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영업정지, 광주는 파산…지방 건설사 줄붕괴
영업정지·회생·파산 확산에 따른 하도급·분양·공공사업 충격 우려
![[출처= 구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3/552778-MxRVZOo/20260423083922556qwsu.png)
고금리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지방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한계로 치닫고 있다. 부산에서는 등록기준 미달에 따른 영업정지가 급증했고, 광주·전남에서는 회생 절차 폐지 뒤 파산 수순에 들어가는 중견 건설사까지 나왔다. 중소업체를 넘어 지역 대표 건설사들까지 무너지면서 하도급, 수분양자, 공공사업 차질 등 지역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업정지 급증 부산, '붕괴 1단계' 진입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월 부산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모두 37곳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종합공사업 10곳, 전문공사업 27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곳, 2024년 같은 기간 20곳과 비교하면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영업정지 사유다. 올해 부산에서 처분을 받은 37개 업체 가운데 26곳은 건설업 등록기준 미달로 적발됐다. 전체의 70%에 달하는 규모다.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업체는 보증가능금액과 자본금, 기술인력 등 최소 요건을 유지해야 하지만, 현금 흐름이 막힌 업체들이 공제조합 예치금을 인출하거나 실질 자본금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법적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단순 행정처분 문제가 아니라 업계 기초체력이 무너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통상 5개월 안팎의 영업정지 기간에는 신규 수주와 입찰 참여가 제한된다. 이미 자금난에 빠진 업체들로서는 추가 수익 확보 통로마저 차단되는 셈이기 때문에 영업정지가 다시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업계 안팎에서 이를 '붕괴 1단계'로 보는 이유다. 최소한의 사업 유지 요건조차 갖추지 못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기 시작한 단계라는 의미다.
부산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등록기준 미달은 단순 행정 문제가 아니라 현금이 완전히 말랐다는 신호"라며 "영업정지에 들어가면 신규 수주가 막혀 버티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회생 실패·파산 잇따른 광주, 중견사까지 무너져
이러한 징후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1분기 전국 건설사 영업정지 처분 건수는 657건으로 최근 4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82.3%인 541건이 등록기준 미달 때문이었다. 건설사 10곳 중 8곳 이상이 영업 지속을 위한 기초적인 재무·운영 요건을 상실했다는 얘기다. 지역 건설업계의 위기가 전국적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산 사례는 오히려 시작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전남에서는 더 심각한 단계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견 건설사 유탑그룹 계열사가 신청한 법인 회생 절차가 폐지되면서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유탑디앤씨와 유탑건설, 유탑엔지니어링에 대한 회생 절차 폐지 결정을 공고했다. 재판부는 사업을 계속할 때보다 청산할 때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회생 절차는 통상 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을 넘기고 정상화를 시도하는 마지막 방어선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회생계획안 제출조차 기한 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은, 해당 기업들이 더 이상 자력으로 버틸 여지를 찾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즉시항고가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파산 수순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탑건설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97위의 중견 건설사다. 유탑엔지니어링 역시 광주시와 전남도 청사, 광주월드컵경기장,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지역 주요 건축물의 설계·감리를 맡아온 기업이다. 지역에서 입지가 적지 않았던 기업들마저 연이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위기가 더 이상 영세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광주·전남에서는 이미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줄도산 공포가 현실이 되고 있다. 2024년 한국건설과 남양건설, 남광건설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후 영무토건에 이어 올해는 해광건설마저 회생 절차 폐지 결정 뒤 파산했다. 1983년 설립된 해광건설은 '해광샹그릴라' 브랜드 아파트를 공급해온 지역 업체였지만, 고금리와 자잿값 상승에 따른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처럼 영업정지에서 회생, 다시 파산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지역 건설업계 전반의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이 등록기준 미달에 따른 영업정지 급증으로 붕괴의 초입을 드러냈다면, 광주·전남은 회생 실패와 파산이라는 최종 단계로 진입한 셈이다. 단계는 달라도 본질은 같다. 현금이 돌지 않으면서 기업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여파가 개별 건설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사 부실은 하도급 업체 대금 지급 지연으로 이어지고, 이는 협력업체 연쇄 부실을 부를 수 있다. 실제로 광주에서는 도시형 생활주택 수분양자들이 월세와 관리비를 제때 지급받지 못하는 피해를 겪고 있다. 여기에 공공임대아파트와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 등 지역 핵심 프로젝트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건설사 한 곳의 위기가 지역 부동산 시장과 생활경제, 공공사업 일정까지 뒤흔드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업정지 업체가 늘어나고, 회생을 신청하는 기업이 증가한 뒤, 그중 상당수가 다시 파산으로 이어질 경우 지역 건설 생태계 전체가 복원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 건설사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를 떠받쳐 온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국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 건설사 위기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협력업체, 분양시장, 공공사업으로 번지는 연쇄 충격"이라며 "유동성 지원과 함께 지역 건설 생태계를 지키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E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