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전국민 독서에 팔 걷어붙인 중국…원명원에서 열린 베이징도서전 가 보니[현장]
올해부터 전국민독서촉진조례 시행
독서주간 맞이 전국 곳곳 독서 행사

“처음 와 봤습니다. 도서전이 열린다기에 왔어요.”
22일 베이징 서북쪽 하이뎬구에 있는 공원 원명원에서 만난 푸모씨(60)는 손에 중국 상고시대인 하나라 시대 역사책을 든 채 말했다. 그는 “역사에 관심이 많다”며 “다양한 책을 보러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아차를 타고 따라온 손녀가 할아버지를 따라 ‘도서전 지도’를 펼치며 읽는 시늉을 했다. 푸씨의 아내는 바로 옆에서 손녀에게 사 줄 어린이 한자 교육책을 살펴봤다.
원명원은 청나라 시대 황실 정원이자 현재는 베이징의 대표 공원 중 하나다. 이날은 베이징 곳곳의 서점과 출판사들이 마련한 부스 80개가 설치돼 책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중국공산당 베이징위원회 선전부는 4월 18~26일 ‘전국독서주간’을 맞아 열리는 2026년 베이징도서전 집중 전시장으로 원명원, 수강원, 난위안 삼림습지공원, 차오양공원 4곳을 지정했다. 매년 차오양공원에서 열리던 행사를 확대한 것이다. 베이징 전체로는 이번 도서전에 500개의 부스가 설치됐다.

전국독서주간은 올해 처음 시행됐다. 이는 지난 2월부터 실시된 ‘전국민독서촉진조례’에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이 한창일 때 통과된 조례는 중국에서 ‘기층’이라고 불리는 일반 주민들의 독서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됐다. 조례는 특히 노인과 농촌 주민의 독서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노인과 농촌 주민의 존엄을 보장하고 은퇴 후 재취업·신기술 적응 등을 돕기 위한 취지다.
이에 따라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도서관, 오디오북 서비스, 점자책 등의 보급이 추진되고 있다. 통상 23일 ‘세계 책의 날’에 열리던 각 도시의 도서전도 1~3주간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전국독서주간 진행은 국민적 사상통합의 목적도 있다. 당 중앙선전부 산하 중국서평가협회는 42권의 책을 ‘2025년의 양서’로 선정해 발표했다. <시진핑이 통치와 거버넌스를 말한다>와 <시진핑과 그의 최전선 노동자 친구들>이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그 외에는 중국 고대사, 항일투쟁사, 예술사 등의 역사책과 과학 관련 도서가 선정됐다.
중국신문망은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가 복잡하며, 매일 이뤄지는 ‘얕은 독서’와 ‘빠른 검색’은 사람들의 깊이와 인내심에 영향을 미친다”며 독서주간의 의미로 ‘개인적 독서’를 ‘공동체적 독서’로 확장하고 ‘학술 중국’의 브랜드 구축을 들었다.
다만 도서전에서 출판사와 서점들이 들고나온 책은 더욱 다양했다. 원명원은 문화유적지라는 특성을 살려 인문·역사책 특화 전시구가 돼 인문 서적과 번역 소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어린이용 책이나 모바일 게임 원신의 일러스트북도 있었다.
고서화 모조품과 작가 루쉰을 캐릭터화한 기념품, 프랑스의 페미니스트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가 말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란 문구나 젊은 층의 정서를 대변하는 “난 지쳤어. 사랑도 노동도 하고 싶지 않아”라고 적힌 천 가방도 볼 수 있었다. 각종 할인 행사도 진행됐다.

이날 방문객 대부분은 노인이었다. 젊은 여성들이 두 번째로 많았다. 공원을 찾았다가 도서전을 보고 우연히 들른 사람보다는 처음부터 도서전에 관심을 두고 온 이들이 더욱더 많았다.
한 인문전문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견줘) 방문객 수는 대동소이하다. 오늘은 평일 낮이니까 사람이 적지만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점은 세계적 흐름과 같다. 게임이나 단편 영상 시청 등 독서 외의 다른 즐길 거리가 많다는 점에서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중국신문출판연구원의 지난 20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82.3%이며 1인당 연평균 8.39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책 읽어주는 영상 시청 등 독서 관련 경험을 포함한 수치다. 스마트폰(79.0%), 오디오북(38.7%), 독서 영상(6.3%) 순이었다. 한 해 10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의 비중은 13.5%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일 공개한 2024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간의 한국 성인 종합독서율은 전년보다 4.5%포인트 하락한 38.5%였다. 한국 통계에서는 만화와 교과서를 제외하고 종이책·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대상으로 했다.
수치를 보면 중국의 성인 독서율은 한국의 2배 수준으로 높아 보이지만 내막을 뜯어보면 출판인들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다. 쇼핑 웹사이트 당당망이 최근 발표한 시장조사 보고서인 ‘전국민독서통찰’에 따르면 책 소비의 50%는 아동도서와 학습서에서 발생한다. 두 번째로 큰 독서 집단인 직장인들은 AI 활용법, 재테크 분야의 책을 주로 찾았다. 이밖에 감성적 위로를 담은 책을 찾는 이들과 고전문학·역사 등 소수 마니아 독서 집단이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도서전에 참여한 또 다른 출판 관계자는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지만 주말이 되면 각종 행사가 있어서 사람이 북적일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명원 도서전은 대학이 밀집한 하이뎬구의 특징에 맞게 오는 26일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베이징대, 인민대, 칭화대 교수들이 진행하는 용법, 곤충생태 강연, AI를 활용한 업무 글쓰기, 청소년을 위한 정신건강 지키기 등의 강연과 부모-자녀 동반 체험 독서 활동이 진행된다.
글·사진|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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