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넘어 산으로…심상치 않은 '트레일러닝' 열풍
기록보다 경험…'즐기는 레이스' 트렌드
축제의 장이 된 트레일 러닝 대회 현장

국내에 불고 있는 러닝 붐이 도로 위 마라톤을 넘어 거친 산길과 들판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자연과의 교감, 한계 극복의 성취감을 동시에 만끽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며 관련 시장도 성장 중이다. 특히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대규모 대회를 직접 개최하거나 전문 선수단을 창단하는 등 트레일러닝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레이스 그 이상의 경험
트레일러닝은 산길과 숲길 등 자연 지형을 달리는 운동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연간 50개 이상의 대회가 열릴 만큼 저변이 넓어졌다. 코스도 10㎞부터 100㎞까지 다양하다. 일정 역시 1박 2일 이상 체류형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업계는 이 흐름에 맞춰 트레일러닝 대회를 '브랜드 체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 전개하는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18일~19일 강원 횡성에서 '코오롱 트레일 런 2026'을 처음 개최했다. 참가 신청이 1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참가자들은 레이스를 마친 뒤 마사지와 식사, 공연을 함께 즐기며 오랜 시간 현장에 머물렀다. 단순히 달리고 끝나는 구조에서 벗어나 레이스 이후에도 축제처럼 즐기는 레이스로 확장된 셈이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10시간 만에 들어온 마지막 선수를 위해 참가자 모두가 헤드랜턴 불빛을 비춰주며 응원하는 등 기록보다 값진 감동의 순간들이 포착됐다"며 "달리기 이후의 시간까지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간 경쟁도 뜨겁다. 노스페이스는 오는 5월 강릉과 평창 일대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TNF 100 코리아'를 개최한다. 2016년부터 이어온 이 대회는 올해 100㎞ 코스를 포함해 총 2200명 규모로 진행된다. 특히 이번에는 중급자들을 위한 22㎞ 코스를 신설해 참가 층을 넓혔다. 다이나핏은 오는 9월 태백에서 '태백 트레일'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3000명이었던 참가 인원을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4200명으로 확대했다. 블랙야크는 오는 25일 1000여명이 참가하는 '트레일런 제주 2026'을 제주 야크마을 일대에서 진행한다.
LF가 전개하는 티톤브로스는 도심과 산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런'을 개최하며 젊은 러너 공략에 나섰다. 지난 11일 남산 일대에서 진행된 첫 러닝 세션에서는 참가자들이 제품을 직접 착용하고 달리며 성능을 체험했다. 대회 현장에서 쌓은 브랜드 경험은 실질적인 소비로 연결되고 있다. 티톤브로스의 트레일러닝 라인은 출시 한 달 만에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그중 2030대 비중은 48%에 달한다.
왜 인기인가
트레일러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도로 위에서의 단조로운 달리기와는 차별화된 '오감의 해방'이다. 트레일러닝은 딱딱한 아스팔트 대신 흙과 바위를 딛고,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자연 속을 달린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힐링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특히 1초를 다투는 기록 단축보다 자연을 경험하며 나만의 페이스를 찾고 완주하는 서사를 공유하는 문화가 젊은 층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스포츠 브랜드들의 전략 변화도 화력을 보태고 있다. 과거의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이 기능성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대회와 현장 세션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브랜드가 직접 판을 깔고 고객과 함께 땀 흘리며 기술력을 입증하는 식이다.

실전 경험은 자연스럽게 강력한 브랜드 팬덤으로 이어진다. 이는 소유보다 경험과 공유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방식과도 맞아 떨어진다. 러닝 크루나 캠프 같은 참여형 콘텐츠가 브랜드 충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되면서 대회 현장에서 쌓은 긍정적인 경험이 곧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시장 전망도 밝다. 최근 3년간 트레일러닝 인구는 약 25% 급증했다. 관련 시장 역시 매년 6%대의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규 러너의 유입과 대형 대회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산업 자체가 커지고 있다. 향후 시장은 초보자를 위한 도심형 '하이브리드' 코스부터 숙련자를 위한 100㎞급 '서바이벌' 코스까지 수요가 더욱 정교하게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등산이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 트레일러닝은 젊은 세대가 에너지를 발산하는 세련된 놀이 방식이 됐다"며 "러닝 문화가 안착하면서 이제는 기록보다 행사 자체를 여행처럼 즐기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장에서 고객과 함께 뛰며 실전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다이 (neverdie@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딜 워치]"27억이 658억으로"...성호전자의 기막힌 메자닌 활용법
- 삼성전자, 5년만 특별배당…개미에 2조 풀었다
- 방산 교통정리 나선 현대차그룹…두 가지 효과 노렸다
- '홈플 익스프레스' 인수 추진…메가커피, 재무 부담 견딜까
- 한화솔루션, 올 영업이익 8829억 전망...이자 부담 덜까
- 코스닥 승강제 전 마지막 '코스닥150' 정기변경, 누가 들어오나
- 800억 팔면 '업계 2위'…피자의 추락엔 날개가 없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TSMC보다 저평가…시총 합산 3300조원 예상
- 삼성, HBM 실기 재연되나…'45조 성과급'에 투자 경고등
- 전선업 '슈퍼사이클' OCI도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