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하늘 지킨 천궁-Ⅱ…K방산, 세계를 사로잡다

김동현 2026. 4. 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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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INSIGHT
미국·이란 전쟁에서 성능 입증
중동 이어 유럽도 주목
천궁-Ⅱ,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이란이 UAE에 쏜 미사일 요격률 96%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 잇단 구입 문의
한 발 370만弗 패트리엇 3분의 1 가격
현지 기후·지형 맞춤형 제작 인기 요인
후속무기 천궁-Ⅲ 수출도 늘어날 듯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2월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전쟁이 발발한 뒤 이란으로부터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 등 공격을 받았다. UAE 당국 발표에 따르면 UAE군은 지난 8일 기준 탄도미사일 537기, 순항미사일 26기, 무인드론 2256대를 요격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곳에 배치된 천궁-Ⅱ 두 개 포대의 요격 성공률은 96%에 이르렀다. 2022년 시제품 형태로 공급된 천궁-Ⅱ가 첫 실전에서 성능을 과시한 것이다. 이에 만족한 UAE는 지난달 자국의 C-17 수송기를 동원해 한국에서 천궁-Ⅱ 유도탄 30기를 추가로 공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국가의 구입 문의가 쇄도하는 한편 유럽 국가들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1991년 걸프전을 통해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이 세계 방위산업 업계의 기린아로 떠오른 것처럼 이번 전쟁에서 가장 수혜를 본 무기 체계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얼마나 대단한 무기길래


천궁-Ⅱ는 기존 항공기 요격만 가능하던 천궁-Ⅰ(M-SAM)을 개량해 미사일 요격 능력까지 갖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다. 적을 탐지 및 추적하고 유도탄 교신 등 역할을 하는 다기능레이더(MFR), 교전통제소, 8기의 유도탄을 탑재할 수 있는 차량형 발사대가 한 개 포대를 구성한다.

고도 약 20㎞ 이하에서 종말 단계의 미사일을 ‘직접 충돌’(Hit-to-Kill)하는 요격 방식을 사용한다. 이 같은 방식은 핵·화학탄 등 대량살상무기 대응에 효과적이고 지상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발사관에서 가스 압력으로 미사일 밀어 올린 뒤 공중에서 엔진을 점화하는 ‘콜드 론칭’ 방식은 미국 패트리엇(PAC-3)과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발사 시 열폭풍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화염 처리장치가 따로 필요 없고, 표적 방향으로 발사대를 회전할 필요도 없다.

미·이란전에서 천궁-Ⅱ의 도움을 받은 UAE는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7년 천궁-Ⅱ는 개발이 중단될 위기에 빠졌다. 북한이 선보인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의 하강 속도가 마하 15에 이르러 천궁-Ⅱ의 요격 한계 속도(마하 7)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천궁-Ⅱ를 개발하는 대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패트리엇 발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때 후티 반군과 교전하던 UAE가 천궁-Ⅱ 도입 의사를 밝혀 프로젝트가 지속될 수 있었다.

 美 패트리엇 빈틈 파고들어

천궁-Ⅱ는 2018년 양산을 시작했고 2020년 11월께 우리 군에 처음 인도됐다. 2022년 UAE 수출 계약 이후 사우디아라비아(2024년), 이라크(2025년) 등 중동 국가들이 잇달아 천궁-Ⅱ 도입 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극강의 가성비가 있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의 가격은 한 발당 약 370만달러인 데 비해 천궁-Ⅱ는 한 발당 약 110만달러로 3분의 1 수준이다. 물량 공세를 벌이는 중동 전장에서 이점이 크다는 평가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미사일부터 발사대 차량까지 촘촘하게 공급망을 구성해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며 “이를 통해 부품 조달, 유지보수, 후속 군수지원 비용을 낮추고 고정비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기의 또 다른 요인으로 ‘현지 맞춤형 제작’이 꼽힌다. UAE에 수출된 천궁-Ⅱ는 한국군용 모델보다 더 좋은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수천 개의 작은 송수신 모듈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사방에서 날아오는 적 전투기와 미사일을 탐지하는 기능을 갖췄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UAE가 소형무인기는 물론 순항미사일 같은 저공 표적에 대해 강력한 탐지 능력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선 레이더 운용 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공랭식 냉각 방식을 썼는데, 한여름에 섭씨 60도까지 오르는 중동 지역에서 냉각 기능을 높이기 위해 UAE 수출형에는 수랭식 장비를 넣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에코 선임연구원은 “한국 방산업체들은 외국에 무기 공장을 짓고 관련 지식을 공유하려는 의지가 있다”며 “지식재산권만 지키려는 미국과 다른 점”이라고 분석했다.

 천궁-Ⅲ도 나온다

현재 방산시장에선 이란의 공격을 받은 카타르가 통합 방공망을 구축하기 위해 천궁-Ⅱ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 천궁-Ⅱ와 통합 방공 솔루션을 처음 선보인 게 계기가 됐다. 지난해 한화시스템은 레이더 등 방공무기의 유럽 진출을 위해 독일 방산업체 디엘디펜스와 협력 확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기존 고객이 재주문하거나 탄약 보충 및 포대 증설을 요청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한국 한화와 LIG에 천궁-Ⅱ 체계의 인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지 타진했다”고 전했다. UAE도 한국 업체에 요격미사일 추가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천궁-Ⅱ의 후속 무기인 천궁-Ⅲ(M-SAMⅢ)도 개발할 계획이다. 천궁-Ⅱ의 요격고도(15㎞)를 극복하기 위해 최고 요격 고도를 50㎞ 이상으로 높이고,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사업청은 2034년까지 2조8300억원을 들여 천궁-Ⅲ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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