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은 누가 뽑아야 할까? 농협 개혁, 첨예한 쟁점들!

농협과 축협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사업소는 모두 1,110곳, 조합원은 187만 명입니다. 자산 규모로 따져도 지난해 기준 국내 재계 9위에 해당합니다.
이런 공룡 같은 농협이 중앙회장의 비리 등으로 또다시 개혁의 칼날 위에 서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농협을 둘러싼 대대적인 범정부 특별감사가 진행됐고, 이제는 농협법 개정의 순서가 남아있습니다.
현재 농협법은 목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농업인의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농협을 개혁하면서도 농협법의 목적인 조합의 자주성을 살리고 농업인의 삶과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쟁점을 짚어봤습니다.
■ 중앙회장, 누가 뽑아야?…187만 명(조합원) vs 1,110명(조합장)
지난달 정부가 합동으로 발표한 농협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농협중앙회장의 전방위적 권한을 덜기 위해선 현재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뽑는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28년부터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전국 농축협 조합장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들로 구성된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중앙회장 선거를 농민 직선제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단위조합을 대표한다"며 "농민들이 선출한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뽑는 것이지, 두 단계를 건너 (농민이 중앙회장에) 투표하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농협 중앙회장의 힘을 뺀다면서 농민 조합원들이 회장을 뽑으면 힘이 빠지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988년 이후 2007년까지 조합장들이 뽑아왔습니다. 이후 농협법 개정으로 2011년 조합장들의 대의원을 통한 간선제 방식으로 선거가 세 차례 치러졌고, 2021년 다시 조합장이 투표하는 선거로 전환됐습니다.
반면 농민단체는 직선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엄청나 전국농민총연맹 정책위원장은 "1988년 이후 중앙회장 7명 가운데 6명이 모두 사법처리되는 과정을 봐 왔고 현 강호동 회장까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며 이는 농민 조합원 직선제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앙회장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단위조합에 빌려주는 무이자 자금이나 정책사업 지원을 받기 위해 지역농협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조합장들이 뽑는 현 선거제도 방식은 농민이 아니라, 중앙회장과 조합장 사이만 더 고착화시킨다는 지적입니다.
■ 농협판 금감원(감사기구) 설치..."내부 비리와 전횡 견제" vs "자율성 해쳐"
정부는 농협의 각종 비위가 드러난 지난 감사에서 농협의 내부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짚었는데요. 당시 농협 내부 감사위원회는 감사위원장을 포함해 3명이 전·현직 조합장 출신이었고, 이 중 2명은 현직 조합장을 겸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 식구를 외면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별도 독립법인으로 범농협 통합 감사기구를 신설해 지주사와 자회사, 지역조합까지 감사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는 결의문을 통해 "내부 사정에 어두운 외부 인사 중심의 농협감사위원회 신설은 감사의 전문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수백억 원의 추가 운영비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결국 농업인 우대 사업 예산의 축소를 야기할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농협개혁추진단 소속 하승수 변호사는 "농협은 금융업과 경제 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종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농협중앙회 홈페이지에서 보듯이 농협은 전국 단위농협 1,110곳에 중앙회와 계열사까지 합치면 수십 개에 달하는 거대 조직입니다.
하 변호사는 "농협감사기구도 금융감독원처럼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세워서 농협 내부는 물론, 정부에게서도 독립해 감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금감원은 1999년 외환위기 당시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기 위해 설립됐고, 2009년에는 아예 '기타공공기관' 지정에서도 해제돼 독립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독립적인 농협판 금감원(감사기구)을 통해 농협 내 소수 기득권을 중심으로 나타날 수 있는 비리나 전횡 부분을 제어하고 전체 농민의 이익을 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단 겁니다.
■ 현장 설득 관건…2단계 개혁 추진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도 개혁의 필요성을 아예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농업 현장 및 농협의 목소리를 반영해 달라고 강조합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농식품부도 세 차례에 걸쳐 권역별로 농협 개혁안 설명회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참석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현장 의견을 들은 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관련 입법안을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우리 농민들의 농산물 판매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농협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2차 개혁도 추진됩니다. 1단계 개혁은 내부통제 강화, 운영 투명성 제고, 직선제 도입에 관한 거였다면 2단계 개혁은 농협이 생산자 협동조합으로서 경제 사업을 어떻게 더 활성화할 수 있을지, 조합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등에 대한 개혁 방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입니다. 농식품부와 농협개혁추진단도 이 과정에서 농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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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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