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산업 규제 싹 풀고 성장전략 동력으로
방위산업을 성장 지렛대로…“시대가 바뀌었다”
2차 대전 뒤 내세워 온 ‘평화국가’ 이념도 폐기
일본 주요기업들 방위산업 투자 강화
미쓰비시, NEC, 도시바, 테라 드론 매출 신장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무기수출 규제를 완전히 철폐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 패전 뒤 내세워 온 '평화국가'라는 이념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대형 살상무기 수출 강화를 비롯한 방위산업 육성을 일본경제 재건을 위한 성장전략의 핵심자리에 앉혔다.
다카이치 내각은 21일 '방위장비 이전(수출) 3원칙'을 '각의 결정'을 통해 개정하면서 살상무기 수출을 금지해 온 '5유형'의 수출제한 지침을 폐지했다. 이로써 2차 대전 이후 일본이 '평화국가' 이념 아래 제한해 온 살상무기 수출 금지가 전면적으로 해금됐다.
5개 유형만 허용했던 무기수출 제한 폐지
5유형은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인데, 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분야(목적)를 이 다섯 분야로 제한한 것이다. 제2차 아베 신조 내각은 2014년에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만들어 그때까지 사실상 금지돼 온 무기수츨을 조건부로 할 수 있게 하면서, 이 5유형을 운용지침으로 명기해 그 조건으로 설정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개발 중인 차기 6세대 전투기 개발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 생산물(아직 개발 중)에만 예외적으로 제3국 수출을 허용해 왔다. 그리고 "무력분쟁의 일환으로 지금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나라"에 대한 무기수출도 '원칙 금지'하면서 "특단의 사정"이 있다고 정부가 판단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식으로 여지를 두었으나, 앞으로는 이런 제한들이 모두 없어진다.
다카이치 정권은 이번 개정의 이유로 "무기수출을 통한 동지국과의 안전보장관계 강화" 등을 들고 있다. 이번 3원칙 개정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추가됐다.
"동맹국・동지국 등의 니즈(수요)에 대응한 방위장비 이전 추진을 통해 우리나라와의 상호운용성 향상을 수반하는 형태로 동맹국・동지국 등의 억지력・대처력을 강화함으로써 우리나라에 바람직한 안전보장환경을 창출한다."
지금까지는 '억지력'이라는 표현만 들어 있었으나 새로 '대처력'을 추가했다. 상대국의 공격을 막는데 무게가 놓인 '억지력'에다 공격적 대응능력에 무게를 둔 '대처력'을 추가한 것이다.
방위산업을 성장동력 삼은 다카이치 "시대가 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국회 답변에서, 1976년에 당시 외상이었던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가 "우리나라는 무기수출로 돈을 벌어야 할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다"고 한 국회답변에에 대한 생각을 묻는 의원 질의에 대해 "동지국을 늘리고, 지역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며 무기수츨과 방위산업 육성 정책을 정당화했다. 방위산업을 '성장전략' 기둥의 하나로 설정해 놓고 있는 다카이치 정권은 '듀얼 유즈'(민군 겸용) 기술을 경제성장과 연결짓고, 무기수출을 통해 방위산업을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아사히신문 4월 21일)

아베 정권 '무기수출 3원칙' 철폐 뒤 5유형 설정
일본은 패전 뒤 한때 무기제조 자체가 금지됐으나,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이 일본에 탄약 등의 무기생산을 발주해 무기생산이 재개됐다.
1967년에 사토 에이사쿠 정권은 ①공산권 ②유엔결의로 금지된 나라 ③국제분쟁 당사국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는 '무기수출 3원칙'을 발표했으나, 1976년에는 미키 다케오 정권이 '평화국가' 이념을 중시하면서 사실상의 전면금지로 방향을 다시 바꿨다.
그렇게 해서 일본의 무기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가 됐으나 역대 정권들은 조금씩 '예외'를 두기 시작앴고, 1983년에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은 미국에 대한 무기공여를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이후 개별 사안마다 예외 조치를 활용하다가, 2011년에 민주당의 노다 야스히코 정권이 3원칙을 완화해 국제공동개발 등의 형태로 생산한 무기 수출은 인정하는 쪽으로 바꿨다.
이를 크게 바꾼 것이 2014년의 2차 아베 정권이다. 아베 정권은 무기수출 3원칙을 철폐하고, ①분쟁 당사국 등을 제외하며 ②수출을 인정하는 경우를 한정해서 엄격하게 심사하고 ③목적 외의 사용이나 제3국으로의 이전에 대한 사전 동의를 상대국에 의무화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여 무기수출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도입했고, 운용지침으로 '5유형'이란 제한 규정을 붙였다.
이제 일본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심사만 거치면 살상무기를 수출할 수 있다. 무기수출 가부가 일본정부 재량에 달린 셈이다. 수출 가능국은 지금까지 일본과 방위장비 이전협졍을 맺은 17개국으로 한정돼 있다. 무기수출은 형식적으로 국회에 사후 통지하게 돼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
일본 주요기업들 방위산업 투자 강화
이미 일본 주요기업들은 다카이치 정권의 이번 조치를 예상하고 방위산업 육성을 발전전략의 주요 돌파구로 설정하고 최근 투자를 급속히 늘려 왔다.

