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뒤, 노동부 장관은 왜 부산교통공사 찾아갔을까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3월10일 시행됐다. 3월27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부산지하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를 찾았다. 이곳 자회사(하청) 노동조합은 모회사(원청)인 부산교통공사에 법 시행 첫날인 3월10일 교섭을 요구했고, 부산교통공사는 당일 곧바로 자회사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당초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해도 원청이 응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컸는데, 선제적으로 교섭 절차로 나아간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유일하게 자회사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인 기관이 부산교통공사만은 아니다. 다만 이례적인 점이 있다. 부산교통공사의 경우 모회사 노조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교통공사노조’(조합원 5300명) 안에 자회사인 부산도시철도운영서비스 노동자 950명이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 형태로 소속돼 있다. 오문제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 파업을 했는데, 필수유지 제도로 인해 열차 운행을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하다 보니 정규직만으로는 파업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외연을 확장하고 약자를 포괄할 때 우리도 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조합원을 설득했고,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2009년 ‘부산지하철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는 부산지하철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약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2010년 운영서비스지부가 우리 노조에 가입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영훈 장관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모·자회사가 하나의 노조로 있다는 점에서 공공부문의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아 부산교통공사에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운영서비스지부 노동자들은 부산지하철 역사의 미화·경비·시설관리·콜센터를 담당한다. 원래 11개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있다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4월부터 자회사에 포함되었다. 11개 용역업체 시절에도, 자회사 시절에도 자회사와의 교섭에 부산지하철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간부가 함께 들어왔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서 달라진 점은, 자회사 노조가 직접 모회사인 부산교통공사 사장과 마주 앉을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오문제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공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인 데다, 이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자회사 노조도 함께 들어와 있어 모회사가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 요구를 거부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바로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 공기업으로서 법이 바뀌면 취사선택할 게 아니라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난점은 있다.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원청과 교섭할 범위다. 운영서비스지부는 모회사인 부산교통공사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안을 14개 마련했다.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①샤워실·탈의실 등 시설 설치·개선 ②과업지시서상 ‘자율안전 서약서’ 폐지 ③인력 증원 ④원가 설계에 추가 인건비 반영 등이다.
이에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안전문제나 사업장 안의 시설 문제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지만, 인력 재설계나 인건비 부분은 우리가 판단하는 게 맞느냐는 고민이 있다. 의제 하나하나가 원청이 교섭해야 하는지 자회사가 해야 하는지 정해진 게 없고, 지방노동위원회나 노동부에 물어봐야 한다. 몇 년은 걸릴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허명신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장은 “궁극적으로 요구할 사항은 임금이지만, 우선은 명확하게 원청이 사용자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의제만 추렸다. 일단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목표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원청이 구체적·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노동조건에 대해서만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사용자로 인정받는다. 앞서 언급한 자회사 노조의 요구안들이 부산교통공사가 구체적·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노동조건인지 아닌지, 앞으로 하나하나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시설이든 안전이든 인력이든 처우 개선에는 돈이 든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이론적으로는 원청 노동자들의 양보와 자제가 필요하다. 부산지하철노조는 2019년, 통상임금 소송으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될 체불임금 1000억원(1인당 1000만원 규모)을 신규 채용에 써달라고 해 540명의 청년 고용을 이끌어낸 사례로 전태일노동상을 수상할 만큼 사회연대적 움직임을 보이는 노조 중 하나다. 그러나 그런 부산지하철노조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오문제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당시는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조건이 결부돼 있었기에 ‘우리 삶의 질이 나아진다’고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지만, 지금 당장 우리 임금을 떼어 나누자는 결정은 노조로서 하기 어렵다. 현재 같은 회사 소속인 공무직(무기계약직)도 있는데, 예컨대 우리 임금 인상분 3%의 0.1%만 공무직에 떼어주면 공무직 임금이 우리만큼 될 정도로 임금 차이가 나는데도 그 0.1%를 못 주는 게 현실이다. 결국 예산이 가야 풀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부산시를 압박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착시키고 싶다면, 재정 지원해야”
지방 공기업의 정원 결정과 인건비 운영에는 지방정부가 상당한 자율권을 갖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를 비롯한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8곳 노조는 4월1일 부산시에 첫 집단 ‘노·정(노동조합·정부) 교섭’을 요구했다. 법률이나 조례, 정관 등에 따르면 임금이나 단체협상 관련 규정을 바꿀 때 부산시와 협의하거나 부산시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는 만큼, 부산시가 산하 공공기관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가 아니냐는 것이다. 부산시 공공기관담당관실 관계자는 “시가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 4월6일 노동청에 판단을 요구해놓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방정부 재정 상황이 빤하다. 정말 노란봉투법을 안착시키고 싶다면, 적어도 지방 공기업의 경우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재정을 지원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영훈 장관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하도급 계약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방 공기업 예산 문제가 포함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협의를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원청이 사용자라고 인정한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가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4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달라고 시정 신청을 낸 데 대해,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4월2일 이를 인용했다. 4개 공공기관이 적어도 일부 의제에 대해 사용자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노란봉투법 통과 계기가 된 사업장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등 조선업 원청 3곳은 일부 하청 노조를 제외하기는 했지만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조선업 원청들이 응한 이유는 ‘버티면 정권에 찍힌다’는 판단과, ‘교섭해봤자 (조직력 등을 고려할 때) 하청 노조가 따갈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는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 계열사와 한국타이어 등은 하청이나 자회사 노조의 교섭 요구에 4월9일 현재까지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하청 노동자 70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불법파견 소송이 여러 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란봉투법까지 시행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 시행 전 노노 갈등이 우려된 가장 큰 이유는 ‘교섭 창구 단일화’였다. 우리 노동법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이면 ‘교섭대표 노조’를 정해야 한다. 이때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교섭 단위를 하나로 꾸려야 한다면, 원청 노조가 배타적으로 갖고 있던 교섭의 주도권을 빼앗기려 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벌어질 우려가 컸다. 그러나 최종 확정된 시행령에 따라 원청은 원청 노조끼리, 하청은 하청 노조끼리 교섭 창구 단일화를 하도록 했다(하청 노조의 교섭 단위 분리도 폭넓게 인정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어떤 면에선 하청 노조와 함께 가야 할 원청 노조의 윤리적 책임을 시행령이 덜어준 측면도 있다. 그런 점에서 조합원들을 설득해가며 하청 노조와 유의미하게 동행하고 있는 부산지하철노조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고 시사점이 크다”라고 말했다. 오문제 부산지하철노조위원장은 “모난돌이 정 맞는다고, 이미 업계 최고 임금을 받고 있는 만큼 같이 가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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