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3D 자유자재 전환하는 '메타렌즈' 디스플레이…"노벨상 후보 분야"

안경 등 별도 도구 없이도 2차원(2D) 영상과 3차원(3D) 영상을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는 메타렌즈 기반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개발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메타렌즈 대량생산 기술 개발에 이어 응용기술까지 저명 학술지에 연달아 게재되며 과학기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노준석 포스텍 기계·화학·전자전기공학과 및 융합대학원 교수팀과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비주얼 테크놀로지 연구팀이 공동으로 메타렌즈 기반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2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다. 노 교수팀의 연구성과가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거론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 메타렌즈, 생산과 응용 모두 잡았다
메타렌즈는 빛의 위상, 진폭, 편광 등 주요 성질을 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수준에서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차세대 광학소자다. 표면이 평평한 형태면서 기존의 둥근 렌즈보다 수백 배 이상 얇다. 메타렌즈를 포함한 메타물질은 그동안 '투명망토'를 구현할 수 있는 소재로 널리 알려져 왔다.
가상·증강현실(VR·AR) 및 의료영상 등 3D 콘텐츠가 급증하면서 하나의 기기에서 2D·3D 영상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3D 영상을 보려면 편광 안경 등 추가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인간이 어떤 물체를 입체로 인식하는 이유는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의 각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존 평면 디스플레이는 각 화소에서 나온 빛이 모든 방향으로 퍼지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같은 모습이 보인다. 물체에서 반사된 빛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빛을 제어해 내뿜을 수 있다면 안경 없이도 3D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하다.
안경 없이 화면에 렌즈를 설치해 입체감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기존에도 존재했다. 화면을 볼 수 있는 시야각이 15도 내외로 매우 좁아 사실상 정면에서만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한계와 화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전원 공급에 따라 빛의 굴절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두께 1.2mm, 가로·세로 5cm 크기의 메타렌즈를 만들어 기존 상용 디스플레이에 통합했다.
개발된 디스플레이는 전압에 따라 편광을 조절해 2D와 3D 모드를 간단히 전환할 수 있다. 고해상도 2D 모드는 빛이 평평한 유리창을 통과한 것처럼 직진하기 때문에 글을 읽거나 웹 검색을 하는 데 유리하다. 입체 3D 모드에서는 볼록렌즈 효과가 강화되면서 입체 효과와 시야각이 극대화된다. 기존 무안경 3D 구현 방식과 비교하면 렌즈 두께는 mm 단위에서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수준으로, 시야각은 15도에서 100도까지 늘어났다.
노 교수는 "좁은 시야각에서는 한 명만 시청이 가능했다면 넓은 시야각에서는 4인 소파에서 모두 같이 시청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텍 연구팀은 성균관대에서 개발한 인쇄 파운드리 기술을 도입해 메타렌즈를 초당 300개 이상의 속도로 생산할 수 있는 '롤투롤(Roll-to-Roll) 나노인쇄' 공정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하기도 했다. 메타렌즈 생산 단가는 약 6년전 개당 500만원에서 5000원 이하까지 줄었다. 메타렌즈의 숙제인 양산과 활용처 확보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낸 것이다.
두 연구 성과는 온라인 공개 시기가 다르지만 한 권(이슈)에 함께 실린다.
노 교수는 "앞서 롤투롤 공정을 이용해 롤투롤 문제를 풀었고 삼성전자에서 제공하는 실제 휴대폰 패널을 이용해 3D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며 "공정과 응용이라는 측면에서 학술지의 같은 호에 소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메타렌즈가 실제 기업 차원의 생산으로 넘어갔을 때 예상되는 해결 과제와 화질, 시야각 개선이 더 필요하다"라면서도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메타물질,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도 거론
메타렌즈를 포함한 메타물질 분야가 노벨물리학상 후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노 교수는 "메타물질은 연구된지 25년 정도 됐다"며 "올해 메타물질을 주제로 노벨 심포지엄이 열려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메타물질이라는 주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산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저희가 개발한 대량 생산법과 응용 방향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학계에서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이 인류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려면 양산이 필수적이다. 2023년 노벨 화학상은 첨단 소재인 양자점을 발견하고 대량 합성법을 제시한 과학자 3명이 받았다.
국내 연구자가 노벨심포지엄에서 발표하는 것은 2023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선구자인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이후 두 번째다. 이번에 초청된 전세계 메타물질 연구자는 26명이다. 초청된 연구자들은 보통 잠재적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다. 이중 아시아 지역 대학 소속 연구자는 노 교수를 포함해 3명뿐이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86-026-10318-9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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