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10조원대 ‘전분당 담합’… 대상·CJ 등 관련자 25명 무더기 재판행

김선영기자 2026. 4. 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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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값 최대 73%·당류 63% 인상… 소비자 부담 전가 판단
가격·입찰 ‘기본합의’로 8년간 10조1520억원 담합 정황
대상·CJ·사조 등 3개사·협회 연루… 삼양은 기소 대상 제외
서울 한 대형마트 밀가루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국내 전분 및 당류(전분당) 시장에서 8년간 10조원대 가격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는 식품업체와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식료품 담합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가격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23일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 등 3개 법인과 각사 대표이사, 한국전분당협회장 등 총 25명(법인 3곳·개인 2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가운데 대상 소속 사업본부장 1명만 구속기소됐고, 나머지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함께 수사를 받던 삼양사는 이번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7년 7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8년에 걸쳐 전분당 및 부산물 가격과 인상 시기, 폭 등을 사전에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담합 규모는 총 10조1520억원으로, 전분당 가격 담합 약 7조2980억원, 대형 수요처 입찰 담합 약 1조160억원, 부산물 가격 담합 약 1조83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분당은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전분으로 만든 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을 포함하는 원료로 과자·음료·유제품 등 식품 전반에 널리 사용된다. 검찰은 이 같은 담합으로 전분 가격은 최대 73.4%, 당류 가격은 최대 63.8%까지 상승했으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판단했다.

수사 결과 업체들은 제품별 가격 조정 시기와 폭을 정하는 이른바 '기본합의'를 통해 시장 전반의 가격을 끌어올린 뒤, 담합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래처별로 제시 가격과 인상폭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수요처 입찰 과정에서도 사전에 투찰 가격을 나눠 정하는 등 조직적인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각사 경영진이 담합에 직접 관여한 정황도 확인했다. 이에 책임이 무거운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CJ제일제당·대상·삼양·사조CPK 등 4개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말 주요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상 사업본부장 1명에 대해서만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고, 나머지 대표이사들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우려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경제에 큰 피해를 주는 담합 범행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관련 수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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