베트남 정부의 농업 현대화 의지가 강한 만큼 K-농업금융의 이식 성공 여부가 향후 수익성 반등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이 먹여 살린다"… 해외 실적 의존도 확대= 베트남 사업은 단순한 진출 단계를 넘어 이미 일부 은행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 중 하나로 오는 2030년 교역액 1500억달러 확대가 예상되는 핵심 시장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국내 기업 진출 증가, 젊은 인구 구조, 금융 침투율 확대 여지 등이 맞물리며 '제2의 내수시장'으로 평가된다.
다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 환율 변동성 확대와 현지 금융 규제, 외국계 은행 경쟁 심화 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승부는 현지 금융 생태계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갔느냐에 달렸다"며 "향후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인프라·에너지 금융 협력까지 확대될 경우 베트남은 단순 영업 거점을 넘어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전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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