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석 포천시청 환경공무직, '18cm 투입구' 설계…거리 바꾼 환경미화원

이광덕 기자 2026. 4. 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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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봉투 진입 못하도록 '쓰레기통' 고안
사비 들여 첫 모델 완성… 불법 투기 42% 줄어
연필형 구조, 휴지 적재 차단…행정혁신 톡톡
▲ 포천시청 환경공무직 차진석 씨가 직접 고안한 '몽당연필 휴지통' 투입구에 테이크아웃 컵을 투입하고 있다. 차 씨는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량제 봉투 진입은 막고 소형 폐기물만 수거할 수 있는 '18cm 설계'를 적용했다.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포천시 거리에 등장한 '18cm 투입구'의 몽당연필 휴지통이 행정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이 독특한 시설물을 고안한 주인공은 포천시청 소속 환경공무직 차진석(49) 씨다. 지난 2021년 입사 후 5년간 매일 새벽 포천의 거리를 닦아온 그는, 이제 일차적인 미화원을 넘어 현장 데이터로 도시 환경을 설계하는 실무 혁신가로 평가받고 있다.

차 씨가 쓰레기통 구조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5년 전 현장에서 느낀 무력감이었다. 정화 활동을 마쳐도 순식간에 다시 쌓이는 대형 쓰레기 봉투와 불법 투기물을 보며, 수거 중심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시민들의 투기 심리를 물리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해답을 철저히 데이터에서 찾았다.

설계의 핵심인 '18cm' 투입구는 테이크아웃 컵은 수용하되 종량제 봉투 등 대형 쓰레기는 진입할 수 없도록 제한한 수치다. 여기에 휴지통 상단 역시 뾰족한 연필 형태로 제작해 쓰레기를 위에 적재하는 행위까지 원천 차단했다. 기성 제품 중 적합한 모델이 없자 차 씨는 직접 재활용 드럼통을 용접하고 개조하며 사비 300만 원을 들여 초기 모델을 완성했다.

그의 집념은 실질적인 수치로 증명됐다. 시범 설치 구역 3곳을 분석한 결과, 설치 전후 대비 평균 불법 투기량이 42.7%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무단 적치물은 60% 이상 줄어든 반면, 소형 쓰레기의 정상 투입률은 25% 상승했다. 데이터로 입증된 성과에 힘입어 차 씨는 최근 친근한 디자인으로 재활용 혼입률을 낮추는 '고양이 휴지통' 실험까지 2단계로 확장하고 있다.

차 씨는 "매일 청소를 마친 뒤 뒤돌아보면 다시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멈출 수 없었다"며 "단순히 깨끗하게 치우는 단계를 넘어, 시민들이 배출 과정에서 기초질서를 자발적으로 지키도록 만드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쓰레기 거점을 혐오 공간이 아닌 포천의 상징성을 담은 예술 조형물로 승화시켜 시민이 머물고 싶은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현장의 작은 설계 변화가 도시 전체의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포천시는 차 씨의 현장 아이디어를 정책화한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설치 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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