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x 로봇 시대, 고용의 종말과 창직(創職) [AI와 함께하는 세상]

2026. 4. 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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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x 로봇의 충격파
인공지능과 로봇의 확산으로 ‘기술적 실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AI가 있다. 과거의 산업혁명이 인간의 근육을 대체했다면, 현재의 인공지능 혁명은 지적 노동의 영역까지 위협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도입 국가다. 근로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를 기준으로, 2023년 한국은 1,012대를 기록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 평균(162대)의 약 7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러한 높은 로봇 의존도는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출처 : Utpal Chakraborty, Impact of Modern Automation on Employment(2018)
2030년 전후 한국의 로봇 보급 대수는 1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약 7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AI x 로봇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Oxford Economics, 2025). 특히 청년층 신규 채용의 급격한 감소와 아울러 그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전문직의 직무 구조까지 근본적으로 재편될 조짐이다(KDI, 2025; 한국은행, 2025).
기술 혁신의 빛과 그림자
기술 혁신의 속도는 가파르다. ‘에이전트 AI’는 인간이 없이도 생산성 혁명을 부른다. 물리적 로봇의 모습을 띤 ‘피지컬 AI’는 이제 공장·물류센터·병원·서비스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수행한다. 과거의 로봇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범생’이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자’로 진화하고 있다. AI가 문제해결 경로를 스스로 설계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피드백까지 제공한다.

AI x 로봇이 적극적 행위자로 등장하면서, 기업은 ‘AI 운영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이는 대량 해고를 수반한다. 경기 악화가 아닌 상황인데도 일자리는 급속히 사라진다. 예를 들면, 직원 10여 명(콘텐츠 제작자, 소셜 미디어 전문가, 계정 관리자 등)으로 구성된 마케팅 조직이 연간 1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면, 이제는 1인 팀장이 수십 개의 AI 에이전트를 팀으로 구성하여 1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일원이 된 AI 에이전트는 콘텐츠 생성(GPT-4 또는 Claude), 이미지 합성(DALL-E), 프로젝트 관리(Notion), 워크플로우 자동화(n8n)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다.

AI 혁명은 경제구조 자체를 급속히 변경한다. 과거의 경제구조는 고소득층·중산층·저소득층이 어느 정도의 균형을 갖춘 ‘햄버거 모양’이었다면, AI 시대에는 심한 양극화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커지고 중산층이 극도로 얇아지므로 ‘모래시계 경제’의 특징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중산층이 사라져 가는 모래시계 경제구조(필자가 코파일럿으로 생성)
국가 창업 시대가 오는가?
기술의 파괴적 속성 뒤에는 기회도 함께 숨어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약 7,800만 개의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WEF, Future of Jobs Report 2025). 그러나 미래의 일자리는 기존 직무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업(業)의 발견을 통해서 생겨난다. 최근 각국의 정책이 단순한 고용 유지에서 벗어나 ‘창직(創職)’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가 나오고 있다.

가령, 덴마크의 ‘유연 안정성(flexicurity)’ 모델은 해고의 유연성과 실업 안전망을 결합한 제도로, 실직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전해 재도전의 기반을 제공한다. 싱가포르의 ‘스킬퓨처(SkillsFuture)’ 프로그램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교육비 지원과 훈련 수당을 통해 직무 전환을 촉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실직 이후의 재배치에 초점을 맞춘 ‘사회 안전망’ (덴마크) 또는 ‘개인 역량 개발’ (싱가폴) 성격이 강하며, 새로운 산업 창출이나 창업과 같은 ‘선제적 전환’을 유도하기에는 한계를 지닌다. 안정적인 소득 보전 구조가 실제로 기회형 창업(opportunity entrepreneurship)을 촉진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국가 창업의 시대 회의 모습(필자가 코파일럿으로 생성)
한편, 대한민국은 5,000명의 창업 인재를 발굴하고,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개인당 200만 원을 지원하되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최종 우승자에게는 최대 10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단계별 창업 자금 정책을 발표하였다(한국정책브리핑, 2026.1.30). 이는 창업 열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단계별로 자금을 지원하고, 멘토단과 창업 보육 기관을 연계함으로써 실질적인 창업 성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려 한다는 점에서, 재취업 지원 방식과 차별화되는, 선제적 창업 활성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공을 위한 세 가지 요소
하지만 AI 시대에는 AI 기반의 창업 생태계가 필요하다. 몇 가지 포인트만 들자면, 첫째, AI 활용 역량(AI literacy)이다. 이는 단순 기술 습득을 넘어 AI를 업무에 통합·관리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이다. 여기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AI 기반 워크플로우 설계·운영 능력이 포함된다. 요컨대, 기술적 숙련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구를 적극 수용하고 혁신을 주도하는 태도가 핵심이다.

둘째, 도메인 지식과 AI 기술의 결합이다. 세무·회계·의료·법률 등 현장에서 축적된 암묵적 지식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이다. 오랜 제약업 종사자나 법률 전문가가 보유한 현장 감각과 인적 네트워크가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도메인 지식이 AI 기술과 결합하고, 팀 창업 매칭 플랫폼·AI 도구·테스트 환경을 공유할 수 있을 때, 창업자는 빠른 실험과 학습으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AI 전문가와 도메인 전문가의 만남(필지가 코파일럿으로 생성)
셋째,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1인 창업자(솔로프리너)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노코드 툴, AI 코파일럿, 자동화 마케팅 플랫폼 등을 통합한 ‘1인 창업 키트’를 제공함으로써, 과거에는 개발자·디자이너·마케터를 각각 고용해야 했던 업무를 AI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창업 초기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풍토가 절실하다. KAIST 실패연구소는 실패의 두려움을 줄이고 유연한 사고와 도전정신을 확대하기 위한 교육과 캠페인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망한 과제 자랑대회’, ‘AIx실패 아이디어 공모전’ 같은 프로그램은 기술의 오류와 인간의 실패를 서로의 거울로 삼아, AI와 인간의 공존을 상상하는 창의적 시도다. 실패의 비용을 사회가 함께 분담하고, 끊임없이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창업자들의 도전을 촉진하고 성공을 가능케 하는 문화적 토대다.

출처: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kaist.ac.kr/boards/view/board_notice/887
AI x 로봇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훨씬 더 큰 가치 창출을 돕는 친구이기도 하다.

특히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에게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하여 최소한의 자원으로도 유니콘 기업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열려 있다.

AI는 말없이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그 새로운 지형 위에 누가 가장 먼저 길을 낼 것인가. 그 답은 정책 문서가 아니라, 한계를 넘어서는 우리의 도전정신에 있다.

여러분의 다음 직함은 ‘부장’일까, 아니면 ‘AI 기업의 CEO’일까? 선택은 결국 여러분의 몫이다.

[여현덕 카이스트 G-School 원장/기술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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