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다 피어나는 숨은 이야기, 다리가 이어주는 노을빛 추억 [경상남도환경재단과 함께 하는 생태여행 2]

이서후 기자 2026. 4. 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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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삼천포 무지개빛 생태탐방로
사천~남해 잇는 5개 다리
점점이 놓인 크고 작은 섬
노란꽃 만발한 유채밭부터
고대사 국제교류 흔적까지
걷다가 쉬며 즐기는 바닷길
한 달에 한 번씩 경상남도환경재단(대표이사 정판용)과 생태여행을 떠납니다. 생태여행은 단순한 관광 행위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맺는 일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엇갈리며 만들어낸 풍경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묻는 일이기도 하죠. 올해도 물길이 바뀌며 드러난 작은 습지, 역사와 함께 깊어진 자연 숲과 주민들의 휴식이 되는 도심 숲 등 사람과 자연이 서로 기대어 살아온 자리를 찾아갑니다. 느린 발걸음으로 잔잔하게 길을 더듬으며 오래 머무를 예정입니다.
창선삼천포대교가 지나는 신도(제일 앞)와 초양도(왼쪽), 늑도(가운데) 풍경. /사천시

사천(삼천포)과 남해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 다리로 가는 길부터가 풍경이 참 좋죠. 사천대로를 따라 실안동 해변을 달리면서 눈에 들어오는 선명한 주황색 다리 구조물, 다리를 품고 잔잔하게 반짝이는 푸른 바다와의 대비. 이 풍경만으로도 눈이 아주 즐겁습니다.

다리 자체도 멋지죠. 삼천포대교 지날 때 '한국의 아름다운 길' 표지판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창선삼천포대교는 그 전체가 하나가 아니고 서로 다른 5개 다리로 연결된 겁니다. 삼천포 쪽에서 진입하면 섬에서 또 다른 섬으로 다리가 이어져 있습니다. 주탑 2개가 있는 삼천포대교, 주황색 아치가 인상적인 초양대교, 주변 풍경이 멋진 늑도대교, 다시 주황색 아치가 있는 창선대교, 마지막 단항교 이렇게 다섯 개 다리를 건너신 겁니다.

창선삼천포대교 별명이 다리박물관이에요. 잘 보시면 주황색 아치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습니다. 다리를 만든 공법이 다 달라요. 마지막 단항교는 바다 위에 있는 게 아니라 육지형 다리라서 이게 다리라고 못 느끼실 분도 많을 거예요. 암튼 이 전체를 통틀어 창선삼천포대교라고 하는 거죠.

섬과 섬을 연결하다

창선삼천포대교를 받치는 섬은 모두 3개입니다. 삼천포대교와 초양대교를 잇는 모개도(모개섬)가 있고요. 이 섬은 조그만 무인도예요. 초양대교와 늑도대교 사이에 초양도가 있고, 늑도대교와 창선대교에 사이에는 늑도가 있습니다.

초양도와 늑도에는 마을이 있습니다. 암튼 이 섬들이 창선삼천포대교의 가장 든든한 교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외도 주변으로도 학섬, 신도, 마도, 저도, 박섬, 두응도 같은 섬이 있는데요. 이 섬들이 전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습니다. 실안동 지역은 노을이 유명하죠. 해 질 녘 그 황금빛 하늘, 그 황금빛을 돋보이게 하는 바다 위 검은 그림자들. 이 검은 그림자들이 삼천포대교 아래 섬들인 거죠.

사천시가 추진하는 '삼천포 무지개빛 생태탐방로'는 이 섬 중 늑도와 신도를 연결해 조성될 예정입니다. 시는 2월 9일삼천포대교공원에서 '삼천포 무지개빛 생태탐방로 조성사업'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생태탐방로 조성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해양경관을 활용해 늑도와 신도를 연결하는 보행 중심의 해상 연도교를 조성하는 일입니다. 사천시는 이 생태탐방로에 단순한 관광시설을 넘어서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늑도 옆 신도는 육지로 갈 때 배편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특히 날씨가 안 좋으면 움직일 수 없어 불편했지요. 생태탐방로가 완공되면, 날씨와 관계없이 육지로 이동할 수 있는 '생활 통로'가 생기게 됩니다. 관광객이 늘면 대부분 고령인 주민들의 소득 증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천시는 여기에 더해 장기적으로 삼천포 실안에서 저도·마도·신도·늑도·초양도를 거쳐 대방대교공원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해상 보도교도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케이블카 정류장과 아담한 마을
사천바다케이블카 초양도정류장과 아래 초양마을. /이서후 기자
사천바다케이블카 초양도정류장이 있는 초양도. /이서후 기자

생태탐방로가 생기려면 아직 멀었으니 우리는 늑도와 초양도를 먼저 돌아보겠습니다. 대교 중간에 초양도휴게소 있습니다. 이곳은 남해서 사천방향으로 갈 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반대편에 사천케이블카 초양정류장이 있습니다. 정류장만 있는 게 아니라 대관람차도 있고, 동물원도 있고, 아쿠아리움도 있어요.

