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노·사 첫 공동전선…‘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촉구
전기차 국내 생산 인센티브 제공…미국·일본·EU 등 주요국 시행중
“국내 생산이 곧 일자리”...156만 고용 지키기 위해 정책 결단 촉구
[수소신문] "이대로면 생산기반 무너진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등 자동차산업 노·사를 대표하는 4개 단체는 23일 자동차회관에서 공동 건의문을 발표하고, 정부와 국회에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다.
노·사가 산업 현안을 두고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위기 인식이 공유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전략산업 제품의 국내 생산·판매 실적에 연동해 법인세를 공제하는 제도로, 정부는 오는 7월 세제개편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노·사는 특히 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를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는 사용자 측 대표로 정대진 KAMA 회장과 이택성 KAICA 이사장이, 노동계에서는 김병철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장재성 금속노련 부위원장이 자리했다.
이번 공동 대응의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의 급격한 재편이 자리한다.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은 세제 혜택과 관세를 앞세워 자국 생산기반 보호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에 상응하는 정책 대응이 미흡할 경우 생산기반 약화와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일본은 반도체, 전기차, 그린철강, 그린화학,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5대 전략 분야를 대상으로 생산·판매 실적에 연동한 세액 공제 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전기차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기업별로 17~35.3% 수준의 상계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노·사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국내 제조업 출하액의 14.1%, 직·간접 고용 156만명, 연간 수출 931억달러를 책임지는 핵심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생산기반이 흔들릴 경우 산업 생태계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산업은 완성차를 넘어 소재·부품·배터리·반도체·소프트웨어·AI 등 연관 산업 전반을 지탱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국내생산촉진세제가 도입될 경우 전기차 생산 확대와 공장 가동률 제고, 국산 부품 사용 증가로 이어져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을 촉진하고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장에서는 위기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병철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글로벌 위기 앞에서 산업 생태계와 양질의 일자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노사가 한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장재성 금속노련 부위원장도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중소 부품사 노동자들까지 아우르는 정의로운 전환과 고용 안정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역시 생산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이택성 KAICA 이사장은 "국내 생산기반 약화는 부품산업 생태계 불안과 고용 위축으로 직결된다"며 "공급망 안정과 지속가능한 산업 전환을 위해 생산 기반 확보는 필수 과제"라고 밝혔다.
정대진 KAMA 회장도 "대한민국을 미래차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사가 공동의 목표 아래 힘을 모았다"며 정부와 국회의 신속한 정책 결단을 촉구했다.
글로벌 산업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산업이 '생산 거점'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제 정책 대응 속도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정부와 국회의 선택이 산업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