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같은 팀”…첼시를 무너뜨린 건 감독이 아니다

김세훈 기자 2026. 4. 2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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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생성 이미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 FC의 혼란은 더 이상 감독 개인의 문제로 설명하기 어렵다. 리암 로제니어 감독 경질은 결과일 뿐, 원인은 따로 있다. 최근 첼시를 향해 제기되는 가장 상징적인 비유는 단 하나다. 가디언은 로제니어 감독을 경질한 23일 첼시를 “ChatGPT 같은 팀”이라고 비꼬았다.

겉보기에는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관성·맥락·인간적 연결이 결여된 구조. 현재 첼시가 딱 그 상태라는 지적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운영 방식이다. 구단을 소유한 블루코(BlueCo)는 축구를 ‘데이터와 자본으로 최적화 가능한 산업’으로 접근했다. 선수는 잠재가치 기반 자산, 감독은 교체 가능한 부품, 구단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재정의됐다. 이는 전통적인 축구 운영과는 완전히 다른 논리다. 가디언은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균형’”이라며 “첼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젊은 유망주를 대거 영입했지만, 팀을 지탱할 경험과 리더십은 부족하다. 개별 능력은 뛰어나지만,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팀은 존재하지만 ‘팀다운 팀’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감독의 역할 역시 축소됐다. 내부적으로는 감독을 대체 가능한 존재로 보는 시각이 자리 잡았다. 이는 축구의 본질과 충돌한다. 위르겐 클롭, 페프 과르디올라, 미켈 아르테타의 사례에서 보듯, 현대 축구에서 감독은 시스템 그 자체다. 철학·전술·문화가 감독을 통해 구현된다. 이를 단순 교체 가능한 변수로 간주하는 순간, 팀은 방향을 잃는다. 로제니어 감독 역시 이 구조 속에서 소모됐다. 그는 점유 기반 축구와 빌드업을 강조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조직적 합의와 환경은 존재하지 않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체성 공백’이다. 가디언은 “첼시는 현재 무엇을 지향하는 팀인지 명확하지 않다. 승리도, 스타일도, 문화도 모두 중간에 머물러 있다”며 “팬과의 연결 역시 약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성적 부진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축구 산업 전반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자본과 데이터가 축구에 깊이 개입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것이 축구의 본질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인간의 판단, 현장의 감각, 팀 내부의 신뢰 구조는 여전히 핵심 요소다. 첼시는 ‘무엇을 잘못했는가’보다 ‘어떻게 잘못 설계됐는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감독을 바꾸는 것은 쉬운 선택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결과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가디언은 “지금의 첼시는 질문을 던진다. ‘축구는 과연 데이터로 완성할 수 있는 게임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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