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일자리 사라진다? 과도한 공포”…임문영 국가AI전략위 부위원장 인터뷰

인공지능(AI)과 노동은 공존할 수 있을까. AI가 노동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사무직과 전문직 영역까지 빠르게 침투하면서 신입 채용 감소와 일자리 대체 우려가 잇따른다. 로봇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AI는 전통 제조업 일자리까지 흔들고 있다. 기술 확산 속도에 비해 이를 둘러싼 노동·복지·사회 안전망 논의는 여전히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전략위)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임문영 전략위 부위원장은 AI로 인한 일자리 충격 우려를 “과도한 공포”라고 본다. 실제로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기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과정”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제조업 현장과 청년을 AI로 연결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란 구상도 내놓는다. 그가 그리는 미래상은 보다 희망적이다.
전략위는 국가 차원의 AI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맡고 기술·인프라, 산업·공공, 데이터, 사회, 국제협력, 과학·인재, 국방·안보 등 8개 분과가 분야별 전략을 논의한다.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내세우며 산업 육성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 같은 정책 설계 속에 노동 문제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스퀘어 전략위 사무실에서 임 부위원장을 만났다.

-AI 확산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과도한 공포가 조성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지금 AI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 만약 AI로 수익을 내고 있다면 인력을 줄이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자를 대규모로 해고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걸 곧바로 AI 영향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코로나19 시기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개발자를 과도하게 채용했고,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인력을 줄이면서 AI를 명분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청년 채용 감소도 비슷하다. 원래 기업들은 채용을 줄여왔는데, 지금은 ‘AI 때문에 채용을 안 한다’고 한다. 일종의 ‘AI 워싱’이다.“
-실제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장에서 반복 작업을 하는 노동은 이미 자동화로 사라지는 흐름이었다. AI는 그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수는 있지만, 모든 일자리를 대체하는 건 아니다. 관련 컨설팅 보고서들도 공통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기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고 본다.”
-정부의 AI 정책이 기술·산업 육성 중심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노동과 산업을 대립적으로 나누는 건 적절하지 않다. 산업 안에 노동이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다만 전략위 초기에는 인프라 구축, 기술 확보, 인재 확보가 급했기 때문에 그쪽에 초점이 맞춰졌고, 윤리나 안전, 사회적 낙오 같은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 건 사실이다. 지금은 이런 문제를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분과에서 노동 문제를 다루고 있나.
“특정 분과에서만 다루는 건 아니다. 사회분과에서 주로 일자리나 노동 영향을 다루고, 산업분과에서도 현장 변화가 함께 논의된다. 또 AI 민주주의 분과에서도 제도 변화나 사회 구조 측면에서 노동 문제와 연결되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와 사회적 대응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기술만으로도, 정치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기술이 사회에 받아들여지려면 기술적 허들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허들을 넘어야 한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켜 사회를 전환하자는 입장과, 속도를 늦추고 사회가 대응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지금은 AI 초기 단계라 정책적으로는 인프라 구축과 기술 확보가 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국민은 일자리나 민주주의 문제를 먼저 걱정한다. ‘이걸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있다.”
-AI 시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단순히 ‘취업을 시킨다’는 접근으로는 안 된다. 기존 방식대로 현장에 들어가 똑같이 일하라고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AI 시각으로 제조업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이다.
크게 보면 AI 시대는 다시 제조업으로 돌아오는 흐름이 있다. 한국은 50~60대가 만들어 놓은 제조업 기반과 암묵지가 있다. 손으로 만져보고 소재를 구분하고 정교하게 작업하는 능력이다. 반면 20~30대는 제조업 현장을 기피하고 IT 기업이나 사무직을 선호한다. 이 간극을 연결해야 한다. 그 역할을 AI가 할 수 있다.
AI에 익숙한 청년을 현장에 보내서 새로운 시각으로 제조업을 다시 보게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를 모아서 이렇게 개선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결국 제조업과 AI의 결합은 ‘현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기존 산업도 다시 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
-청년을 제조업과 연결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
“미국 팔란티어의 ‘전진배치 엔지니어’(FDE) 모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 팔란티어가 엔지니어들을 국방부와 전투 현장에 직접 보냈다.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옆에서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떤 비효율이 있는지 파악한 것이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팔란티어의 데이터 기반 솔루션이다.
젊은 세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을 재해석하고, 기존 숙련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렇게 하면 단순히 기존 산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이른바 리부트가 가능해진다.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면 기존의 중장년 노동자는 AI로 대체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이들이 가진 암묵지를 데이터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는 시간이 걸리고, 그 자체가 중요한 역할이다. 결국 데이터를 통해 ‘늙지 않는 장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암묵지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전문가들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제조업 장인을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보상을 하게 해야 한다. 그런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도 있다.”
-AI 도입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관련 논의는 진행 중이다. 사회분과에서 지난해 AI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정책 연구를 했고, 올해는 시민사회와 함께 토론도 진행했다. 중요한 건 드러나지 않는 변화까지 포함해서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걸 기반으로 정책 방향을 정리하려고 한다.”
-결국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최종 목표는 ‘AI 기본사회’다. 기본사회라는 것은 낙오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AI의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의미다. 먹고 살기 위한 문제인데, 노동을 선택적으로 빼고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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