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뛴 메타버스 ETF, 뜯어보니 ‘삼전·하이닉스’ 대거 편입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최근 거래량과 수익률이 동시에 튀며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개별 산업 측면에서 뚜렷한 업황 변화나 모멘텀이 부각된 것은 아닌데도 자금이 몰리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다만 상승 배경을 들여다보면 삼성전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비중 확대 영향이 컸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상품 이름과 실제 투자 대상 간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뜬금없이 ‘인기 검색어’ 된 메타버스 ETF
지난 22일 코스콤 ETF체크 홈페이지 내 실시간 인기 테마에서 ‘메타버스’가 순위에 올랐다. 메타버스 ETF는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확대 속에 대거 상장돼 한때 10개가 넘게 존재했으나, 이후 테마 열기가 식으며 상당수가 상장폐지됐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메타버스 ETF는 TIGER Fn메타버스, RISE 메타버스, KODEX 메타버스액티브, HANARO Fn K-메타버스MZ 등 4종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사이 이들 ETF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 4월 16~22일 RISE 메타버스 ETF의 일평균 거래량은 8만2764주로 집계됐고, 22일 하루 거래량은 13만3737주를 기록했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량(2만9000주)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TIGER Fn메타버스 또한 이번 주 일평균 거래량(6만5674주)이 직전 주 대비 약 2.5배 늘었다.
이들이 주목받은 배경으로는 포트폴리오 구성 비중이 꼽힌다. ‘메타버스’ 테마 지수를 추종하지만 실제 편입 상위 종목은 메타버스와 직접 관련성이 낮은 기술주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K-메타버스 지수를 추종하는 액티브 상품인 KODEX 메타버스액티브 ETF는 보유 비중 2, 3위가 SK하이닉스(9.45%)와 삼성전자(7.91%)로, 두 종목 비중만 17%를 넘어섰다.
RISE 메타버스와 HANARO Fn K-메타버스MZ 또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삼성전기로, 각각 보유비중은 24.12%, 21.46%에 달했다.
◇‘두산그룹’ ‘기후변화’도 삼성전자 편입
이 같은 ‘이름과 실제 구성의 괴리’는 메타버스 ETF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상장된 WON 두산그룹포커스 ETF에는 삼성전자가 2% 넘게 편입되며 논란이 일었다. 우리자산운용은 “두산그룹과 연관된 산업 밸류체인 확장 차원에서 외부 파트너 기업을 일부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ETF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KODEX 기후변화솔루션, SOL KRX기후변화솔루션, TIGER KRX기후변화솔루션 등이 추종하는 KRX 기후변화솔루션 지수는 저탄소 전환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지만, 실제로는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 비중이 높아 사실상 대형주 지수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해당 지수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더 커지는 추세다. 22일 기준 이 지수를 따르는 ETF에서 SK하이닉스 비중은 10.41%, 삼성전자는 9.82%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대비 각각 약 1~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투자자, 이름 아닌 구성 봐야”
업계에서는 산업 구조 변화나 규제 요인으로 인해 ETF 이름과 실제 편입 종목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ETF는 일정 종목 수 이상을 편입하고, 특정 종목 비중도 제한하는 분산투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테마형 ETF라 하더라도 유동성과 시가총액을 갖춘 종목 위주로 편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결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상품 상장 이후 산업 생태계가 변화하거나 종목 수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직접 관련성이 낮은 종목을 일부 편입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조만간 상장될 테마형 ETF인 우주항공 ETF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향후 출시되는 우주 ETF 등에서도 구글 등 직접 관련성이 낮은 기업을 편입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며 “변동성 방어를 위해 대형주를 일부 포함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투자자는 상품명뿐 아니라 실제 편입 종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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