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실적 나온 뒤 챙겨봐야 할 세가지

“실적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SK하이닉스 발표 앞두고 투자자가 봐야 할 세 가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분위기는 뜨겁다. 주가는 어느새 120만원을 넘겼고 미국 반도체주도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론이 앞서 급등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이례적으로 긴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중동 전쟁 같은 지정학 리스크조차 시장의 상승 흐름을 꺾지 못했다. 이런 장면만 놓고 보면 시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이미 확신한 듯 보인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본부장은 지금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흥분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석이라고 봤다.
그가 먼저 짚은 것은 숫자의 상대성이다. 시장은 이미 SK하이닉스의 실적이 30조 후반에서 40조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범위 안에서 나온다면 숫자 자체의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송 이후 발표된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37조 6천억이었다) 실적이 좋으냐 나쁘냐보다 2분기와 그 이후를 어떻게 읽을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첫 번째는 장기공급계약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장기라는 말은 일반 제조업의 시간 감각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5년 정도는 돼야 장기라고 느끼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1년 계약만으로도 충분히 긴 계약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본부장은 시장이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히 LTA가 있느냐가 아니라 그 계약이 전체 매출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느냐라고 봤다. 회사가 정확한 숫자를 주지 않더라도 투자자들은 대략적인 감을 원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 15퍼센트에서 25퍼센트 사이가 아니겠느냐는 추정이 돌고 있다. 이는 수요의 질을 확인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단기 주문이 아니라 고객이 일정 기간 물량을 확정해 주는 계약이 많아질수록 실적의 가시성은 높아진다.
두 번째는 제품별 마진 구조다. 같은 매출이라도 어떤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지에 따라 이익의 질은 달라진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본부장은 이 부분이 실적 숫자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디램과 낸드 그리고 HBM 사이의 구성 차이는 전체 수익성을 해석하는 핵심 변수다. 시장은 그동안 HBM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 국면은 조금 복잡해졌다. HBM은 기술 상징성이 크고 성장성의 핵심 제품이지만 당장 전체 마진 관점에서만 보면 오히려 HBM 비중이 높은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일반 메모리 쪽 가격 상승과 물량 조정도 동시에 작동하고 있어 어느 제품을 어느 시점에 얼마나 밀어냈는지가 이익률에 큰 영향을 준다.
세 번째는 HBM4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본부장은 이 항목을 가장 중요한 변수라기보다 세 번째로 내려온 이슈라고 봤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은 다른 사업 부문이 워낙 좋기 때문에 HBM4의 지연이나 불확실성이 당장의 실적과 주가를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HBM4가 장기 경쟁력의 핵심인 것은 맞다. 다만 당장 시장이 숨을 죽이고 지켜봐야 할 초일류 변수는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LTA와 마진 구조가 더 직접적으로 2분기와 하반기 실적을 읽게 해주는 힌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구글의 행보다. 구글은 자체 TPU를 보유한 회사다. 그럼에도 클라우드 사업에서는 엔비디아 칩을 도입해 본격적으로 판매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구글이 자체 칩과 엔비디아 칩을 대체 관계로 보지 않고 둘 다 활용하는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본부장은 이 변화의 의미를 크게 봤다. 과거에는 엔비디아 진영과 구글 진영이 갈라져 있는 듯 보였지만 이제는 각 기업이 필요에 따라 자사 칩도 쓰고 외부 칩도 쓰는 복합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회사 한 곳의 승리가 아니라 전체 클라우드와 AI 인프라 시장의 확장을 의미한다.
여기에 제약사와 클라우드 기업의 계약도 겹쳤다. 머크가 구글의 에이전트 AI를 도입해 조직 운영과 사업 구조에 본격 적용하겠다고 한 사례는 AI 수요가 기술 기업 안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다. 신약 개발이나 연구개발 플랫폼 같은 영역에서 구글이 선택됐다는 점은 AI 인프라가 더 이상 시범사업이 아니라 실전 사업 도구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본부장이 반도체 수요를 낙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이제 진짜 업무가 되고 산업이 되고 있다면 그 바닥을 지탱하는 메모리와 연산 칩의 수요는 생각보다 더 길고 두껍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걱정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 시장은 언젠가 마진이 꺾일 시점을 보게 된다. 핵심은 그 시점이 언제냐는 것이다. 김장열 본부장은 지금 컨센서스 기준으로는 내년 중반 이후 마진 하락 가능성을 보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 관측이다. 중요한 것은 주가는 실제 마진이 꺾이는 순간이 아니라 그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할 때 먼저 반응한다는 점이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선행해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내년 하반기 리스크를 과도하게 앞당겨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은 현재의 강한 수요와 높은 이익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집중하는 일이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이미 공포에서 탐욕으로 넘어오고 있다. 전쟁 국면에서 시장이 한 차례 눌렸지만 펀더멘털은 오히려 더 좋아졌고 그 과정에서 못 산 투자자들의 조급함이 커졌다. 이런 국면에서는 좋은 기업을 들고 있는 사람도 흥분하기 쉽고 아직 못 산 사람도 무리하게 비중을 늘리고 싶어진다. 김장열 본부장은 이미 충분히 비중을 가지고 있다면 더 실을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가총액 상위 대표 종목에 이미 많이 노출돼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집중하는 것은 욕심일 수 있다.
결국 투자자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이미 들고 있다면 조급해하지 말 것. 오늘 숫자에만 흔들리지 말고 하루 정도 더 기다리며 해석이 모이는 과정을 볼 것. 아직 비중이 충분하다면 무리해서 더 실지 말 것. 반대로 안 가지고 있다면 실적 발표 직후의 흥분에 쫓겨 무리하게 뛰어들기보다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하더라도 확인된 뒤 접근하는 것이 낫다. 시장이 강한 것은 맞지만 강한 시장일수록 서두르는 사람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