원래 초양도는 사진가들에게 유채꽃 사진 장소로 유명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삼천포대교와 유채꽃으로 검색하면 제일 많이 나오는 사진이 있어요. 만발한 유채꽃밭 너머로 보이는 삼천포대교 사진인데, 이 사진을 찍은 장소가 초양도입니다. 케이블카 정류장 만들면서 유채꽃밭이 많이 정리가 됐죠. 지금은 늑도 유채꽃밭이 더 인기가 많습니다. 대교가 지나는 도로 주변 언덕에 유채꽃밭이 있는데 이게 꽤 넓어서 멋진 장면을 보여줍니다.

초양도에는 주황색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예쁜 조그만 마을이 있습니다. 초양정류장 바로 아래로 펼쳐진 초양마을입니다. 지붕만 보면 산뜻한 느낌인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낡아 있는 꽤 정겨운 곳입니다. 마을 방파제에 서면 대교 아래로 바닷물 흐르는 소리가 '콸콸'하고 들립니다. 여기가 물살이 센 곳이거든요.

초양마을은 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주변 섬 중에 제일 잘 사는 동네였답니다. 고기잡이가 잘 돼서 부자가 많았다고 해요. 마을이 섬 남쪽 경사면에 자리를 잡았는데, 느낌이 편안하고 좋습니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서 옛날부터 살기 좋은 동네로 소문이 났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제는 케이블카 정류장이 생기면서 제법 번잡한 곳이 됐죠.

섬 전체가 국가 사적
늑도 유채밭에서 바라본 사천바다케이블카 초양도정류장과 초양마을. /이서후 기자
늑도마을 풍경. 마을 위 언덕 주변이 유적 발굴지다. /이서후 기자

초양마을에서 바다 건너 바로 보이는 섬이 늑도입니다. 늑도에는 초양마을보다는 훨씬 큰 늑도마을이 있습니다. 여기는 낚시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습니다. 대교 주변에 낚시 포인트가 좀 있나 보더라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습니다. 늑도는 섬 전체가 국가 사적 450호로 지정된 유적지입니다. 우리나라 고대사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유적지로서 늑도가 발견된 과정은 조금 극적인 데가 있는데요. 1979년 부산 지역 신문기자 한 분이 다도해 지역 민요 관련 취재로 늑도를 찾았는데, 담벼락 밑에, 밭에 토기 같은 게 널려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이분이 눈썰미 있었던 게 이 토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한 거죠. 이분이 발견한 게 무문토기입니다. 이게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가 가고 농경문화가 정착되면서 나타난 거거든요. 그런데 경남 쪽에서 이 무문토기를 발굴한 데가 없었나봐요. 학자들이 이거 뭐냐 하고 1985년부터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했는데, 거의 섬 전체가 패총이었고, 주거지 흔적도 많이 나옵니다. 신석기 청동기 초기 철기시대까지 유물이 다 있었고요.
늑도 유적 안내판. /이서후 기자
늑도 유적 안내판 중 늑도 발굴 유물 설명. /이서후 기자
늑도 유적 안내판 중 늑도 발굴 유물 설명. /이서후 기자

특히 학자들이 놀란 것은 일본의 야요이 시대 토기가 나온 건데요. 야요이 시대가 일본에 농경문화가 시작되면서 일본 문화의 원형을 확립한 때인데요. 이 말은 당시 늑도가 농경문화가 한창 전파되던 시기에 한반도와 일본을 연결하는 국제 교류 중심지로서 중요한 노릇을 했다는 걸 증명하는 거거든요. 이때가 언제냐면 고구려·백제·신라가 생기기 전, 그러니까 마한·진한·변한 이런 나라들이 있던 시기란 말이에요.

고대 한반도의 국제무역항! 이런 섬이 창선삼천포대교를 받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지금 가셔도 고대 유물은 볼 수 없고요. 다 박물관에 있죠. 대교 지나시다가 노란 유채꽃밭을 만나거든 아 여기가 옛날에 중요한 곳이었구나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노을이 감싼 풍경
삼천포 박서진길에서 본 늑도와 신도(오른쪽 섬)가 보이는 노을. /이서후 기자

늑도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섬이 신도입니다. 신도는 삼천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5분이면 도착하는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지도로 보면 조개 모양으로 생겼죠. 요즘에는 트로트 가수로 '장구의신'이란 별명을 지닌 박서진의 고향으로 많이 알려진 섬입니다.

박서진 유명세에 삼천포에 박서진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이 있을 정도입니다. 삼천포용궁수산시장에서 실안까지 이어진 해안도로입니다. 안내판에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고 삼천포 바다를 보며 꿈을 키우고 자라 마침내 꿈을 현실로 이뤄낸 가수 박서진을 기념하는 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청널공원 앞 신수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신도를 포함해 저도, 마도 3개 섬을 한꺼번에 가볼 수 있습니다. 유명한 실안노을의 중심 풍경이 되는 섬들인만큼, 섬에서 맞이하는 노을 역시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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