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월가 아인슈타인’ 터크먼 “시장은 이란서 벗어났다… 변수는 유가뿐”

권순욱 2026. 4. 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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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객장’ 산증인이 말하는 시장 복원력… “공포의 끝에 기회있다”
이란 전쟁의 안개 걷힌 월가, 이제 주목해야 할 유일한 변수는 유가
10억달러 주무르는 노병 평정심… “돈에 감정 섞는 순간 패배한다”
‘S&P 7000’의 시대 예견한 낙관론자의 경고… “가상화폐는 잊어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40년 이상 현장을 지킨 베테랑 트레이더 피터 터크먼. 연합뉴스

피터 터크먼 트레이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객장에는 헝클어진 백발과 굵은 안경테의 안경을 쓰고 역동적인 표정으로 전 세계 외신 카메라의 플래시를 한몸에 받는 사람이 있다.

1985년 텔레타이프 기사로 입사한 이래 블랙 먼데이와 9·11 테러 당시의 대폭락과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절망, 그리고 전 세계를 멈춰 세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금융의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낸 베테랑 트레이더. 바로 피터 터크먼이다.

‘월가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그는 40년 넘게 객장의 차가운 바닥을 지키며 자본주의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기록해온 인류학자이자 산증인이다.

일촉즉발의 이란 전쟁 위기 속에서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주식시장을 향해 터크먼은 특유의 낙관 섞인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22일(현지시간) “이미 이란 전쟁이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심리적 영향력은 사실상 소멸했다”고 단언했다. 시장을 움직이는 진짜 변수는 이제 ‘이란’이라는 이름의 지정학적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물로 파생되는 ‘유가’의 향방이라고 분석한다.

터크먼은 수치에 기반한 냉철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파괴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이 전쟁 직전의 안갯속 같은 불확실성을 혐오할 뿐, 일단 사태의 실체가 드러나고 총성이 울리기 시작하면 오히려 시장은 이를 분석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여 복원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리에 피가 낭자할 때가 바로 매수할 때”라는 월가의 잔혹하면서도 명확한 격언을 강조한다. 전쟁의 공포가 명확해지는 지점에서 시장의 폭발적인 상승이 시작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그는 투자의 세계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한 줄에 시장이 순식간에 ‘광기의 세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5분 안에 전쟁이 터질 수도, 5분 안에 평화가 찾아올 수도 있는 극도의 가변성 속에서 그를 40년 넘게 버티게 한 것은 평정심의 유지였다. 그는 영화 ‘월스트리트’의 대사처럼 ‘돈에 감정을 섞지 않는 것’을 트레이더의 제1철칙으로 삼는다.

그는 장이 마감되는 오후 4시가 되면 모든 전장의 싸움을 끝내고, 결코 화가 난 상태로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월에 단련된 그의 노련한 대처는 그가 아직도 모두가 떠난 객장에 머물수 있게 한 근원적인 힘일지도 모른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서는 경고의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 하루에만 혼자서 10억달러 상당의 실물 주식을 거래하는 그에게 실체 없는 디지털 자산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소란스러운 뉴스들에 신경을 끄라고 일갈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실제 달러로 기업의 가치를 증명하고 소유권을 주고받는 엄중한 전장임을 분명히 했다. 주식 한 주를 거래하는 행위가 지닌 무게감을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대체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그는 ‘S&P 7000’이라고 적힌 기념 모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기록 경신의 순간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그는 과거 1만8000포인트 돌파를 기다리며 무려 1년간이나 모자를 쓰지 못한 채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경험도 있다고 한다. 지수가 확실히 전광판에 찍히기 전까지는 절대 기념 모자를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것은 시장을 향한 경외심과 자신만의 분석에 대한 확신이 섞인 뉴욕거래서 객장에 40년을 머물렀던 노병의 자부심이었다.

그는 아직 상장조차 하지 않은 스페이스X의 미래까지 내다보며 두 가지 버전의 기념 모자를 미리 제작해두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유행을 쫓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준비하는 그의 철저한 직업정신을 상징한다.

전쟁과 광기, 그리고 탐욕이 교차하는 뉴욕 증권거래소의 소음 속에서 피터 터크먼은 오늘도 백발을 휘날리며 다음 기록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낙관은 막연한 행운을 바라는 기대가 아니라, 40년이라는 압축된 세월이 증명한 시장의 회복력과 인간의 적응력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비롯된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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