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핵심은 ‘월렛’…하반기 ‘멀티체인 지갑’ 도입 검토” [디지털자산]

정호원 2026. 4. 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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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디지털자산 리더 인터뷰
김주식 NH농협은행 AX부행장
스테이블코인 실증으로 결제·정산 검증
“은행 계좌 연동 월렛, 신뢰 거점 역할”
지갑 송금 결제 완결성 확보는 남은 과제
“신뢰받는 ‘품격 있는 금융’을 AI로 완성”
김주식 농협은행 AX부행장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타워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디지털 자산이 가져올 ‘인프라의 전환’을 말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웹3.0(블록체인 기술 기반 탈중앙화 인터넷 환경)은 이제 금융 인프라의 근간을 바꾸는 거대한 ‘물결’입니다. 농협은행은 이 변화 속에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NH농협금융지주 AI·데이터전략부문과 은행 AI데이터부문을 함께 이끌고 있는 김주식 부행장은 인터뷰 내내 디지털 자산이 가져올 ‘인프라의 전환’을 강조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결제·정산 수단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은행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월렛과 계좌의 결합, 신뢰 기반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김 부행장은 디지털 자산 대중화의 핵심 열쇠로 ‘월렛(Wallet·가상자산 지갑)’을 꼽았다. 그는 “금융의 본질은 안정성과 신뢰에 있다”며 농협은행 월렛 전략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월렛은 블록체인 관련 자산을 넣을 수 있는 지갑을 말한다. 김 부행장은 “지갑 보안구조, 키 관리 방식, 거래 승인체계, 그리고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 방식 등을 중심으로 기술적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기반의 지갑이 금융 영역에 안착하려면 ‘금융 실명 거래 원칙’이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 김 부행장은 “은행 계좌와 연동된 월렛을 통해 고객 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은행이 신뢰의 거점으로서 화이트리스트 관리 주체 역할을 수행할 때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농협은행은 하반기 중 서로 다른 블록체인 자산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멀티 체인 지갑’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멀티 체인은 여러 개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하나의 연합 환경에서 연결된 기술을 말한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각각의 블록체인 환경에 맞게 배포되기 때문에 혼잡과 지연을 줄이고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멀티체인이 지원되는 디지털 자산은 여러 네트워크 중 최적의 수수료 및 처리 속도를 가진 네트워크를 선택해 입출금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제도권 금융과 디지털 자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하이브리드 금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역할(R&R) 분담 논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부행장은 “향후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유통사 사이에서 수탁(Custody), 자금 관리, 정산 인프라 제공 등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텍스리펀드’ 기술검증으로 확인한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기술검증 단계를 거쳐 스테이블코인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2024년부터 가상자산 수탁 기업 파이어블록스(Fireblocks), 마스터카드 등과 협업해 진행한 ‘외국인 텍스리펀드(세금 환급) 디지털화’ 실증 사업(PoC)을 이달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국인이 싱가포르 여행 후 귀국할 때 부가세 환급 절차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자동화해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것이 골자다.

김 부행장은 “이번 사업은 아발란체(Avalanche) 메인넷을 기반으로 EVM(이더리움 가상머신) 호환성을 검증하며, 실물 결제 환경에서 디지털 자산이 어떻게 구동되는지 확인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설명했다.

단순 기술 테스트를 넘어 참여자 간의 비용과 혜택을 조율하는 ‘비즈니스 모델’까지 논의를 구체화했다는 점도 성과다. 싱가포르 관세청의 자료 확보부터 외국인 출입국·구매 정보 제공까지, 은행이 수행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스테이블코인 구조 안에서 효율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김 부행장은 “이해관계자 간의 인센티브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지급결제, 국내외 송금 등 다양한 활용 사례를 발굴할 계획이다. 특히 농협만의 강점인 ‘유통망’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김 부행장은 “하나로마트 등 농협이 보유한 유통 네트워크는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결제 환경과 연결하는 데 의미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한국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실증 실험을 통해 온·오프라인 환경에서 실제 고객 결제를 시험해 본 경험은 강점이라고도 설명했다.

▶규제 정립과 ‘결제 완결성’ 확보가 남은 숙제=김 부행장은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 과정에서 선결돼야 할 문제로 규제의 명확성, 특히 ‘결제 완결성’을 꼽았다. 블록체인 지갑 간 송금이 이뤄졌을 때, 이를 기존 계좌 이체와 동일한 법적 효력으로 인정해 줄 것인지를 둘러싼 기준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해외 지급·결제 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도 해당 국가 법정화폐로 전환돼야 법적으로 결제가 완결된다.

김 부행장은 “지갑 간 송금을 계좌 이체에 준하는 결제로 인정받지 못하면, 결국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오프램핑(Off-Ramping) 과정을 거쳐 다시 입금해 주는 복잡한 공정을 되풀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자산법(업권법) 제정 이후 후속 단계에서 각종 기준과 규제가 시행령이나 법 개정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준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 인프라 전환의 핵심 과제로 ‘수탁 기관으로서의 자금 공동 관리 역량’을 짚었다. 기존 은행 시스템은 예금(수신)을 통해 확보한 여유 자금을 하나의 거대한 풀(Pool)로 묶어 공동 관리하며 운용 효율을 높여왔다. 그러나 개별 고객의 ‘지갑(Wallet)’에 자산이 분산 저장되는 스테이블코인 체제에서는 이런 공동 관리가 기술과 규제 측면에서 충실히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김 부행장은 “현재의 계좌 기반 시스템이 100% 월렛 체제로 대체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결국 개별 지갑에 담긴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집단화하여 관리하고, 기존 금융 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규제와 기술적 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로 만드는 품격 있는 금융”=김 부행장은 디지털 전환의 종착역으로 ‘AI로 만드는 품격 있는 금융’을 제시했다. 말 한마디로 복잡한 금융 업무를 해결하는 하이퍼 개인화 서비스로, AI챗봇을 활용해 고객의 금융 서비스 편리성을 높이는 등의 방안을 고안 중이다.

그는 “고객이 ‘김철수에게 돈 보내줘’라고 말하면 AI가 과거 송금 내역과 계좌 정보를 스스로 찾아 실행하는, 고객이 원하는 가장 직관적인 금융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고객에게 실제 이익을 줄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며 “농협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신뢰받는 ‘품격 있는 금융’을 AI를 통해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부행장은 21일 NHN KCP와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AI 에이전트 기술과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결합해, 미래 디지털 경제 환경에 적합한 차세대 지급결제 모델을 공동으로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농협은행은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정산 구조 공동 설계 및 단계적 사업화 ▷가맹점 및 플랫폼 네트워크 연계를 통한 결제 생태계 확장 ▷국내외 디지털 결제 인프라와의 연계 및 상호운용성 확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호원·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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