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코앞에 지하철 환기구가?”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주민 피해 모르쇠 일관
주민들 “안전·환경 악영향 우려” 반발
市 “기준 충족…이동 등 변경 어려워”

광주 한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도시철도 2호선 환기구가 설치될 예정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입주민들은 안전성과 환경영향을 문제 삼으며 재평가 및 위치 변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광주시는 관련 기준을 충족한 사안이라며 기존 계획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5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시철도 2호선 2단계 228정거장 구간인 광주 북구 양산동 일대에 지하철 환기구 설치가 추진된다. 해당 시설은 열차 운행 시 공기 순환과 화재 발생 시 연기를 배출하기 위한 방재시설이다.
문제는 설치 위치다. 환기구가 아파트 단지와 불과 약 10m 거리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24년 8월 준공된 273세대 규모의 A주상복합 단지(이하 A단지) 입주민들은 단지 앞 환기구 설치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한 채 입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지난해 말 해당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이후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입주 과정에서 환기구 설치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건설사 측도 사전에 이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며 “화재 시 유독가스 배출구 역할을 하는 환기구가 아파트와 너무 가까워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지하안전, 환경영향, 입지 타당성, 보행권 등 전반에 걸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먼저 지하안전평가와 관련해 기존 평가가 ‘공사 중’ 상태를 기준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현재는 준공 이후 35층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지반 하중 조건이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A단지 측은 “만약 준공 시점을 인지했음에도 ‘시공 중’ 조건으로 평가를 수행했다면, 이는 지하안전평가 과정의 데이터 왜곡 및 적정성 위반에 해당한다”며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법이 정한 성실 이행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질 영향 평가 역시 논란의 핵심이다.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는 인근 28m 떨어진 요양병원을 기준으로 한 예측 결과를 근거로 환경 기준을 충족한다고 설명했지만, A단지 측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대기오염물질 확산 원리를 적용하면 10m 인근 아파트는 오염 농도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보행 환경 문제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환기구 설치 이후 보도폭이 1.2m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법정 기준인 2m(최소 1.5m)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A아파트 측은 “환기 방식이나 용량 조정을 통해 위치 변경이 가능함에도 행정 절차를 이유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주민 안전보다 공사 편의가 우선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는 전반적인 절차와 기준을 충족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는 지하안전평가와 관련해 “평가 당시 상황을 반영해 적정하게 수행됐으며 재실시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기질 영향에 대해서도 “예측 결과 전 구간이 환경 목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개별 건축물 단위 추가 평가는 실효성이 낮다”며 “운영 이후 사후환경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기구는 평상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이 아니라 화재 시 연기를 배출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방재시설”이라며 “이격거리와 이용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사항인 만큼 변경은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보행 공간과 관련해서는 일부 보완 가능성을 열어뒀다. 단지 내 시설 일부를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보행 공간 추가 확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사후 모니터링이 아니라 사전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며 재평가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과 행정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A단지 인근 170세대 규모의 또 다른 아파트도 최근 관련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 민원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환기구 위치 변경은 이미 전 구간 설계가 확정된 상황이라 사실상 어렵다”며 “지하안전평가 역시 당시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이뤄진 것으로, 준공 이후 재평가를 실시한 사례도 없고 법적 기준에도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기존 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공사는 올해 안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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