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도 가스터빈도 늦다"… AI 데이터센터, 선박 엔진까지 끌어다 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난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인프라 시장에서 뜻밖의 대안이 부상하고 있다.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은 상용화와 인허가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스터빈조차 공급 부족으로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이제는 선박용 발전엔진까지 조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줄줄이 선박엔진 공급계약
HD현대중공업은 어제(22일) 미국 데이터센터에 684MW 규모, 약 6271억원 규모의 발전용 엔진(힘센(HiMSEN)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회사의 발전용 엔진 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해외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16일에는 1834년 설립돼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선박엔진 기업 바르질라가 미국 오하이오주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412MW 규모의 가스엔진 발전 설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이례적 사례가 아닌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경쟁이 기존 발전 설비 시장의 공급 한계를 넘어선 신호로 볼 수 있다.
전력 부족에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최근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주된 원인으로는 반도체보다 전력 인프라 부족이 지목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약 40%가 지연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변압기, 배터리 등 전력 인프라 조달 실패가 원인이다. 미국 텍사스주는 전력망 운영사(ERCOT)에 따르면 2032년까지 전력 수요가 4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증가분의 60% 이상이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원자력 발전과 송배전망 확충은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안으로 가스터빈에 대한 주문도 급증하고 있지만, 이 역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을 구하지 못해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전원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고, 선박에 탑재되는 발전용 엔진까지 수요가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선박엔진, 데이터센터와 찰떡궁합

첫째, 리드타임이 상대적으로 짧다. 대형 원전이나 송배전망 증설은 수년에서 10년 이상 걸릴 수 있고, 가스터빈도 공급난으로 즉시 확보가 어렵다. 반면 발전용 선박엔진은 일부 유휴 생산능력이 남아 있어 비교적 빠른 납기가 가능하다. 둘째, 내구성과 신뢰성이다. 선박은 항해 중 발전엔진이 멈추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원래부터 장시간 안정 운전에 맞춰 설계된다. 이런 특성은 24시간 무정전 운영이 필수인 AI 데이터센터와 맞아떨어진다. 셋째, 규모의 경제다. 소형 발전기보다 더 큰 단위의 전력 공급이 가능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임시·중간 발전원으로 활용하기에 유리하다.
선박엔진을 활용할 경우 탈탄소 대응이 가능하다. 데이터센터들은 결국 RE100을 달성해야 한다. 지금 건설하는 데이터센터는 10년 20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디젤 발전 엔진을 설치하고 3~4년 후에 이 모든 발전기를 부수고 다른 발전원으로 교체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는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더라도 추후에는 탈탄소 연료로 교체 가능한 발전원이 필요하다.
선박엔진은 국제해사기구(IMO) 규제 강화로 그 동안 듀얼퓨얼()DF)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왔다. 따라서 듀얼퓨얼 엔진을 발전원으로 채택하면 LNG나 암모니아 등 저탄소 연료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선박에 탑재되던 발전엔진은 향후 데이터센터들의 탈탄소 로드맵과도 연결될 수 있는 발전원으로 평가된다.
‘2행정 vs 4행정’

추진용 주기 엔진은 대형 프로펠러를 돌리는 2행정 엔진으로, 낮은 회전수에서 강한 추진력을 내도록 설계된다. 반면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것은 4행정 발전용 엔진이다. 이 엔진은 대체로 700~900rpm 수준의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며, 고품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맞춰져 있다. 데이터센터는 전압과 주파수의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속도 변화가 큰 추진용 2행정 엔진보다 일정한 출력 유지에 강점이 있는 4행정 발전엔진이 더 적합하다. 실제 최근 공급 계약이 체결된 HD현대중공업과 바르질라의 엔진 모두 4행정 엔진이다.
4행정 발전엔진 대표 생산 기업 HD현대중, STX엔진
국내 선박 엔진을 만드는 기업은 대표적으로 HD현대중공업, 한화엔진, HD현대마린엔진, STX엔진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4행정 엔진을 생산하는 기업은 HD현대중공업과 STX엔진이다. 과거 조선업이 호황과 불황을 넘나들고 글로벌 조선업의 패권이 유럽에서 미국 -> 일본 -> 한국, 중국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구조조정이 있었다. 최근 4행정 발전엔진 납품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르질라도 과거 2행정 추진엔진과 4행정 발전엔진을 모두 생산했지만, 현재 2행정 추진엔진은 윈지디(WinGD)로 나뉘어 현재 중국 국영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과거 STX그룹에서 2행정 추진 엔진을 만들던 STX중공업은 HD편대그룹에 인수되어 현재 HD현대마린엔진이 됐고, STX엔진은 4행정 발전엔진을 만드는 기업으로 이어져왔다. 따라서 선박엔진도 기업별로 2행정과 4행정을 모두 생산하는 기업과 2행정 혹은 4행정만 생산하는 기업, 둘 다 생산하지만 2행정을 주력하는 기업 등으로 나뉜다. 데이터센터에는 2행정이 아닌 4행정 발전 엔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수주는 기업별로 서로 다르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 #한화엔진 #STX엔진 #HD현대마린엔진 #STX중공업 #데이터센터 #선박엔진 #K선박엔진 #전력부족 #AI전력난 #힘센엔진 #HiMSEN #바르질라 #발전용엔진 #하이퍼스케일 #4행정엔진 #이중연료 #탈탄소 #에너지인프라 #빅테크 #전력망지연
해당 기사는 압권 인터뷰 방송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더욱 정확한 풍성한 내용은 방송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