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중앙지검, 최상목 직권남용 고발 사건 ‘각하’···정치 사건들 털어내기 속도

이홍근 기자 2026. 4.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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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헌법재판관 2명 임명 관련
보수단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
검찰, ‘헌법상 의무 이행했을 뿐’ 판단
전 국수본부장 ‘피의사실 공표’ 등도 각하
‘정치적 사건 손 떼자’ 박철우 지검장 의지 반영된 듯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중앙지검이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고발 사건 등 이른바 정치 사건들을 최근 잇따라 각하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하란 요건이 맞지 않는 사건에 대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종결하는 처분이다. 박철우 중앙지검장이 “정치적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강조하면서 중앙지검이 ‘캐비닛’에 쌓아뒀던 장기 미제사건 처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신도욱)는 보수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지난해 1월 최 전 부총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지난 13일 각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연이어 탄핵 소추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 전 부총리는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헌법재판관 3명 중 정계선·조한창 재판관만 2024년 12월 임명했다.

검찰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는 국무회의 심의 대상이 아니고, 당시 최 전 부총리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상 의무를 이행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최 전 부총리를 기소했다.

형사1부는 우종수 전 국가수사본부장이 2024년 1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나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 ‘사살’이란 표현이 있냐는 의원 질의에 “사실에 부합한다”는 등의 답변을 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앞선 단체가 고발한 사건도 지난달 18일 각하했다. ‘국민적 관심 사안으로 공익 목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형사1부는 이와 함께 여운국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김명석 전 공수처 부장검사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2년5개월 만인 지난달 26일 각하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23년 11월 법률신문 기고에서 “여 전 차장이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 사건’을 경험 없는 어린 검사에게 배당하고, ‘직권남용이 될 여지가 없다’고 말하며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여 전 차장은 지난달 고소취소장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는 반의사불벌죄여서 공소권이 없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관련해선 ‘기고문에 비밀로 보호될 만한 가치가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단독]검찰, ‘이성윤 황제조사 의혹’ 김진욱 전 공수처장 불기소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060600051#ENT

중앙지검은 최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임성근 전 고법 부장판사 사표 반려 혐의(직권남용 등) 사건, 김진욱 전 공수처장의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제조사’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등) 사건, 조재연 전 대법관이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 사건 등을 잇따라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장기간 처분을 미뤄왔던 사건 처분에 속도를 내는 배경엔 정치공방 성격이 짙은 사건에서 최대한 손을 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지검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객관적 법 집행기관으로서 검사의 역할을 충실히 하자”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검찰이 정치인이나 다른 기관 관계자 등이 고소·고발된 사건을 처분하지 않은 채 정치적으로 활용하던 관행을 반성하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중앙지검 부장검사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문제를 법으로 해결해 검찰 권력을 확대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 미제사건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 전까지 정치적 사건들을 처분하지 않고 중대범죄수사청이나 경찰 등에 넘길 경우 제기될 비판을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한 법 집행을 원칙으로 삼고,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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