배경에 자민당 정권 방위비 대폭 증액
이 배경에는 다카이치 정권 들어 더욱 크게 늘어난 일본정부 방위예산(국방비) 증액이 있다. 자민당 정부는 이미 기시다 후미오 정권 때인 2023년부터 '방위력 발본적(근본적) 강화'의 일환으로 방위비를 늘려 왔다. 올해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의 2%에 육박하는 10조 6000억 엔(약 98조 3000억 원)으로 늘었고, 이는 "방위산업에 나라가 힘을 쏟고 있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사업의 예측성이 높아졌다. 장기적으로 일감을 받을 수 있다면 설비와 인재에도 투자하기 쉬워질 것"(주요 방위산업체 간부)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마이니치신문 4월 21일)
다카이치 정권은 성장전략의 기둥으로 '위기관리 투자'를 강조하면서 방위관련산업의 적극적인 민관투자를 고창하고 있다. 방위성과 경제산업성은 방위산업 투자를 위한 '워킹그룹'을 만들었다. 지난 16일 창립한 자민당의 '방위산업진흥 의원연맹'은 "스타트업 기업의 신규 참여가 필수"임을 강조했다. 16일의 워킹그룹 회의에서는 군민 겸용(듀얼 유즈) 분야의 세계 시장규모가 지금의 약 65조 엔(약 603조 원)에서 10년 뒤 약 130조 엔(약 1205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일본 방위산업도 약 6조 엔(약 56조 원)에서 13조 엔(약 12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 결과도 발표했다.
연정에 공명당 대신 일본유신회 참여도 영향
지금까지 일본의 방위산업은 주요 납품처가 자위대여서 이익이 크지 않아 "수요는 있으나 성장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말을 들어 왔다. 그 결과 방위산업에서 발을 빼는 기업들이 늘었으나, 다카이치 정권의 이번 조치는 그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셈이 됐다.

미쓰비시중공업, NEC, 도시바, 테라 드론 사업 확장
도시바는 21일 정부의 5유형 폐기에 대해 "조건이 갖춰지면 국제공동개발과 장비・기술협력을 통해 지역의 안전보장에 공헌하고 싶다"는 논평을 내놨다. IHI는 "5유형 폐기로 대표되는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시장환경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반겼다.
이미 전투기와 미사일에서 잠수함, 전차까지 광폭의 무기를 생산해 온 미쓰비시중공업은 5000억 엔 정도였던 방위・우주사업 매출액이 올해 3월까지 처음으로 1조 엔(약 9조 27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1일 "해외로의 장비부품 이전(수출)에 대해서는 정부간에 협의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정부간 조정 결과를 토대로 일본정부의 요청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함정과 전투기에 탑재하는 레이더 등을 생상해 온 NEC(일본전기 주식회사)는 일본정부와의 계약액이 2024년에 3000억 엔을 넘어 2년간 3.3배로 늘었다. NEC는 지난해까지 도쿄도에 있는 생산거점을 5년간 약 5만평방미터 더 넓혀 1.3배로 확장했다. 인원도 5년 전부터 방위산업 분야에 약 1600명을 배치해 40%나 늘렸다.
군사용 레이더와 관련 시스템을 생산하는 도시바는 지난해 4월 향후 해외시장을 겨냥한 판로 개척을 위한 부서를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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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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