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성 물질도 ‘예외 없다’…중앙약심, 생동 기준 ‘원칙 고수’

임태균 기자 2026. 4. 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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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노산 현탁액 제형 특성·임상 유용성에도 ‘형평성’ 우선…
제형 차이 고려한 대체 평가 필요성 제기…생동성 시험 체계 ‘유연화’ 논의는 과제로
내인성 물질이라는 특수성이 동등성 평가 기준을 바꿀 수 있는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이 질문에 대해 '예외 없음'이라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제형 차이와 임상적 유용성, 환자 편의성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결론은 결국 규제 기준의 일관성에 무게가 실렸다.
약사공론DB

23일 의약품안전나라에 최근 공개된 중앙약심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회는 3월 16일 경구용 아미노산 제제의 동등성 평가 기준 완화 여부를 심의한 결과 "예외 없이 '의약품동등성시험기준'에 따른 평가 기준을 준용해야 한다"며 안건을 부결했다. 이번 심의는 동등성 재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JW중외제약 '제이리브현탁액'을 계기로 촉발된 사안으로, 단순 품목 판단을 넘어 '기준을 어디까지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제도적 질문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논의의 출발점은 제형 차이였다. 대조약이 과립제인 반면 시험약은 현탁액으로, 흡수 속도 차이에 따라 최고 혈중농도(Cmax)가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실제 식약처도 "액제는 빠른 흡수를 보일 수 있어 Cmax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제형 특성을 고려한 과학적 접근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였다.

여기에 주성분이 체내에 존재하는 '내인성 물질'인 아미노산이라는 점, 임상 현장에서의 증상 개선 효과와 환자 편의성이 확인됐다는 점도 함께 검토됐다. 일부 참고인은 "현탁액을 선호하는 환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실제 처방 시 개선 효과도 명확하다"고 언급하며 현실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판단 축은 '과학적 타당성'이 아닌 '규제 일관성'으로 이동했다. 논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것은 전례와 형평성 문제였다. 식약처는 "그간 Cmax 기준을 초과한 사례에서 이를 인정한 전례는 없었다"고 명확히 했고, 위원들 역시 "이번 건을 인정하면 기존 사례와 상반되는 결론이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인성 물질이라는 이유로 기준을 완화할 경우, 다른 품목에서도 유사한 예외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한 위원은 "특정 품목에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위원은 "이번에 예외를 두면 앞으로 계속 예외 조항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위원회는 제형 차이로 인해 비동등이 어느 정도 예측되는 상황이었더라도, 기준 자체는 흔들 수 없다는 입장을 택했다. 위원장은 "해당 기준은 그간 생물학적동등성 평가에서 일관되게 적용돼 왔고 국제적 기준에서도 별도의 예외 권고가 없다"며 "예외 없이 준수되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임상적 필요성 역시 판단을 바꾸지는 못했다. 해당 제제가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필수 의약품이 아니고, 대체 약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미 동일 재평가에서 다른 아미노산 제제가 '적합' 판정을 받은 점도 형평성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제이리브현탁액은 동등성 재평가에서 최종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현재 시장 회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품목이 허가를 자진 취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심의는 단순한 '부결'로 끝나지 않았다. 위원회는 별도의 추가 의견을 통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동시에 제기했다. 대조약과 제형이 다른 경우에도 현행처럼 생물학적동등성시험만으로 입증해야 하는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며, 제제학적 동등성 평가 등 대체 시험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 역시 "과학적으로는 인정 가능하나 규제적 측면과 형평성 문제로 수용이 어렵다"고 정리하며, 향후 제형 차이를 고려한 평가 방법 개선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중앙약심 논의는 한 품목의 운명을 넘어, 생물학적동등성 평가 체계가 어떤 기준으로 작동하는지를 다시 드러낸 사례다. 내인성 물질, 제형 차이, 임상적 유용성이라는 변수들이 모두 존재했음에도, 최종 결론은 '기준의 일관성 유지'였다. 동시에 제도 자체의 유연성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향후 제제학적 특성을 반영한 대체 평가 체계가 도입될 수 있을지, 규제의 다음 단계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