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집값 떨어지면 날벼락인데… 자산관리, 아직도 부동산 ‘올인’
상위 1% 자산 5.5% 증가할 때 0.1% 부자는 12%↑
“부동산 쏠림, 금리·시장 변동성에 취약…포트폴리오 다변화 시급”

한국 사회에서 부자를 규정하는 자산 규모는 흔히 100억 원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부의 본질은 절대적 금액만으로 규정되기 어렵다. 부는 단순히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시장 변동성 속에서 자산을 지켜내는 관리 능력과 그로 인해 얻는 선택의 자유에 의해 정의되기 때문이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 상위 1%의 자산 성적표는 부동산 편중과 전략적 부채 활용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이에 2025년 기준 우리나라 순자산 상위 1% 가구의 현황을 살펴보면, 해당 구간의 기준선은 약 34억8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상승한 수치로, 자산 상위 구간 전반에서 증가 흐름이 확인된다. 특히 상위 0.1% 가구의 기준선은 86억7000만 원에서 97억1000만 원으로 약 12% 상승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상위 5%와 0.5% 구간 역시 각각 7.2% 상승하며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상위 1%는 5.5% 상승해 중간 수준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러한 수치는 자산이 많을수록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는 ‘부의 집중’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흐름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금융자산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자산 상위 계층에 더 크게 작용하면서 자산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 자본을 확보한 계층일수록 투자 기회와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복리 효과가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여유자산의 조기 확보가 장기적인 부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상위 1%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약 60억 원 수준이며, 중간값은 약 47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할 때 순자산 50~60억 원대는 현실적인 부자의 기준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3.1세로 비교적 높은 편인데, 이는 장기간의 경제활동과 꾸준한 자산관리의 결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단기간의 고수익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 축적이 부의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또한 평균 가구원 수는 약 3명이며, 약 74.2%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의 형성에 있어 입지 요인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 직장, 정보 접근성 등 다양한 기회가 집중된 수도권 환경이 자산 축적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자산 구성 측면에서는 부동산 비중이 매우 높은 특징을 보인다. 상위 1%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약 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투자 목적의 부동산 비중이 57.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거주 주택 역시 금액과 비중이 모두 증가했으며,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18.9%에서 15.3%로 감소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자산 증식 과정에서 금융자산보다 부동산 중심 전략이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잠재적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시장 변동성에 따라 자산 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가일수록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주거 특성에서도 자산 축적형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가 보유 비중이 77.1%로 매우 높고, 전세와 월세 비중은 각각 12.6%, 10.3%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주거를 단순한 소비가 아닌 자산 축적 및 보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반영한다. 전용면적 기준으로는 132.2㎡ 이상의 대형 주택 비중이 43.5%로 가장 높았고, 86~132.2㎡ 구간도 37.3%를 차지해 넓은 주거공간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78.1%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며,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보였다. 이는 환금성과 관리 편의성, 그리고 입지 경쟁력을 고려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상위 계층 역시 안정성과 자산 가치 상승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주거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채 활용 역시 중요한 특징으로 나타난다. 상위 1% 가구의 79.5%가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부채 규모는 약 8억3000만 원 수준이다. 부채 구성에서는 담보대출이 53.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임대보증금이 43.1%로 뒤를 이었다. 이는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레버리지 전략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상위 계층은 부채를 단순한 부담이 아닌 자산 확대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정적인 담보를 기반으로 한 대출과 임대보증금 구조를 결합함으로써 효율적인 자산 운용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 역시 금리 변화나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소득 구조를 보면 근로소득이 여전히 중심을 이루고 있으나,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이 함께 유지되며 다변화된 양상을 보인다. 총소득은 2024년 2억 4395만 원에서 2025년 2억 5772만 원으로 증가했다. 근로소득 비중은 소폭 감소했지만 절대금액은 증가했고, 사업소득 비중은 확대되며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재산소득 역시 근로소득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자산 기반 수익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출 구조에서는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확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소비지출은 감소하고 소득 대비 비중도 낮아진 반면,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은 증가했다. 그럼에도 저축 규모는 확대되어 소득 증가분이 자산 축적에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상위 계층이 단기적인 소비보다 장기적인 재무 안정성과 자산 확대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퇴 준비 측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미은퇴 가구는 은퇴 시점을 70세로 예상하며, 월 최소 417만 원에서 적정 623만 원 수준의 생활비를 희망하고 있다. 실제 은퇴 가구는 평균 62.7세에 은퇴해 월 470만 원 수준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생활에 여유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기대 수준과 실제 수준 간 차이가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은퇴 구조가 형성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부자는 3대를 넘기기 어렵다’는 통념은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 자산은 축적보다 유지와 관리가 더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식과 투자 원칙을 기반으로 감정이 아닌 기준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부의 지속 여부는 자산 규모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자산관리,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부는 유지되고 확장될 수 있다. 부는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며, 이를 구축하는 과정이 현대 사회에서의 진정한 부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글 = 김진웅 연금자산관리본부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
정리 =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