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축구로 행복하다면 그게 제 골(Goal)이죠.”

이종만 기자 2026. 4. 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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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현장 담는 '해남 땅끝 사나이’ 조난국 인천중구FC 유소년축구단 감독의 ‘축구·사진’ 이야기
▲ 인천중구FC 유소년축구단 감독이자 사진기자 '해남땅끝사나이'로도 활동 중인 조난국. 사진제공=본인
▲ 조난국. 사진제공=본인

조난국(61세)은 인천중구FC 유소년축구단 감독이다. 고향인 전라남도 해남에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축구 선수를 했다. 이후 19살에 '먹고 살려고' 인천에 왔다. 

요리사로 평범한 삶을 살던 그가 다시 축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말 인천중구축구협회 사무국장을 맡으면서다. 그리고 코리아-재팬 월드컵 열기가 뜨겁던 2002년, 당시 초등학교 축구선수였던 아들의 지도자로부터 권유받아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무료 축구교실을 시작했다. 

신흥초등학교에서, 송도중학교에서, 인천하늘고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실을 지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려 24년째 인천중구FC 유소년축구단을 이끌며 인천 유소년 축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 '돈 벌러' 온 인천에서 찾은 제2의 축구 인생

전남 해남 출신인 조 감독이 인천과 인연을 맺은 건 42년 전이다.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축구를 그만둔 그는 19살 때 무작정 상경해 인천에 정착했다. 식당 주방 보조부터 시작해 17년간 인천에서 주방장 생활을 하며 치열한 삶을 살았지만, 가슴 한구석엔 늘 축구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그러다 1990년 말 인천중구축구협회 사무국장을 맡으며 축구 행정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여전했던 현장에 대한 갈증은 2002년 월드컵 열기와 함께 운명처럼 풀렸다. 아들의 축구 지도자로부터 '선수 출신이니 아이들을 좀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조 감독은 곧바로 신흥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가정과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무료 축구교실을 열었다. 본인이 가난 때문에 운동을 포기했던 아픔을 잘 알기에, 아이들만큼은 돈 걱정 없이 공을 차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다. 그리고 인천중구FC 유소년축구단을 창단했다.

"2002년 당시 처음엔 8명으로 시작했어요. 유니폼도, 교육비도 전부 무료였죠. 3년쯤 지나니 물값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1만 원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최소한의 비용만 받았는데, 그마저도 의미가 없다 싶어 다시 제 사비를 들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주말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노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릅니다."

▲ 카메라 들고 현장 지키는 '해남땅끝사나이'

동시에 조 감독은 '축구 전문 사진기자'로도 유명하다. 아들이 20여 년 전 주워 온 중고 카메라로 시작된 사진찍기 취미는 이제 전문가 수준에 이르렀다. 다음 카페(인천중구FC 유소년축구단)를 거쳐 10여 년 전부터 운영 중인 네이버 밴드 '해남땅끝사나이'에는 인천 팀을 우선으로 전국의 유소년·고교·대학 축구 경기 사진이 빼곡히 올라와 있다.

"전국 대회에 가면 제 이름은 몰라도 '해남땅끝사나이' 왔냐며 반겨주는 지도자와 학부모들이 많아요. 그 조끼를 입고 경기장을 누비는 게 제 자부심입니다. 아이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부모님들께 선물하는 것, 그것만큼 보람찬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그의 헌신과 축구사랑은 국경을 넘어 일본과 베트남까지 이어진다. 인천중구축구협회 사무국장 시절 인천 중구와 자매결연을 한 일본 나리타시와 26년째 축구 교류를 진행 중이다. 특히, 20여 년 전 교류차 처음 방문했던 베트남 냐짱의 한 보육원에서 처음 만났던 아이들과는 지금까지도 '한국 아빠'로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 2025년 중구청장기 우승을 차지했던 인천중구FC 유소년축구단. 사진제공=조난국

▲ "생활체육대축전, 성적보다 소중한 추억이 먼저"

조 감독은 지도자로서, 인천중구FC 유소년축구단을 이끌고 '2026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 출전한다. 이번 생활체육대축전 출전은 조 감독과 아이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선수반이 아닌 순수 취미반 아이들로 구성된 팀이기에 전국 무대를 밟아보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그래서 그는 승패보다는 아이들에게 '인생의 소중한 한 장면'을 선물하고 싶다. 하지만 팀이 영 형편없는 것만은 아니다. 인천중구FC 유소년축구단은 지난해 중구청장기 우승, 인천시 '아이리그(i-LEAGUE)'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 애들은 실력이 최고는 아닐지 몰라도, 축구를 즐기는 마음만큼은 1등입니다. 금요일부터 아이들과 함께 떠날 생각에 제가 더 잠이 안 옵니다. 부모님들께 '성적은 기대하지 마시라'고 우스갯소리도 해놨죠."

"저는 아이들이 미워지는 날이 오면 미련 없이 그만두겠다고 늘 주변에 말해요.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너무 예쁩니다. 제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운동장에서 뛰는 아이들의 땀방울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42년 전 무작정 인천으로 향했던 해남 청년은 어느덧 인천 축구의 살아있는 역사가 됐다. 동시에 현장을 찾아다니며 선수들의 꿈을 찍는 그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든든한 '슈퍼맨'으로 아이들 옆에 서 있다.

조 감독은 이번 대회 이후 인천의 행정 체제 개편에 맞춰 팀 명칭을 '인천 제물포 주니어 FC'로 변경,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제 '중구'라는 명칭은 사라지네요. 새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하는데, 새로 출범할 제물포구에서도 우리 유소년축구단이 지금처럼 열심히,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합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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