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로봇이 인간 선수 이겼다…피지컬 AI 시대 성큼

곽노필 기자 2026. 4. 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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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소니 개발 AI 로봇, 민첩한 행동 능력
프로 선수 3명 대결, 최소 한 번씩 격파
강화학습 알고리즘과 고속 로봇팔 결합
시속 70km가 넘는 속도로 초당 160회 이상 회전하는 공을 치려면 엄청난 정밀도와 속도가 필수적이다. 소니AI 제공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가운데 하나가 2016년 있었던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일 것이다. 이 역사적인 대국은 인공지능이 마침내 분석과 추론 영역에서 인간을 뛰어넘어 진정한 인공지능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알파고에서 목격했듯 그동안 인공지능이 인간을 압도한 체스, 스타크래프트, 포커, 가상 카레이싱 등의 게임은 모두 물리적 세계에서의 행동 능력과는 상관이 없는 것들이었다.

인공지능 탁구로봇 사진을 실은 네이처 표지.

그러나 인공지능이 가상 공간이 아닌 현실의 생활과 일에서 맞닥뜨리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으려면 ‘물리적 실체’를 갖춘 ‘피지컬 AI’(Physical AI)에서도 인간에 못잖은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술기업들이 로봇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피지컬 AI’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인공지능의 다음 파도는 ‘피지컬 AI’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물리세계의 법칙을 이해하고, 인간과 함께 부대끼며 제 몫을 해내는 자율적인 로봇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시속 70km가 넘는 속도로 초당 160회 이상 회전하는 공을 치려면 엄청난 정밀도와 속도가 필수적이다. 소니AI 제공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로봇 하프마라톤 경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최고 기록을 훨씬 능가하는 기록을 세워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로봇이 숙련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스포츠 경기에서도 인간과 대등하거나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과제다. 특히 탁구와 같은 스포츠에서는 찰나의 순간에 공을 주고받는 매우 민첩한 행동 능력이 필요하다.

일본 소니그룹의 인공지능 연구 전문 조직인 소니AI 연구진이 엘리트 탁구 선수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춘 인공지능 탁구로봇을 개발해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에이스’(Ace)라는 이름의 이 로봇이 5명의 엘리트 선수와 경기를 펼쳐 3명에게 승리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논문 제출 후 치른 최근 경기에선 프로 선수도 격파하는 실력을 보여줬다.

이는 상호작용이 중요한 물리적 기술 대결에서도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설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비록 프로선수들에게는 패했지만, 전문가들은 에이스가 보여준 일관된 받아치기와 강력한 서브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소니AI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탁구로봇이 탁구 선수들과 대결에서 5전 3승을 기록했다. 소니AI 제공

실수하지 않는 일관성이 승리 비결

탁구는 로봇이 하기엔 매우 버거운 스포츠다. 빠른 반응 속도와 함께 순간적인 판단, 공의 궤적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당 160회 이상을 회전하며 시속 70km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치려면 엄청난 정밀도와 속도가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카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인간 챔피언을 압도했던 인공지능 드라이버인 ‘그란 투리스모 소피’(GT Sophy)의 강화학습 알고리즘과 9대의 카메라를 연결한 고속 인식 시스템, 인공지능 기반 제어 시스템, 그리고 8개의 관절을 가진 고속 로봇팔을 결합했다.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탁구 경기는 2025년 4월 국제탁구연맹과 일본 프로탁구 리그 규칙에 따라 진행됐다. 경기 상대는 10년 이상의 탁구 경력과 주당 평균 20시간의 훈련을 쌓은 엘리트 선수 5명과 프로리그에서 활동 중인 프로 선수 2명이었다. 엘리트 선수와는 3전 2선승제, 프로 선수와는 5전 3선승제로 승부를 겨뤘으며 10:10이 되었을 때 듀스(2점 차 승부)를 적용하지 않고, 먼저 11점에 도달하는 선수가 해당 세트를 가져가도록 했다.

경기 결과 에이스는 엘리트 선수와의 5경기에선 3경기를 이겼고, 프로 선수와의 경기에선 2경기 모두 패했다. 에이스는 초당 최대 71.6회 회전하며 날아오는 공을 75%의 성공률로 받아넘겼다. 또 강력한 서브로 16점을 득점했다. 상대 선수가 올린 서브 에이스 득점은 8점이었다.

브라질 항공기술연구소의 카를로스 리베이로 교수(컴퓨터과학)는 네이처에 기고한 ‘뉴스와 논평’에서 “에이스가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히 인간보다 빠른 속도의 샷을 날렸기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회전을 생성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일관성(consistency)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간 선수가 심리적 압박이나 체력 저하로 실수를 범하는 것과 달리, 로봇은 고도로 정밀한 동작을 경기 내내 똑같이 재현해냈다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었다고 분석했다.

피지컬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의 이정표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안전이 매우 중요한 환경에서부터 인간과의 실시간 상호작용 영역에 이르기까지 역동적인 물리적 환경에서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피지컬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또 에이스와 같은 수준급 피지컬 인공지능은 인간의 행동을 개선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에이스가 구사한 샷을 본 1992년 올림픽 일본 국가대표 나카무라 긴지로는 “그런 샷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로봇이 해내는 모습을 보니 인간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리베이로는 “이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기술 개발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연구진은 논문 제출 후 2025년 12월과 올해 3월 추가로 경기를 더 시켜봤다. 12월 경기에선 선수 4명(프로 2명 포함)과 경기를 치러, 에이스가 프로 선수 1명을 제외한 3명에게 승리를 거뒀다. 3월 경기에선 3명의 프로 선수와 대결해 3명 모두를 최소 한 번씩 격파했다. 연구진은 이전 경기와 비교해 더 빠른 속도와 더 공격적인 플레이로 경기력이 더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논문 정보

Outplaying elite table tennis players with an autonomous robot.

https://doi.org/10.1038/s41586-026-10338-5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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